우리 산하와 문화재

하늘공원의 가을, 억새와 야고와 코스모스

모산재 2014. 11. 14. 22:01

 

시월의 첫날, 참으로 오랜만에 동료들과 하늘공원을 찾았다.

 

먼 곳인데도 시내에서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하늘공원의 억새밭!

 

억새라면 민둥산이나 명성산의 억새밭을 찾는다면 최고이겠지만 하늘공원의 억새밭도 그리 손색이 없지 않은가...

 

 

 

 

 

동료들에게 아마도 초면일 야고라는 귀한 꽃이 피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어쩌면 꽃이 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꽃은 비교적 싱싱하게 피어 있다.

 

 

 

야고는 억새의 뿌리에 기생하여 사는 한해살이 기생식물. 한라산 남쪽의 억새밭에서 자란다. 서울 시민들이 결코 서울에서 야고를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된 것은 제주도의 억새를 공수해온 덕이다.

 

억새밭이라고 다 야고가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야고는 재배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하늘공원에서 야고가 자라는 이유는 쓰레기 매립지였던 탓으로 가스가 발생하면서 지열로 인해 비교적 온도가 높아진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쓰레기 매립지가 오히려 귀한 식물을 자라게 한 조건이 된 셈이니 가히 '환경의 역설'이라 할 만하다.

 

 

 

 

 

하늘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억새가 자라고, 억새 외에도 띠 등 다양한 벼과식물들이 가을 분위기를 돕고 있다.

 

 

 

 

 

평지인 공간인데다 거의 대부분이 억새밭이라 단조로운 감도 없진 않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억새 풍경 속에 원없이 흠뻑 빠질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늘공원의 전망대...

 

 

 

 

 

 

아름다운 버섯 하나...

 

 

 

 

멀리 떨어진 반대쪽에도 야고가 꽃을 피우고 있다.

 

 

 

 

 

코스모스와 여심...

 

 

 

 

이 코스모스는 유난히 꽃송이가 크고 화려해서 절로 눈길을 끈다.

 

 

 

 

 

 

 

 

꽃이 어찌 그냥 꽃일까... 누구에게나 꽃은 의인화된 대상일 것이다.

 

코스모스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니, 신작로에 흐드러지게 피어 꽃 터널을 만들었던 코스모스, 그 청초함에 온 영혼이 잠기던 시절이 절로 떠오르며 그 때의 떨림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싸늘한 서리가 차갑대도

다정히 입맞춰 주겠습니다.

아예 꼭 안아 주겠습니다.

 

자장가 없이 별을 우러러 보며

내 맑은 눈물이라도 뿌려 주겠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그리고 가을이 가고 

 

아, 까아만 그 꽃씨라도 받아 가지겠습니다.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이 시(아마도 학생작품이었을 것이다)를 나는 아직도 설렘의 감정과 함께 떠올리고 있다.

 

 

 

 

 

 

 

 

 

 

둥근잎유홍초.

 

아직도 싱그러운 푸른 잎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싸늘한 공기 속, 잎을 다 떨군 채 붉은 꽃들이 고개를 들고 태양을 바라볼 때까지 아직은 가을이 많이 남아 있다.

 

 

 

 

 

매점 지붕 위에도 가을이 꽃을 피웠다.

 

 

 

 

 

 

아름답게 한해가 저물어 가기를...

 

 

 

 

같은 부서에 있으면서 처음으로 잔을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마음을 나누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