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6일 일요일 저녁 / 둔황 명사산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한 뒤 둔황시 남쪽 5㎞ 지점에 있는 명사산(鳴沙山)으로 향한다.
명사산은 거대한 모래산으로 동쪽은 막고굴(莫高窟)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수불산(睡佛山, 부처가 누워 있는 듯한 산) 아래의 당하(党河) 저수지까지 40여 ㎞에 걸쳐 있다. 남북으로는 약 20여 ㎞, 최고 높이는 1,715m라고 한다. 둔황팔경(敦煌八景)의 하나로 고운 모래로만 퇴적된 수십 미터 높이의 아름다운 모래산이다.
바람에 쓸려 모래가 구를 때 악기의 소리처럼 울린다고 하여 명사산이라 부른다. 명사산의 능선을 걸으며 바라보는 월아천과 저녁 일몰 풍경은 명사산을 찾는 최고의 들거움이다.
두번째로 찾은 명사산, 수없이 많은 관광객과 낙타의 발자국이 지나갔음에도 모래구릉의 모습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다. 바람의 힘은 인간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린다.
명사산은 역시 낙타 트레킹으로 시작하는 것이 제격이다.
낙타 등에서 전해지는 낙타 발걸음의 율동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사구를 오르내리면 그 옛날 사막을 건너던 대상이나 승려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구릉을 넘어 인공호수를 낀 아름다운 오아시스 입구에서 낙타는 멈춘다.
선한 눈매가 마음을 사로잡는 낙타들은 명사산을 한 바퀴 돌아올 때까지 우릴 기다릴 것이다.
월아천 입구에서 모래 언덕을 거슬러 명사산을 오르게 된다.
물가에 엉겅퀴 닮은 꽃이 피었다.
명사산 모래 능선에 올라서 월아천(月牙泉)을 바라보기로 한다.
모래 능선에서 바라보는 월아천은 한폭의 그림이다. 맞은편 모래 산 너머로 10리쯤 떨어져 있는 둔황 시내 건물들이 오아시스 숲속에 잠겨 있다.
월아천(月牙泉)은 명사산 안에 있는 초생달 모양의 작은 호수로, 남북 약 200m 폭 50m 정도다. 남쪽에 솟아있는 곤륜산맥의 눈이 녹은 물이 둔황을 가로지르는 당하(党河)로 흐르다 솟아난 것이다. 모래 바람이 아무리 심해도 월아천은 덮지 않으며 물색이 맑아 언제나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아침햇살을 받으면 붉은빛, 낮에는 하늘빛, 저녁에는 잿빛으로 변한다고 한다.
월아천 가에는 '칠성초(七星草)'라는 풀이 자생하고 물 속에는 '철배어(铁背鱼)'라는 물고기가 산다고 하는데, 두 생물은 불로장생의 약이 된다고 한다. 당송 시대 이곳에는 신선이 산다고 하여 도교사원을 지었고, 단오날이면 근처의 사람들이 몰려와 액을 막고 장수를 비는 의미로 명사산 정상에서부터 월아천까지 모래 미끄럼을 타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월아천에는 천상의 선녀가 둔황이 사막이 되는 것을 슬퍼해서 초승달을 묻으며 흘린 눈물이 샘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하는데, 이 전설 외에도 우리의 장자못 전설과 비슷한 흥미로운 전설이 따로 전하고 있다.
돈황 월아천 인근에 뇌음사(雷音寺)라고 부르는 절이 있었다(지금도 복원된 절이 있다). 어느 해 사월 초파일, 돈황의 선남선녀들이 뇌음사에 모여들어 부처님께 제를 올리고 성수(聖水)를 뿌리는 의식이 진행됐다.
주지스님이 대대로 전해오는 성수를 꺼내 사원 문 앞에 차리자 문득 한 사악한 도사가 나타나 "주지야! 누가 도술이 더 높은지 싸워보자!" 하고 외치고 검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늘은 어두워지고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원 문 앞에 놓여있는 성수는 미동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도사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성수 그릇에 모래를 부으려 했지만 모래는 성수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그릇 주변에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화가 난 도사가 그곳을 떠나려 하자 갑자기 천둥소리가 나더니 성수가 넘쳐 흘러 초승달 모양의 호수가 됐고 그 사악한 도사는 검은 돌로 변하고 말았다. 그 성수는 부처님이 뇌음사에 내린 것이라고 한다.
명사산 너머의 모래 산들의 아름다운 곡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사막은 고요에 잠겨 있다.
가장 가까운 능선에서 바라본 월아천(月牙泉).
5층 누각은 월천각(月泉閣)으로 1997년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나머지 건물들은 관음보살을 모셔 놓은 건물도 있고 도교사원으로 보이는 건물들도 있다.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
다시 월아천에 이르러 어둠 속에서 낙타를 타고 돌아온다.
명사산 낙타 트레킹을 마친 다음, 둔황 시내 '고려회관'이라는 조선족 식당에서 삼겹살과 소고기를 안주로 소줏잔을 기울이며 여행의 여흥을 즐긴다.
그리고 택시(10원)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호텔 마당에서 양꼬치구이에 황하맥주(15원) 마시며 2차를 하고, 또 다시 우리 방에서 3차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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