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첫날!
오늘은 타클라마칸 사막 체험에 나선다. 타림호양림공원에서 호양수(胡楊樹)를 보고, 천산의 설산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모여들어 사막 속에서 사라지는 타림강(塔里木河)을 건너 타클라마칸 사막을 돌아볼 예정이다.
9시 반쯤 호텔(쿠처호텔)을 나섰다. 호텔 앞 정원의 연지엔 연꽃이 활짝 피어 있다.
당나귀가 수레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흔히 보인다. 원주민 위구르인들에겐 가장 요긴한 화물 운송 수단이자 교통 수단이다.
차는 314번 국도를 따라 쿠처 동쪽으로 달리다 12시에 가까워질 무렵 룬타이(輪臺)로 접어들며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이내 타림사막공로(塔里木沙漠公路)로 진입한다.
타림사막공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남쪽으로 종단하여 민풍(民丰)에까지 이른다. 도로의 길이는 총 552km. 중국 석유회사에서 석유 수송을 목적으로 1993년에 착공하여 1995년 9월에 완공되었다 한다.
타림분지는 서쪽은 파미르고원, 북쪽은 톈산(天山)산맥, 남쪽은 쿤룬(崑崙)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세 배가 넘는 약 70만k㎡로 남북 500km, 동서 1,500km의 규모이다.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이라는 뜻을 가진 타클라마칸은 타림분지에 있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사막이다. 평균 해발고도는 800∼1,200m이다. 서쪽이 높아 타림강은 동쪽으로 흐른다. 천산과 쿤룬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이 타림강을 이루는데, 타림은 '물을 모으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 시간쯤 사막공로를 달리다 타림호양림공원(塔里木胡杨林公园)에 도착한다. 타림강에 가까워진 지점이다.
1,600년이나 되었다는 호양(胡杨) 두 그루
호양(胡杨)은 이름 그대로 '오랑캐 버들'이니 '서역의 포플라나무'란 뜻이다. 학명은 Populus diversifolia. 6천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생존하였고 높이는 15~30미터이며, 비교적 빠르게 성장한다. 호양나무는 지하 10미터까지 뿌리를 내리고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어 건조하고 기온 변화가 심한 사막, 특히 염분이 많은 땅에서도 자랄 수 있다.
위구르 사람들은 '사막영웅'이라 부른다는데, "살아서는 천 년을 죽지 않고 죽어서는 천 년을 쓰러지지 않으며 쓰러져서는 천 년을 썩지 않는다(活一千年不死 死一千年不倒 倒一千年不朽)."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인함을 자랑하는 나무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우리의 주목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호양나무 줄기는 그야말로 사막의 거센 모래바람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억세고 강인한 느낌을 준다.
열매 모양이 독특한데, 보통 버들의 열매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더욱 특이한 것은 잎 모양이다. 오래된 가지의 잎은 포플러 잎처럼 둥글고 어린 가지의 잎은 버들잎 처럼 길다. 한 나무의 잎이 이렇게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호양나무를 호동(胡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수지(樹脂)가 오랫동안 흙 속에 묻혀 형성된 것을 '호동루(胡桐淚)'라 하여 열을 제거하고 담(痰)을 삭이는 약재로 쓴다고 한다.
타림하(塔里木河)는 호양림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타림하는 중국에서 가장 크고 넓은 내륙 하천이다. 총 연장 2,179 km로 천산산맥과 곤륜산맥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질러 흐르는데, 옛 누란의 로프노르(羅布泊) 호수에 이르러 생명을 다하는 강이다.
메마른 사막 강언덕에서 자라는 가시 달린 콩과의 관목
타림하의 풍경을 즐긴 다음 점심 식사를 위해 강가의 타하(塔河) 마을을 찾는다.
위구르인들이 즐겨 먹는 빵, 난(饢)을 굽고 던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요리하는 모습
쫄깃한 국수에 여러 가지 볶음 음식을 더하여 점심을 먹는다.
먹음직스러운 양꼬치구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타클라마칸 사막 속으로 달린다.
그런데 사막에는 홍류(위성류)를 줄을 세워 촘촘히 심어 놓았다. 사이사이로 물을 공급하는 호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물이 마른 자리에는 하얀 소금이 남았다.
이 나무가 아마도 사사(梭梭, 삭사울)나무인 듯하다. 사막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나무로 사막 녹화에 많이 쓰는 나무라 한다.
이른바 사막 녹화공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저렇게 해서 얼마만큼 사막 녹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런 도전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런 녹화공정은 도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시도된 것이기도 하다. 타림사막공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46㎞ 구간인 유동사막(流动沙漠)이라고 한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사천바오(沙尘暴)라고 부르는데, 이는 모래폭풍 사바오(沙暴)와 먼지폭풍인 천바오(尘暴)를 합쳐서 부르는 명칭이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모래폭풍으로 사막의 지형이 수시로 변하는데, 이로부터 도로를 보호하고자 하기 위해 ghd류(紅柳)와 삭사울나무(梭梭:saxaul) 등을 심었다. 그리고 지하수를 길어올리는 수이징팡(水井房)을 4㎞마다 간격으로 만들어 관리인을 두었다. 그런데 관리인은 신혼부부들이란다. 방풍림과 주변 도로를 관리하며 3년 정도 근무를 한다는데, 급여가 꽤 좋은 편이라고 한다.
고개 언덕에서 차는 멈춰섰다. 그리고 한낮의 뙤약볕 속 열사의 사막으로 들어섰다.이 사막 속에 발을 내딛자 유치환의 '생명의 서'라는 시가 저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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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모래의 유동을 막기 위해 갈대를 묶어서 울타리를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 속
열렬한 고독 속에 서서
나와 대면하는 시간.
그 어떤 애증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차를 타기 전 잠시 수이징팡(水井房) 곁 그늘에서 따가운 사막의 햇살을 피한다.
돌아나오는 길, 사막 가운데 타오르는 불길이 유전지대임을 알리고 있다.
유전과 사막공로, 그것은 타림이 자본의 지배에 놓였다는 것을 듯한다. 대대로 이 땅을 지켜왔던 위구르인들과는 무관하게 철저하게 한족의 이익에 맞춰져 서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어느 글에 보니 수이징팡에 근무하는 관리인조차 위구르인은 배제되고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누런 사막과 푸른 오아시스와 함께 살아온 위구르 사람들에게 개발은 오히려 재앙으로 다가올 듯싶다. 신장지역의 한족 비율이 이미 40%를 넘어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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