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6. 22. 일
귀경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 김 선생이 용연을 보자고 하여 용연을 들렀다. 일출봉에 이어 작년 가을에 갔던 곳을 또 간다.
제주시 용담동,
용두암과 지척인 곳에 쇠소깍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연못 용연(龍淵)이 자리잡고 있다.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한내(漢川)가 오라동을 거쳐 바다와 만나는 곳, 거울처럼 맑고 옥처럼 푸른 물이 잔잔한 깊은 연못을 이룬 곳, 양쪽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석벽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풍경 예사롭지 않다.
용연 위로는 출렁다리(구름다리)가 걸려 있다. 스페인어지 싶은 말을 쓰는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다. 금발의 두 아가씨는 출렁거리는 다리가 신기한지 계속 발을 구르며 즐거워한다.
용연은 제주 12경의 하나로 '용연야범(龍淵夜泛)'이라 불리었다 한다. 이 푸른 물에 시인묵객들이 배를 띄우고 물에 비친 달을 보며 풍류를 즐겼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제주관아가 지척인 곳이라 제주 목사가 부임할 때마다 잔치를 베풀던 곳이기도 했다.
이곳 절벽에 새겨져 있는 '취병담(翠屛潭)', '선유담(仙遊潭)' 같은 글씨에서도 이와 같은 풍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시 등이 새겨진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다음은 이곳 절벽에 씌어진 한시 한 수.
回回蒼壁轉(회회창벽전) 굽이굽이 푸른 절벽을 돌아
僊與武陵通(선여무릉통) 신선과 무릉도원으로 통하는 곳,
忽看扁舟至(홀간편주지) 문득 바라보니 조각배 떠오네.
却疑漁子逢(각의어자봉) 어쩌면 신선을 만날 수도 있으리.
- 윤진오(尹進五)
용연은 이름처럼 용이 살고 있는 연못이니 가뭄이 들 때에는 기우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였다. 용과 기우제에 얽힌 다음과 같은 전설도 전하고 있다.
제주도에 7년 가뭄을 만나 9년 흉년이 들어 많은 백성들이 굶어죽었다. 고대정이라는 사람이 술에 취해 자신이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내릴 것이라고 외치다가 관아로 끌려왔다. 굿을 시작한 지 이레가 지났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그는 하늘을 향해 간절한 기원을 올렸고 때맞춰 먹장 같은 구름이 밀려들었다. 이를 본 고대정이 굿판 장식으로 만들어놓은 용의 몸 안으로 들어가 용의 발이 되어 무악에 맞춰 춤을 추자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이후로 용이 살고 있는 물이라 하여 이곳은 용연이라 불렸다고 한다.
용연정(龍淵亭)
구름다리와 용연
용연의 풍경들
바위에 새겨진 이름들
용연의 위쪽
그늘진 곳에는 산기장으로 보이는 벼과 풀이 많이 자라고 있다.
용연 산책로의 보도 블록
용연 양쪽으로는 암벽 위로 호젓하고 아름다운 산책길이 나 있다. 우거진 상록수 숲 사이로 두 사람이 사이좋게 걷기 좋을 만큼 아담한 오솔길이다. 용연을 한 바퀴 도는 거리는 1km 정도, 25분 정도 걸린다.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제주도 최고의 야간 산책 코스라는 평가를 받는다.가로등 불빛, 불빛에 비치는 아름다운 구름다리와 육각정, 용연과 절벽에 비치는 불빛 등이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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