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운남 여행 (6) 리장고성에서 수허고진으로 자전거 여행

모산재 2014. 6. 24. 21:08

 

시저우 바이족 민가와 저우청 염색 공장을 구경한 다음 리장(麗江)으로 출발한다. 시저우 바이족 민가 거리에서 사람들이 희주파파(粑粑)라는 호떡 비슷한 것을 먹었다고 점심도 생략한다. 난 그게 입에 맞지 않아 맛만 보고 말았는데...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리장으로 가는 길은 고산길이어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산을 넘으면서 공기는 점차 서늘해지고 청량한 공기에 몸과 마음이 함께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병철 형은 멀미를 한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는 듯하다.

 

산과 들은 온통 짙은 초록, 그 속에 앉은 민가들 풍경이 아름답다. 민가들은 하나같이 시원시원한 입체감을 보이는데, 지붕의 기와들은 빗살처럼 가지런하고 황토벽은 찍어낸 듯 반듯하며, 벽면과 창들은 황금비례를 보이며 조화롭다. 말할 것도 없이 민가들은 환경친화적이다.

 


들판에 보이는 것은 뽕나무, 담배, 옥수수, 벼... 

 

 

 

도로변의 가로수는 대개 이 종류의 나무들이다.

 

 

 

오르막 산길이 끝난 듯 산과 산 사이로 넓은 들이 열리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리장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5시 30분 경 리장에 도착한다. 리장고성 외곽에 있는 다소 허름한 여관인 양유빈관(糧油賓館)에 숙소를 정하고 방을 배정한다. 내가 머문 방은 204호.

 



리장고성으로 간다. 사방가(四方街) 옆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사쿠라하우스(지금은 '벚꽃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에서 저녁을 먹는다. 나시족의 상형문자인 동파문자를 공부하는 시간도 잠시 가진다.

 


식사 후 거리 구경에 나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성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다 모여든 듯 흥청거린다. 나시족 고도라기보다는 유흥가 같은 분위기조차 느껴진다. 상업적 문화가 다소 과해진 느낌이다.

 

리장고성의 북쪽에 있는 시팡지에(四方街) 거리, 명청 시대에 상업과 교역의 중심지였던 이 거리는 지금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의 만남의 거리가 되었다.

 

 



해발 2,400여 m 지점에 자리잡은 리장고성은 리장시 위룽(玉龍)나시족자치현의 구시가지에 위치한 고성으로 지형이 큰 벼루(硯)를 닮았다고 하여 다옌진(大硯鎭)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중국의 이름난 고성 가운데 유일하게 성벽이 없는데, 리장(丽江)의 세습 통치자 토사(土司)의 성이 목씨(木氏)여서 성벽으로 둘러쌀 경우 ‘곤(困)’ 자가 되어 성벽을 쌓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리장은 1996년 2월 진도 7의 큰 지진이 일어나 도시의 3분의 1이 파괴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 고성 지역은 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리장고성(丽江古城)은 송원(宋元)대에 건립이 시작되어 명청(明清) 시기에 융성하였는데, 역사적 흔적이 잘 보전되고 있어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대대적인 보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리장고성의 매력은 고성 곳곳을 시원스레 흘러가는 수로에 있다. 

 


 

이 수로의 물은 마을 북쪽의 샹산(象山) 아래 위추안(玉泉)=헤이룽탄(黑龍潭) 호수에서 흘러 나온 위허(玉河)가 도시의 중심을 여러 갈래로 흘러내린 것인데, 이 수로가 없었다면 리장고성의 운치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 같다. 거미줄처럼 나 있는 수로 때문에 리장에는 354개나 되는 다리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동방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리장은 '다리의 도시'라 불리기도 한단다.

 

 

거리는 '오화석(五花石)'이라 불리는 꽃돌로 포장되어 있는데, 자갈이나 암석 조각이 퇴적하여 모래나 진흙 등에 의하여 다시 엉겨 굳어진 각력암(角礫岩)을 곱게 갈아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비가 오면 돌의 색상이 선명하게 살아나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저녁 시간이 지날 무렵 사방가 광장에는 나시족 군무가 시작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주변을 원을 그리며 돌면서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처음 만난 낯설음조차 다 허물어버리고 서로 손을 맞잡고 경쾌한 4박자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춤 동작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것이어서 누구나 끼어 들어 손만 잡으면 금방 익힐 수 있다. 광장은 흥겨움으로 넘실거린다.

 

 

 

 


 

9시쯤 숙소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는 점점 거세어지는데 숙소에 돌아오자 내일 자전거 여행 걱정이다. 하지만 리장의 여름밤에는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린다.

 

대강 씻고난 다음 우리 방에서 모임 가지려던 참에, 병철 형이 그냥 밖으로 나가자고 하여 숙소를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식당 '샹빠라오(乡巴佬)'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쇠고기 꼬치 구이, 돼지껍질 구이, 느타리버섯 구이 등을 양껏 시켜서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주인은 쓰촨성 시창(西昌)에서 왔다는 신혼부부.

 

 

다음 날 아침 오 선생 아들 한울이와 숙소에서 기념 사진

 

 


 

9시경 숙소 앞 거리의  식당에서 만두와 2원짜리 쌀국수로 아침식사를 한다.

 

오늘 일정은 수허고성, 바이쓰 마을, 헤이룽탄 공원 등 리장 주변 지역을 자유롭게 다니며 여행하는 것. 두 팀으로 나뉘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팀은 나를 비롯해 오 선생 부자, 병철 형, 병규 씨.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차를 타고서 여행하기로 한다.

 

 

리장 시가지를 지나 수허고진(束河古鎭)으로 향한다. 수허고진은 리장 시내에서 북쪽으로 8km 떨어져 있다. 수허고진까지 가는 길은 상그릴라대로(香格里大道)로 북쪽으로 일직선으로 쭉 벋어 있는 길이라 무척 시원스럽다.

 

 


리장, 수허고진, 백사마을 위치도

 

 

 

 

수허에 도착하여 나시족 마을을 먼저 찾는다.

 

마을 앞을 맑게 흐르는 수로에서 나시족 여인들이 빨래를 하고 감자를 씻고 있다. 어린 시절 고향의 풍경 속으로 들어선 듯한 기분...

 

 

 


여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할머니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다.

 

 

 

 

황토 흙담과 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나시족 집들, 그 사이로 난 골목길은 어린 시절 살던 고향집을 찾은 것처럼 푸근하고 정겹기만 하다. 

 

 

 

 

지붕에는 독특한 것들로 장식되어 있는데, 용마루 한가운데 고양이 비슷한 형상을 세워 놓았고, 양쪽으로는 두 마리의 물고기 형상을 달아 놓았다.

 

 

 

 

전자는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걸로 보아 벽사의 의미가 있는 것 같고, 후자는 소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허(束河)는 나시어로 '사오우(绍坞)'라고 하는데, '높은 봉우리 아래에 위치한 촌락'이라는 뜻을 가진 말로 나시족이 리장 지역에서 가장 먼저 거주를 시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리장에서 라싸를 잇는 차마고도(茶马古道)의 역참으로서 옛 모습이 잘 보존된 곳이다. 

 

 


이 돌다리는 청룡교(靑龍橋), 수허고진의 명물이라는데, 명나라 때 건축된 것으로 차마고도의 교통 요지였다고 한다.

 

 


흐르는 내의 이름은 구룡하(九龍河). 이 물은 마을 위쪽 용천사 앞 구정용담(九鼎龍潭)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이 물길의 주변에 아름다운 게스트하우스들과 각종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청룡교에서 보이는 마을 뒷산 이름은 취보산(聚寶山).

 

 

옥수수와 붉은 꽃을 피운 감자밭을 지날 무렵 갑자기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잠시 비를 피하며 길 모퉁이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감자전, 가지무침, 돼지고기 파볶음을 주문하고 바이주를  곁들여 마신다.

 

 

 

 

당나귀처럼 주민이 건네 준 당근도 먹어 본다.

 

 

 

 


삼안정(三眼井)이라는 나시족 우물을 만난다. 우물은 셋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째 우물은 마시는 물, 둘째 우물은 채소를 씻는 물, 셋째 우물은 빨래하는 물...

 

 


그리고 금방 수로가 흘러나오는 커다란 연못 구정용담(九鼎龙潭)과 용천사(龙泉寺,룽취안쓰)에 이르른다. 구정용담은 수허 고성에 흐르는 물의 수원지, 바로 그 곁에 작은 절 용천사가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다. 

 

 

 

양쪽에 씌어진 구절이 눈길을 끄는데... 대구를 이룬 문장 마지막 한 글자가 뭔지... 떠오를 듯 말 듯 짐작이 되지 않는다. 뭘까...

 

眼界高時無碍物 心源開處有淸○  

안계가 높을 때 사물에 구애됨이 없고 마음의 근원이 열려 있는 곳에 ○이 맑아진다.

 


 

 

부처님은 붉은 천을 두르고 있는데, 다소 비대한 몸집에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듯 먼지와 때가 낀 듯한 모습이다.

 

 

 

그런데 창살은 내소사 대웅전 못지 않은 화려한 문양을 자랑한다. 

 

 

 

 

문의 조각도 섬세하고 아름답다.

 

 

 

구정용담을 바라보는 정자의 기능도 하는 용천사 난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용천사 주변에 핀 꽃들도 눈길을 끈다.

 

아메리카가 고향인 낮달맞이 꽃과 미국능소화도 피어 있고,

 

 

 

 

양지꽃 종류로 보이는 꽃도 피었다.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것은 중국 물망초 꽃!

 

 


 

수허에는 차마고도 박물관이 있어, 차마고도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실크로드와 차마고도

 

 


 

수허고성을 다 돌아보았으니 다음 여정인 바이샤(白沙村)마을로 향한다. 바이샤 마을은 이곳으로부터 북쪽 3km 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