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16) 몽골 최고의 휴양지, 테렐지 국립공원

모산재 2014. 6. 9. 20:01

 

제 11일(8월 8일)~ 제 12일(8월 9일) / 울란바타르, 몽골 최고의 휴양지 테렐지 국립공원

 

달란자드가드에서 돌아온 뒤 울란바타르의 한 백화점에서 잠시 쇼핑 시간을 가진 다음, 칭기스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한식 뷔페와 미역국인데, 그런 대로 맛있다.

 


그런데, 스님들이 VIP룸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테이블 위에 맥주병들이 가득 놓여 있는 모습... 무주공산인 몽골에는 기독교, 불교가 교세 확장에 한바탕 전쟁이라는데, 이들은 그런 사업차 이곳에 와서 이런 탈선을 하는 모양이다. 몽골에서의 아침 식사 때 달걀 프라이 앞에 줄 서는 모습 보고 실망했는데...

 

 


오늘 갈 곳은 <몽골 바이칼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테렐지, 환전하고 저녁에 마실 음료수와 맥주를 산 다음 테렐지로 출발한다.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테렐지(Gorkhi-Terelj) 국립공원은 울란바타르 북동쪽 60km 정도 떨어져 있는 항헨티 산의 계곡과 산기슭 초원으로 울란바타르를 지나는 톨강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울란바타르의 근교에 있는 몽골 최고의 휴양지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된 아름다운 공원이다. 중생대에 융기된 화강암 바위산이 침식 풍화되어 멋진 바위산을 이루고 톨강을 낀 오아시스 계곡과 산기슭의 푸른 초원이 어울린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졸기도 하다 어느 결에 바깥을 보니 차는 고개를 넘어 푸른 빛으로 넘치는 계곡을 향해 달리고 있다. 테렐지에 거의 온 모양이다.


 

 

 

 

 

 


톨강을 건너고 다시 고개를 넘어 평원을 이룬 골짜기를 달리는데, 왼편으로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산들이 시야에 들어선다.

 

과연 화강암으로 된 바위산들이 오랜 세월 침식 풍화를 겪은 흔적이 뚜렷하다. 뼈를 드러내듯 우뚝 솟은 바위산 주변의 기슭과 언덕은 모두 초원이다. 

 

 

 

얼핏 아기 코끼리가 산을 오르고 있는 듯한 형상의 바위...

 

 

 

 

초원의 언덕과 기암들이 어울린 환상적인 풍광은 파노라마처럼 계속 이어진다.

 

 

 

 

 

이런 곳이라면 아무 곳이나 차를 세우고 캠핑을 즐겨도 좋을 듯 싶다.

 

 

 

 

공룡을 테마로 한 캠프촌이 보이고

 

 

 

거북바위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이 분명한 커다란 바위도 나타난다. 

 


 

 

그리고 차는 산을 넘는다.

 

 

 


 

고개를 넘어서자 숲을 이룬 강이 눈 아래로 나타난다.

 

바로 이곳이 우리가 머물 캠프촌. 저기 보이는 게르의 오른쪽 맨 앞의 것이 내게 배정된 숙소가 되었다.

 

 

 

도착 후 승마를 하기로 한 일정은 내일로 미루어지고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길가의 1번 게르를 숙소를 배정받은 다음 바로 앞 숲속을 흐르고 있는 톨강으로 내려간다. 이 메마른 초원지대에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물이 흘러오는 것인지... 물은 힘차게 흐르고 시릴 정도로 차다. 

 


맑은 물에는 사람들이 들어가 논다. 아예 브래지어 차림으로 목욕하고 있는 여자도 보인다. 신 선생은 강가에서 붉은 돌을 줍는다.


 

 


이번에는 강을 벗어나 산기슭 쪽으로 올라가 야생화 탐사에 나섰다.

 


말똥 땜에 파리는 들끓지만 초원은 에델바이스 천국이나 다름없다. 


에델바이스를 몽골어로 '차강올'이라 부른다는데, 이는 '하얀 산'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에델바이스 꽃이 산을 이룰 정도로 지천으로 피었다. 이곳의 말과 양들은 야생화를 먹이로 산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에델바이스만이 아니라 솔체꽃, 두메양귀비, 물매화 등과 이름도 모르는 많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꽃 사진을 찍을 줄 모르던 시기여서 제대로 된 사진을 얻지 못한 것이 지금도 너무 아쉽다.

 


솔체꽃과 표범나비


  


두메양귀비


 


잎이 낙타 혓바닥 모양이어서일까, 중국명 타설초(驼舌草 Goniolimon speciosum)로 보이는 꽃





테렐지라는 이름은 이곳에 많이 자생하는 '각시석남'을 뜻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지명으로 굳어진 것이라 한다. 진달래과의 이 나무를 알지 못했는데, 나중에라도 다시 갈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보리라.




야생화 탐사를 마치고 돌아와 쉬는데, 갑자기 하늘이 구름으로 덮히고 거센 바람이 인다. 게르 위의 비닐 덮개는 비명을 지르고, 냇물 숲 위 하늘엔 바람을 타는 매들이 까맣게 원무를 춘다. 빗방울 후두둑 떨어진다. 이상하게 이번 여행은 이동할 때마다 빗방울 떨어진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며 꼬마 소녀 둘이 게르 지붕 위에 올라가 지붕을 덮는다.

 

 

 



저녁 식사는 관리동 1층 식당에서 스파게티로 한 뒤...

 

저녁 강가에서 모닥불 피우고 염소 허르헉 바비큐 파티를 벌인다. 오 선생이 80달러가 넘는 염소 값을 선뜻 내 놓았다. 

 


우리 숙소에서 2차를 하다. 병철형, 오 선생, 그리고 내가  돌아가면서 식당에서 맥주를 사오고 새벽 4시가 넘도록 논다. 늦게 잠들었는데 잠결 내내 겔의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린다.

 

 



제 12일의 아침, 날씨가 흐리다. 9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한 다음 승마 트레킹에 나섰다.

 

에델바이스, 두메양귀비가 지천으로 덮인 탁트인 초원의 언덕을 달리며 오르고, 오보를 한 바퀴 돌아 뼛속까지 상쾌한 삽서늘한 바람을 가르며 다시 언덕을 내려와 내를 건넌다. 

 

 

 

 

 

냇길을 따라 내려와 다시 내를 되건너 나무 숲길을 따라 일주한다.

 




12시에 양고기 덮밥으러 점심을 먹는다. 너무 느끼한 데다 엊저녁 과하게 마신 술로 속까지 거북해서 고추장 없이 모두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였다. 

 



이곳의 일정이 끝나고 돌아가야 할 시간,...


오후 1시 반쯤 캠프를 출발하여 어제 올 때 보았던 거북바위에 들른다.



거북바위로 오르는 길


 


우리와 마찬가지로 몽골인들도 거북을 신성시한단다. 테렐지를 수호한다고 믿는 거북바위는 어떤 예술작품도 따르지 못할 위엄이 느껴진다.

 

 

 

 

 

 



몽골의 공식적인 여행 일정은 사실상 끝났다. 차는 테렐지로부터 멀어지며 울란바타르를 향해 달린다. 

 

달리는 차 속에서도 에델바이스, 두메양귀비, 솔체꽃, 물매화 흐드러지게 핀 푸른 초원, 우거진 숲 사이로 흐르는 톨강의 차고 깨끗한 물, 푸른 초원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하얀 게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과 양떼의 풍경만 떠오른다. 

 

바이칼과 테를지, 모두 눈부신 초원이었고 야생 풀꽃들의 천국이었고 맑고 시린 물들이 흘러넘치는 뭇생명들의 고향이었다.

 


 

울란바타르에 도착해서 캐시미어 숍에서 옷과 담요 머플러 등 쇼핑을 하고 '밝은미래학교'를 잠시 방문하였다.




오후 늦은 시간은 갑자기 늦가을처럼 으스스하다. 해가 나면 나면 땡볕이요 구름 끼면 늦가을처럼 되는 것이 몽골의 여름이다.



외국 정상들을 접대한다는 서울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한식 뷔페인데, 김치와 미역국 연어회를 맛있게 먹는다.

 



 

저녁 식사 후 팰리스 호텔 앞 바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공항에 갈 시간을 기다린다.

 

여행의 끝인데, 처음에 좋은 이미지를 보여 주었던 가이드 바이라 씨가 불편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 선생은 한국에 오면 찾지 마라고 극언하고, 우택 형은 담배 한 대 주는 걸 거부하고... 나도 한 선생과 지리산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반대편 끝 멀리에 앉아 있던 바이라가 할 이야기가 있는지 가만 앉아서 내게 자기 자리 곁으로 오라고 한다. 자기가 와야 할 걸... 가이드의 본분을 잊고 고객들 곁에 필요없이 붙어 앉아 주인노릇하며 개입하는 바이라...!

 

 

새벽 1시에 이륙하는 비행기. 대기 시간이 많아 버스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놀다 11시경 호텔을 출발한다.


4시 20분 인천공항 도착, 5시 10분 수하물 찾고 작별하다.

 

숨이 막히게 후덥지근한 서울, 방으로 들어서 텔레비전을 켜자 "습도 불쾌지수 모두 높고", "서울 10년만의 최고 기온 36.2도"라는 아침 뉴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