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11) 울란바타르, 몽골 마지막 황제 복드 칸의 궁전 박물관

모산재 2014. 6. 7. 20:51

 

제 8일(8월 5일) 오전 / 울란바타르, 복드왕의 겨울궁전 박물관

 

 

팰리스호텔에서 샤워를 하며 2박 1일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의 노독을 씻어낸 다음 몽골의 마지막 황제, 복드 칸의 겨울궁전을 찾는다. 숙소 창문으로도 바라보이는 가까운 곳이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3분 거리.

 

멀리 겨울 궁전 뒤로 솟은 민둥산을 복드산이라 부르는데, 몽골의 국장(國章)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몽골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산이라 한다.

 

 

 

궁전이라고 하지만 사원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이곳은 티베트의 달라이라마처럼 제정일치사회의 수장이었던 보그드왕(자나바자르 8세)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사진 촬영하는 데 5달러를 요구한다. 뜰 풀밭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부추를 뜯어 맛보게 하는 안내원, 그게 뭐 특별한 맛이라는 걸까...

 

 

복드 칸은 몽골의 마지막 칸.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무너지면서 청나라의 지배를 받던 몽골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황제 자리에 오른다. 

 

복드 칸 부처

 

쓰촨성 리탕현 출신의 라마승으로 자나바자르의 8대 환생인 '활불'로 인정되어 몽골 라마 불교의 수장으로 있다가 신해혁명의 혼란 속에 몽골인들의 염원으로 황제의 지위에 오르긴 했지만, 1915년 중국과 러시아의 협상(카흐타 조약)에 의해 독립은 무효화되고 중국의 자치구로 복귀되고 이어 1920년 러시아 반혁명 세력(백군)의 잔당 운게른 남작에게 점령 당하며 황제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잃는다. 수흐바타르의 주도로 러시아군의 도움을 얻어 백군 세력을 쫒아내고 1921년 다시 입헌군주제에 의한 인민정부가 수립되면서 잠시 군주의 지위를 유지하였지만 1924년 사망함으로써 황제국 몽골은 지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몽골 라마교의 총수장이자 정치적 수장을 '성인(聖人)'이라는 뜻의 젭춘담바 쿠툭투(Jebtsundamba Khutuktu)라고 하는데, 이는 달라이 라마가 제1대 법왕이 된 자나바자르에게 부여한 칭호다.

 

자나바자르(Zanabazar)는 칭기즈칸의 직계 후손으로 라마불교 제1대 법왕이다. 그는 몽골 불교, 예술, 과학, 문학, 언어학 등에서 경탄할 만한 업적으로 몽골인들의 존경과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소욤보라고 불리는 문자를 창제하였고 몽골 특유의 사원 건축 양식을 창안했으며 빼어난 탱화와 불상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였다. 가축을 도축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모자와 옷 입는 법 등 수 많은 생활풍습을 만들어 보급하였으며, 종족간 분쟁을 중재하고 귀족들과 국제 정세를 비롯한 외교적 결정과 조약 서명에도 참여하였다.

 

몽골 라마교에서도 티벳불교의 달라이 라마처럼 환생한 수장이 계승하게 되었는데, 1대 자나바자르부터 최근(2012년)에 열반한 9대 자나바자르까지 있었다. 그런데, 청나라는 몽골의 결속을 염려하여 3대 젭춘담바부터는 티베트에서 환생자를 찾도록 하여 3대부터는 모두 티베트 출신들이 몽골의 자나바자르를 계승하였다. 하지만 8대 젭춘담바는 신해혁명의 혼란 속에서 독립을 적극 추진하였고 이에 호흥한 몽골국민들에 의해 내각을 만들고 황제의 지위에 올랐다.

 

젭춘담바 쿠툭(Jebtsundamba Khutuktus)=복드 활불(Bogdo gegeen) 계보

   1대(1635-1723) Öndör Gegeen Zanabazar

   2대(1724-1757) Luvsandambiydonmi

   3대(1758-1773) Ishdambiynyam

   4대(1775-1813) Luvsantüvdenvanchug

   5대(1815-1841) Luvsanchültimjigmed

   6대(1843-1848) Luvsantüvdenchoyjijaltsan)

   7대(1850-1868) Agvaanchoyjivanchugperenlaijamts

   8대(1870-1924) Agvaanluvsanchoyjindanzanvaanchigbalsambuu

   9대(1936-2012) Jambalnamdolchoyjijantsan

 

 



복드 칸의 궁전은 톨강 인근에 있는 여름 궁전과 겨울 궁전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궁전은 1893년 짓기 시작해 1903년 완공됐다. 그는 이곳을 ‘통찰력을 키워주는 사원’이라고 명명하고 이곳에서 불경을 경독하였으며 20년 간 이곳에서 생활하였다. 

 

 


복드 칸 궁전 박물관은 러시아식 2층 목조 건물과 7개의 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서양식 2층 목조 건물은 1905년 러시아 니콜라이 2세가 선물로 지어주었다는데, 20여 년간 복드 칸이 살았던 겨울 궁전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그가 세계의 왕으로부터 받은 선물, 왕의 생활용품(침대, 마차, 옷, 가구 등), 그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박제 동물 등이 전시돼 있다. 또 왕과 왕비가 실제 생활했던 침실과 식당 등 당시 궁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18~19세기 티베트 지역에서 활약했던 작가들의 불교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야외 연회의 모습을 그린 세밀화일까...

 

 

 

복드 칸이 수집을 즐겼다는 동물 박제

 

 




눈표범 150마리의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복드 칸의 게르 

 

자비를 앞장서 실천해야 할 불교 수장, 자신의 거주 공간을 위해 귀한 생명을 희생해야 했을까...  

 

 



궁전 옆에는 기념품점. 앞에는 동물들 가죽과 뿔이 걸려다.

 

 



이제는 복드 칸의 여름궁전을 돌아볼 차례...



사원 앞에는 용의 문양을 새긴 부조 벽탑이 보이고, 우리의 일주문에 해당하는 문의 양식이 솟을대문처럼 독특하다.

 

 

 

궁전이라기보다는 사원으로 보이는 전각들은 티벳식 라마사원과는 거리가 멀고 중국식(청나라) 사원 양식으로 보인다. 

 

 

 

왼쪽은 일주문에서 들어오는 정문,

오른쪽은 7개 사원 중 첫번째 사원 마하라자(廣慧寺)

 

 

  

 


마하라자(廣慧寺) 사원 편액에는 사원의 이름을 한자로 새겨 놓았다.

 

 

 

광혜사(廣慧寺), 그는 이곳을 ‘통찰력을 키워주는 사원’이라고 명명하고 이곳에서 불경을 읽었다고 한다. 

 

 

 


광혜사 안에는 얼굴색과 표정이 저마다 다른 사천왕상을 모셔 놓았으니 천왕문의 역할을 하는 곳인 듯하다.

 

 

 

 


관능적인 몸짓을 보이는 이 인물상의 정체는 무엇인가?

 

물의 요정인 압사라와 비슷하면서도 장식적인 요소들이 주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정보를 찾다 보니 이 도상은 힌두교나 탄트라불교, 라마불교에 등장하는 다키니(Dakini)로 보인다. 음차하여 '다지니천(茶枳尼天)'이라고 하는데, 시바신의 아내이자 죽음과 파괴의 여신인 칼리의 사비(使婢)인 귀령으로 라마불교에서는 나가, 가루다와 함께 제천(諸天)으로 분류된다. 


야간에 무덤에 모여서 고기를 먹고 주락난무하고 성적 방종을 수반하는 광연을 연출하는데, 탄트라 불교에서는 세계의 궁극적 실재로서의 여성 원리이며 깨달음을 낳은 지혜이기도 한 <반야바라밀>로 보고, 그것과 성적으로 유가(瑜伽, 요가, 합일)함으로써 즉신성불(卽身成佛)의 실현을 기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무슨 도상일까...?

 

 




나이단(Naidan) 사원

 



나이단은 '배움의 믿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나이딘 사원 뒤편에서 기념 사진

 

 

 


본전, 라브린(Lavrin) 사원

 



몽골어로 '노공 오르동'이라 불리는 복드 칸의 여름궁전이다. 3층 꼭대기는 복도 칸의 기도실이라 한다.


 

 

 



※ 복드칸 궁전 박물관 배치도 

 


1-벽탑  4-평화문  5-마하라자(광혜사)  10-나이단 사원 

13-본전, 노공오르동(여름궁전)  14-복드칸 겨울궁전

 

 



하지만 현재 복드 칸의 여름궁전은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된 불상 중에는 몽골 라마불교 제1대 젭춘담바인 자나바자르(1635- 1723)의 작품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자나바자르는 조각·회화·시·의료·출판·불교, 정치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업적을 남겨 ‘몽골의 미켈란젤로’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먼저 자나바자르 자신의 모습을 새겨 만든 불상.

 

 

 


다음으로 관능미가 물씬 풍기는 '녹색타라'라는 이름의 이 불상도 자나바자르의 작품이다. 

 

 


자나바자르는 불교 철학과 고대 신화를 바탕으로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통해 영혼의 거룩함을 표현하였는데, '녹색타라'와 '백색타라'라는 불상이 그것이다. 

 

타라는 관세음보살의 여성 배우자를 일컫는데, 관세음보살의 눈물에서 연꽃이 나왔고 그 연꽃에서 타라가 나왔다고 한다. 타라여신은 손바닥과 발바닥, 이마에도 눈이 있어서 중생의 모든 고통을 보고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며 라마불교권에서 널리 모셔진다고 한다. 

 

녹색타라는 생동감 넘치는 둥근 얼굴에다 연꽃을 부드럽게 쥐고 있는 우아한 모습을 형상화하여 서정시의 소재가 되었다. 백색 타라(울란바트르 파인 아츠박물관 소장)는 아름다운 처녀의 성숙해가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다음의 것도 자나바자르의 작품. '21 타라'라는 제목이 적혀 있는데, 그 일부인 듯하다.

 

 

 

 


전시된 기타 불상들...


이 불상들이 모두 복드 칸 자신의 모습을 본뜬 것들일까...

 

   

  

 


 

"장수를 위한 아미타불, 20세기초, 티벳·폴란드 양식'이라고 설명해 놓은 불상. 폴란드 양식의 불상도 있는지...

 

 



※ 참고로 다음 포스팅에서 복드 궁전박물관에 전시된 국보급 걸작 몇 편을 고화질의 VCM 자료로 소개한다.

   => http://blog.daum.net/kheenn/15856367

 

 



한때 온 세계를 호령하던 칭기즈칸의 후예는 사라지고, '활불'이란 이름으로 티벳에서 파견온 라마승이 정치적 종교적 수장 노릇을 하다 이제 그 주인마저 사라져버린 궁전은 잡초만 우거졌다. 맥수지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궁전은 아닐지라도 중생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고 스님이 수행하는 도량으로라도 이어졌으면 좋으련만 모든 것이 박제된 듯한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