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10) 시베리아 횡단 열차, 이르쿠츠크에서 울란바타르로

모산재 2014. 6. 5. 00:35

 

제 6일(8월 3일 저녁)~제 8일(8월 5일) 아침  

이르쿠츠크-나우세키역-수흐바타르역-울란바타르

 

 

 

 

이르쿠츠크에서 울란바타르까지 2박 1일의 기차 여행.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달리다가 울란우데에서 몽골 종단 노선으로 들어서게 된다.

 

 

4인 1실,  2층으로 된 침대칸은 냉방이 되지 않는 찜통이다. 뚱뚱한 몽골인 여자가 우리 칸 침대의자를 들치더니 빼곡히 차 있는 보따리들을 챙긴다.

 

 

 

스베따와 작별을 고하고 9시가 넘어 기차는 출발했다. 기차는 오늘 밤 내내 다시 슬루잔카를 지나 바이칼 호수의 남쪽을 끼고 돌면서 울란우데를 향해 갈 것이다. 열어젖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다행이다.

 

 

4인 1실 침대칸은 바깥은 통로, 안쪽은 상하 2층으로 되어 있다.

 

 

 

침대칸 통로

 

 

 

 

침대칸 아래층

 

 

 

 

침대칸 위층

 

 

 

 

 

 

출발한 지 그리 시간이 흐른 것 같지 않은데, 비대한 몽골인 여승무원이 다가오더니 1인당 1달러씩 돈을 내라고 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대가로 돌아온 것은 차 한 잔... 이게 뭐지?

 

 

 

시간이 지나 어둑해지면서 함께 모여 맥주를 마시며 여행의 즐거움을 나눈다.

 

여행사에서도 스베따도 식당칸이 없다고 했는데, 우리가 ‘깐돌이’라고 별명을 붙여준 몽골인 보따리 장수 청년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참새의 방앗간처럼 돌아가면서 식당 칸을 들락날락하며 '맥주 10병 14달러'의 릴레이가 이어지고, 한껏 달아오르고 화기애애한 술자리는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어둠에 잠긴 바이칼 호수는 달리는 불빛 속에 시끄럽게 떠드는 이방인들의 모습을 밤새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 이미 환하다. 엊저녁 마신 술이 꽤 되지만 몸이 그리 나쁘지 않다. 볼일 보고 세수하며 줄 서는 분주한 시간이 지나고, 아침은 라면으로 때운다.

 

 

가라앉은 아침, 모두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눈길이 팔려 있다.

 

 

 

10시 무렵, 바이칼처럼 길고 넓은 호수가 한동안 펼쳐진다. 어느 사이 울란우데를 지나고 철길은 하바로프스크와 울란바타르의 갈림길도 지난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의 작별이다.

 

 

 

 

 

 

그리고 정오에 가까워지니 호수는 강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모든 물들이 바이칼로 흘러드는 최대의 강인 셀렝가강임이 확실하다. 몽골의 거의 모든 강들은 셀렝가로 흘러들어 바이칼에 이른다. 몽골 테렐지의 물도 톨강을 지나 셀렝가로 흘러든다.

 

 

 

 

 

 

 

그리고 넓은 초원과 하천을 낀 습지들이 나타나고...

 

 

 

 

 

 

 

12시를 지나 작은 도시의 역에서 기차는 긴 여행을 접고 주저앉아 버린다. 역사에 걸려 있는 러시아어를 떠듬떠듬 맞춰 읽어보니 '나우시키'이다.

 

몽골과 국경을 마주하는 역이라 통관을 위해 여섯 시간 정도 머문다고 한다. 여섯 시간이라니...! 환장할 일이다.

 

 

 

 

 

 

점심을 또 사발면으로 때우고,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플랫폼으로 나온다. 옷이 살짝 젖을 만큼의 가벼운 빗방울이 떨어진다.

 

모두들 플랫폼 나무 그늘 주변에 앉아 막막하기 짝이 없는 시간을 기다린다.

 

 

 

 

 

아일랜드인 청년들이 공을 차고 논다. 우택 형이 거기에 끼어들더니, 어느새 원기 형과 한결이와 팀을 이루어 ‘월드컵’ 풋살 경기를 벌인다. 골이 터질 때마다 차창으로 내다보며 응원하는 상대팀 일행 여성들과 우리 편의 함성이 터진다. 아일랜드 청년들의 세련된 발놀림과 우리 팀의 다부진 투지가 대표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구러 시간을 보내다, 쪽문으로 빠져나가 장터를 만난다. 우리의 시골장보다도 더 초라한 작은 시장. 옷과 신발, 먹을 것 정도의 소박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다.

 

 

 

 

 

 

나우시키역의 뒷모습

 

 

 

 

 

">빗방울이 듣고... 다시 하염없이 나우시키 역사 앞에 서서 기다리는 우리들.

 

국경을 통과하는 데 여섯 시간이나 필요하다니... 입 안에서는 절로 '나 이시키들!' 하는 욕이 튀어 나온다.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여권과 비자를 심사한 후 오후 6시가 지나서야 기차는 출발했다.

 

 

 

 

거기서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국경에서 기차는 서 버린다. 산등성이로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국경선 목책이 보인다.

 

 

또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고, 몽골인 승무원과 국경의 관리들은 통로로도 나오지 못하게 고압적 통제를 한다.

 

 

 

 

 

수현 형이 화장실 사용 문제로 ‘열 받아’ 언성을 높인다. 그러잖아도 몽골인 보따리 장수들이 승무원들과 유착하여 관리들의 눈을 피해 보따리들을 창 밖으로 내던지는 걸 보며 눈이 시어 있는 참에….

 

화장실도 봉쇄한 채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리게 되자 방광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페트병으로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한다.

 

 

 

시간이 꽤 흘러서야 기차는 출발하고, 7시 50분 다시 몽골의 국경 도시 수흐바타르 역에 도착한다. 수흐바타르는 셀렝게 주의 주도로 몽골의 독립 영웅 담딘 수흐바타르에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것은 여전하고, 여권과 얼굴을 일일이 대조하며 “stand up!", "sit down!" 범죄자 취급하는 듯한 명령에 승객들은 분개해 한다.

 

 

차창 밖 씻지 못한 까만 얼굴의 아이들이 몰려든다. 차창을 올려다보며 페트병, 빈 캔, 음식물 등을 받으려... 차창 밖으로 무더기로 던져지는 쓰레기 봉지들을 뒤지고 음료수가 남아 있는 병들을 발견하면 두껑을 열고 마신다. 이를 어째... 기차 안에 갇혀 있을 때 페트병에 생리를 해결하기도 했는데, 무심코 이를 던져 버린 우리 일행의 당혹감...!

 

 

 

 

 

 

어느 사이 기차는 다른 객차는 떨궈 버리고, 침대칸 2량만 남았다.

 

9시가 넘어서야 기차는 출발한다. 배는 고픈데 먹을 것이라곤 사발면과 햇반. 아침 점심에 이어 저녁도 또 사발면에 햇반으로 때운다. 새벽 1시가 넘어 기차 안에서의 두번째 잠자리에 든다. 내 잠자리엔 이 선생이 이미 자고 있어 다른 곳을 찾아서 잔다.

 

 

 

꿈결에도 덜커덩 덜커덩 기차는 달리는데, 바깥 통로의 부산한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다. 잠을 깨니 5시 40분이다. 울란바타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어두움이 걷히지 않았는데, 우택 형이 똥그래진 눈으로 침대칸을 돌며 바지를 찾아 헤매고 있다. 물건들을 어디에 두었는지 자주 찾아 헤매며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택 형!

 

 

 

6시 10분, 마침내 울란바타르 역에 도착한다. 그리 멀지 않은 이르쿠츠크-울란바타르 기차 여행은 두 밤이나 보내고서야 끝났다. 국경 통과에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기이한 여행...

 

 

이번 여행의 첫날 숙소였던 팰리스호텔로 들어가 아침 식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