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7) 알혼섬 트레킹, 부르칸 바위-후지르마을-하보이

모산재 2014. 5. 31. 01:32

 

제 5일(8월 2일) / 알혼섬 트레킹

 

 

9시쯤 일어나다. 우리 나라와 경도 차이가 두 시간쯤이니 7시쯤이다. 

 

엊저녁 일찍 잠자리에 든 원기 형이 숙소 안팎 널려 있던 술자리를 깔끔하게 청소해 놓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알혼섬 트레킹에 나섰다. 원래 계획은 유람선 여행이었는데, ‘알혼 섬 피크닉’으로 바뀌었단다. 다행이다. 배를 타고 바라보기보다는 섬 구석구석 발로 밟고 다니는 게 여행의 참맛일 것이다.

 

어제 알혼 섬에 들어올 때 그대로 3대의 차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우리 차는 성수, 원기 형과 한 선생, 신 선생, 그리고 스베따.

 

 

 

제일 먼저 들른 곳은 후지르 마을 근처에 있는 부르칸 바위. 

 

 

 

독도를 연상시키는 듯한 저 바위가 세계 샤먼들의 최고 성소 부르칸 바위다. 칭기즈칸의 무덤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부르칸 바위에서 거북바위 쪽으로 돌아본 해안 풍경.

 

많은 사람들이 백사장에서 휴양을 즐기는 모습이 해수욕장 같은 분위기다. 언덕 너머로 후지르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부르칸(Burkhan)은 부랴트족의 창조 설화에 나오는 창조주를 가리킨다. 

 

샤먼 바위 아래에는 바위를 관통하는 길이 12m, 4,5m의 동굴이 있다고 하는데 부랴트인들은 이 동굴에 바이칼의 주인 '에진(부랴트어로 ''이라는 뜻)'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예전에는 '돌의 사원'이라고 불렸으며, 이곳을 시원지로 하는 코리부랴트족은 이곳을 신성시하여 샤먼 이외에는 아무도 이 장소에 접근할 수 없었고, 이곳을 지날 때는 말의 발굽 천이나 가죽으로 감싸 말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게 했다고 한다. 바이칼의 신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종족의 샤먼이 이 동굴을 방문해왔고, 지금도 많은 샤먼들이 이곳을 찾아 굿판을 벌인다고 한다.

 

 

이 바위를 우리 민족의 시원과 관련시키는 주장도 있다.

 

부르칸이라는 이름은 우리말로 '밝은 칸'이니 곧 천신(단군)이라 할 수 있다. 몽골족의 여시조(女始祖)는 알랑고아로 그 아버지는 코리족인데 바로 '사냥꾼과 선녀' 신화에서 백조의 아들로 태어난 11형제가 바로 코리족이다. 이들 중에서 남하하여 부여족이 되었다고 한다. 또 알랑고아를 주몽의 딸이라는 보는 설도 있다. 이렇게 보면 불칸바위는 코리족의 시원이자 우리 민족의 시원이 되는 것이다.

 

 

 

샤먼 바위 앞에서 바이칼 물을 느껴보겠다고 모두들 발목을 걷고 물 속으로 조심스레 들어선다.

 

 

 

골수로 전해지는 한기에 발목이 끊어지는 듯, 30초를 견디기가 쉽지 않다. 한겨울 2~3m 두께로 언 바이칼의 얼음은 6월이 지나서야 겨우 녹는다고 하는데, 그 얼음장 물이 얼마나 시릴지는 상상할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물속을 들락날락한다. 바이칼의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면 5년, 발을 담그면 10년 젊어진다니 15년 젊어져 돌아간다면 여행 경비의 수십 배의 이득을 보는 건 아니겠는가. 

 

 

 

 

바이칼은 40m 깊이까지 시력이 미칠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그런데 바이칼의 수질을 이렇게 맑게 유지되는 것은  1.5mm 크기의 보코플라프라라는 새우 때문이라는데, 이 작은 생물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호수의 청소부 역할을 한단다. 

 

바이칼에는 2,5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데, 그 가운데 4분의 1가량은 이곳만의 특이종이라 한다. 물론 별미 훈제로 널리 알려진 오물이 대표 어종이고, 북극해에서 비밀 수로를 통해 왔다는 바이칼 물범, 지방이 많아 햇볕을 쬐면 버터처럼 녹아버린다는 골로미양카와 같은 희귀동물이 서식한다.

 

 

 

언덕배기 소떼들이 풀을 뜯다 내려가 물을 마시는 모습이 경이롭다.

 

 

 

부르칸바위 동쪽 너머 해안 풍경

 

 

 


후지르마을의 감자밭.

 

러시아인의 주말 별장 다차 모양으로 울타리 안에 감자밭이 있다. 감자꽃이 피었다.

 

 

 

 

일혼섬의 중심, 후지르 마을 전경

 

 

 

 

 

바이칼 호수가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라면 알혼섬은 바이칼 호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섬 주민의 수는 1,500 명을 넘지 않는데, 대부분 이곳 후지르에 산다. 주민은 거의 부랴트인들이고 러시아인들도 소수 살고 있다.

 

 

후지르 향토박물관.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낫 등 농기구 등 소박한 생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후지르 마을의 학교.

 

지붕 마루에 갈매기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왼쪽은 까페, 오른쪽은 미니마켓인 후지르마을 최대 슈퍼마켓. 식료품과 음료, 술은 물론 관광기념품도 판다.

 

 

 

 

향토박물관을 돌아본 다음, 알혼섬 일주 투어에 나선다.

 

바이칼 호수 속에 있는 섬이라 해도 알혼섬은 그리 작은 섬이 아니다. 바이칼 호수 모양을 빼닮은 섬의 남북 길이는 71.7km나 되고 폭도 15km에 이를 정도, 면적은 730 평방 킬로미터니 제주도 절반에 못 미치는 넓이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

 

 

세 대로 나누어 탄 차량은 섬의 북쪽을 향해 달린다. 

 

중간 산악 숲으로 접어들기 전 스베따가 갑자기 “이게 울혼 섬의 가장 큰 강이에요.”라고 하기에 두리번거리며 강을 찾는데, 잠시 차가 덜컹 하고 지나간 실개천보다도 더 작은 도랑을 가리킨 것임을 알고 헛웃음을 웃었다.

 

나무가 없는 섬이라더니, 산길은 울퉁불퉁 꽤 험해 차가 요동칠 때마다 “얼쑤!”, “얼씨구!”를 외친다.

 

 

산길을 벗어나자 높지 않은 언덕을 거느린 평탄한 초원으로 길이 이어진다.

 

 

 

스베따가 '알혼'은 '나무가 드문', '메마른'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라고 전해 준다. 떠도는 이야기로는 원래 이름이 ‘아이홍’인데 17세기 러시아인들이 이곳을 정복하면서 '오르혼(Orkhon)'으로 잘못 발음하며 와전된 말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몽골에서 가장 긴 강의 이름이 바로 오르콘강이다. 이 강이 셀렝가강으로 합쳐지고 셀렝가강은 바이칼로 흘러드는 가장 거대한 물줄기를 이룬다. 우리는 오르콘(Orkhon)이라 발음하지만 몽골인들은 오르홍, 어르헝, 아르항 등등으로 발음한다는데, 똑 같은 알파벳으로 표기되는 알혼이란 이름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삼형제바위에 가까워지면서 툭 트인 넓은 바다(발쇼예 모레)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바다의 빛깔은 그 깊이만큼 짙푸르러진다.

 

 

 


그리고 삼형제바위.

 

샤먼의 왕이 아버지를 이어 샤먼이 되고자 하는 아들 삼형제가 금기를 어기자 바위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에델바이스, 용담, 패랭이, 톱풀 등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드디어 알혼섬의 최북단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다.

 

넓은 바다 쪽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 눈이 시리게 푸른 좁은 바다와 넓은 바다를 칼날처럼 가르는 능선을 따라 길이 나 있다.

 

신 선생은 “바다의 푸른빛이 너무 좋아요.”하며 넓은 바다 쪽 벼랑으로 이어진 칼날 능선 위를 춤추듯 가는데, 나는 오금이 저려 두어 걸음 안쪽으로 걷는다.

 

 

 

그 끝을 하보이라고 하는데, 원주민 말로 '송곳니'란 뜻을 가진 말이란다. 바다에서 보면 바위가 뾰족한 송곳니처럼 솟은 모습으로 보인단다. 

 

모두들 오색의 천조각이 휘날리고 있는 세르게(오보) 곁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   

 

 

 

현지인들을 이 바위를 '처녀, 아가씨'라는 뜻의 '데바'라 부른단다. 부랴트 전설에 따르면, 자기 남편이 가진 궁전 같은 집을 자신에게도 달라고 소원을 빈 욕심 많은 여인을 텡그리(바이칼 샤먼)들이 돌로 바꾸어 버렸다고 한다.

 

 

하보이 곶은 최고의 명상 장소로 알려져 있다. 호보이 곶의 바위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면 높이에 최대 길이가 22m에 이르는 동굴이 여러 개 있는데, 겨울에만 접근이 가능하다고 한다.

 

 

 

솔체꽃

 

 

 

 

하보이곶에서 온갖 풀꽃들이 만발한 초원의 언덕을 가로지르는 트레킹 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용담 

 

 

 

비탈의 화려한 꽃밭을 지나 공터에 이르니 기사들이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사냥꾼식 식사라는 음식의 메뉴는 빵과 오물탕.

 

 

 

 

멀건 물에 바이칼의 물고기, 오물을 넣어서 끓이는 오물탕이 무슨 맛이 있을까 싶은데, 고추장을 풀어 먹으니 정말 만족스런 맛이 나온다. 오물 맛이 좋다더니 과연 그렇다.

 

 

 

 

점심 식사 후 산 언덕 너머 넓은 바다 쪽으로 이동한다.

 

 

알흔섬에서 유일한 몽돌해변이라는 우주릐 마을. 마을 뒤로는 넓은 목장이 펼쳐진다.

 

 

 

 

 

 

돌아오는 길, 우주릐의 초원에는 고혹적일 정도로 푸른 엉겅퀴꽃들이 만발하였다. 차를 멈추게 하고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자제했는데...) 

 

초원 풀숲엔 프레디독과 비슷해 보이는 작은 동물들이 오똑하니 서 있거나 달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차가 엔진 과열로 잠시 서 있는 시간, 흐드러지게 핀 에델바이스 꽃들을 담아 보았다.

 

 

 

 

 

 

‘피크닉’ 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모두들 돌아가며 샤워를 즐긴다.

 

한결이와 비슷한 나이의 소년이 물을 퍼 나르고, 장작을 패서 불을 때서 온수를 만든다. 샤워실 뒤쪽엔 불 때는 보일러가 있다. 자작나무로 두드리는 반야 사우나는 아니라도 바이칼 호숫물로 샤워하고 나니 바이칼의 기운을 받은 것처럼 정말 개운하다. 

 

 

저녁 식사는 계란 비빔밥으로 보이는 밥과 오물 구이.

 

 

저녁 식사 후 다시 엊저녁 그 자리에 모여들어 모닥불을 피운다. 잘 나서지 않던 김 선생이 노래를 하면서 70년대 포크송이 합창으로 알흔섬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10시가 됐는데도 하늘은 밝다. 특히 북서 방향의 하늘이.

 

그 이유가 뭘까 잠시 의견이 오고가다. 백야 현상일 거라는 의견과 보름에 가까운 달빛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2시간 가까운 시차를 생각한다면 밝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백야 현상은 지구 자전축이 태양 빛에 대하여 23.5도 기울어진 현상으로 생기는 것인데, 과학적인 의미로 따진다면 66.5도 이상의 북극권에서만 완전한 의미의 백야가 생길 수 있다. 알혼 섬의 위도가 50도가 넘으니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백야 현상이라고 말하기에는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병철 형이 내일 이르쿠츠크 일정과 관련해 데카브리스트의 난에 대해 잠시 교양 강의를 하다.

 

 

 

 

 

 

우택, 원기, 성수 형과 오, 신 선생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그 외의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알혼섬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