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6) 알혼섬에서 첫날, 샤먼과의 만남

모산재 2014. 5. 30. 17:51

 

제 4일(8월 1일) 저녁 / 알혼섬에서 첫날, 샤먼과의 만남

 

 

 

빅토르 씨와 아들 커플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배를 타고 알혼 섬으로 건너간다.

 

나무라곤 보이지 않는 초원의 등성이를 타고 한 시간 가까이 달려 섬에서 가장 큰 후지르 마을에 도착했다. 매점에서 술과 음료수를 사고 근처 천막(유르트)촌에 도착했다. 6시 무렵...

 

 

바이칼의 푸른 물결이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그림 같은 풀밭 평원. 유르트에 배낭을 푼다. 스베따 양은 우리 숙소 뒤쪽 식당 동 옆에 텐트를 쳤다.

 

 

 

 

 

저녁 먹을 때까지는 자유시간.

 

작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

 

 

 

 

 

 

바다로 이어지는 언덕엔 큰키나무들이 성긴 숲을 이루고 있다.

 

 

 

 

 

숲 아래엔 풀꽃들의 세상이다. 국화과의 아스터, 구절초, 솜다리, 패랭이, 장구채 종류, 달구지풀, 그리고 알 수 없는 꽃들...

 

수많은 풀꽃들이 저녁 햇살에 눈부신 미소를 보내며 서늘한 바람에 산들거리고 있다.

 

 

 

 

 

 

 

 

푸른 바다를 띠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백사장을 바이칼의 잔잔한 물결이 쓰다듬고 있다.

 

물가로 내려가서 산책을 하기도 하고 꽃을 찍기도 하고, 혹은 바이칼의 조약돌을 줍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 다.

 

 

 

 

 

 

북국의 여름, 해가 이울면서 바람이 차가워진다.

 

수현 형이 육포를 가져오고 자연스레 보드카를 마시는 자리가 만들어지다. 병뚜껑으로 잔을 돌리며, 우리는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역시 시베리아에는 보드카가 잘 어울리는 술이다.

 

병철 형이 단소를 꺼내 연주하고, 청아한 선율이 바이칼 수면으로 흘러내린다.

 

몸이 조금 따스해지자, 러시아 꼬마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끼어들어 잠시 같이 놀기도 한다.

 

 

 

 

 

저녁 식사는 겔 촌의 식당에서 파스따와 닭고기. 느끼한 뒷맛을 달래려 보드카 잔을 기울인다.

 

 

저녁을 먹은 뒤 야영지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언덕배기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부랴트 샤먼으로부터 샤먼의 설화를 듣는다.

 

 

 

 

 

5대 세습 샤먼 발렌틴. 그는 부랴트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 문화대학과 라마교 대학을 나온 석사 출신의 샤먼이다. 오른쪽 엄지가 둘인 그는 이 육손이 타고난 샤먼의 특성이라고 말한다.

 

샤먼의 설화, 스베따가 통역을 하였지만 '바이칼', '우주', '신'이란 말만 띄엄띄엄 들릴 뿐 잘 알아듣기 어렵다. 아마도 우리의 '나무꾼과 선녀' 전설과 비슷한 부랴트족의 기원 신화(무가)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부랴트인의 조상인 호리도이는 어느 날 사냥을 하다가 알혼섬을 헤매게 됩니다. 그러다가 하늘에서 세 마리의 백조가 땅에 내려와 앉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세 마리 백조는 곧 예쁜 아가씨들로 변했습니다. 곧 아가씨들의 옷을 벗어 호숫가에 두고 목욕을 하는데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호리도이는 그 중 한 아가씨의 옷을 감춥니다.

결국 옷을 잃어버린 아가씨는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호리도이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두 사람사이에 열 한명의 아들들이 태어났습니다. 그들을 통하여 장차 브랴뜨의 11개 종족이 이뤄지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 나이 들어 늙었을 때 아내는 남편에게 처녀 때 있었던 옷을 한번 입어보게 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아무 뜻없이 남편은 옷을 내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그 옷을 입자마자 곧 백조로 변하였고 유르트(브랴뜨인의 전통가옥)의 연기 나가는 통로로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브랴뜨인들은 백조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하늘을 향하여 홍차나 우유를 뿌립니다.

 

 

또 샤먼의 춤을 추는 시간도 가진다. 어떤 맥락에서 사용한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불교 용어인 ‘젠-’이란 말을 여러 번 쓰며 다 함께 복창하게 하고... 우리의 강강술래가 부랴트족의 춤과 비슷하다며 갑자기 강강술래, 진도아리랑으로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게 재밌게 보였는지 어느 사이 러시아 꼬마들이 슬그머니 자리에 끼어들어와 앉았고, 병철 형의 단소 연주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 다시 숙소로 들어와 술 파티를 벌인다. 이미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이다.

 

병철 형은 단소, 우택 형은 하모니카 불고... 그러다 다시 노래 부르고 춤추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밤이 꽤 깊어진 시간인데, 야영촌 언덕 숲 위엔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다. 우택 형이 언제 다녀왔는지 식당 옆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노는 러시아 청춘 남녀들로부터 동의 받았다고 하여 그들과 합류하기를 제안한다

 

 

그렇게 해서 함께 한 자리...

 

서투른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가 조금 어우러지는데 시사 이야기에 뭔가 못 마땅한 건지 한 러시아 남자가 "Japan yes, Korea no." 라 외치며 한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푸틴체제가 들어서면서 강한 러시아에 대한 열망을 푸틴에게 투사하고 있는 듯하다. 작은 나라 한국인들이 설치는 듯하는 게 자존심을 건드리는 듯 못마땅한 모양이다. 러시아 남자들 정서는 다 비슷한 듯하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레닌, 푸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의 빛을 드러내더니 날카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 선생님이 능숙한 영어로 사태를 설명하며 수습을 한다.

 

기분이 한껏 오른 오 선생만은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빨간 스웨터를 입은, 활달하고 예쁘장한 러시아 여자와 서투른 대화를 한다. 러시아 여자는 드물게 능숙한 영어 솜씨로 대화를 이끈다. 그러나, 술이 거나하게 된 우리는 대강이라도 알아들을 만큼의 집중력을 잃고 구경꾼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