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과스 황금박물관을 둘러본 다음 지우펀(九份)을 향해 출발한다.
험한 산길을 오르노라니 주변 산 봉우리들이 빈틈없이 무덤으로 가득하다. 이곳의 무덤은 무덤이라기보다는 거의 주택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인데, 무덤에는 후손들의 경제적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죽어서조차 공평하지 못한 대만 사람들... 가이드 양반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모두 육수라고 농을 떤다. 잠시라도 차를 세워 무덤들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비바람 몰아치는 길에서 그럴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말았다.
아홉 가구만 살았다는 작은 산간마을, 지우펀. 1893년 금맥이 발견되면서 일제 강점기에 호황을 누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쇠락하다가 1971년에 폐광되었다. 그런데 1989년에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도착한 곳은 일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앞. 바로 오른쪽 골목으로부터 지우펀 골목 여행이 시작된다.
건너편에 있는 녹색 지붕집이 관해정이라는 정자인데,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 좋다고 하는데, 비가 몰아치는 날씨에 시계가 안 좋으니 정자 위에는 사람의 흔적조차도 없다.
※ 지우펀 안내도
지우펀 골목 여행은 군것질거리(샤오츠=小吃)와 공예품 상점으로 가득한 길인 지산지에(基山街)를 따라 옆으로 이동하다가 찻집이 늘어선 돌계단 급비탈길인 수치루(竪崎路)로 내려서면서 끝난다.
지산지에 입구, 흑돼지 소지지 집에서부터 먹자거리가 시작된다.
토란 순두부(芋圓豆花)에 생강즙을 첨가한 빙수?
위위안(芋圓)은 토란 완자요 또우화(豆花)는 순두부. 어딜 가도 위위안(芋圓)이 적혀 있으니, 대만 사람들의 토란 사랑이 대단하다. 이들 재료 외에도 감자, 호박, 고구마 등을 빚어 끓이고 삶은 팥을 넣고 얼음이나 시럽에 담가 먹는 모양이다.
공예품거리도 있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붓가게도 있다.
방 안을 장식할 노리개들...
땅콩, 참깨, 토란, 망고, 리지, 살구 등의 과일과 곡식으로 만든 먹거리들...
펑리수 가게이지 싶다.
어묵과 어묵탕을 파는 곳. 여기서는 위완(魚丸)이라고 불리는데 고기 반죽에 다시 생선 반죽으로 감싼 어묵이다.
MISTY 라는 상점. 비스킷 등 과자가 맛있다고 한다.
파인애플(펑리), 녹두 등 각종 재료로 만든 전병 가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땅콩말이 아이스크림(花生捲冰淇淋). 땅콩을 넣은 엿을 대패로 깎아서 가루로 만들어 둥근 전병에 올리고 아이스크림을 말아서 먹는다.
파인애플 케익인 펑리수(鳳梨酥)...
다양한 종류의 빵들. 토란빵인 위터우수(芋頭酥), 녹차빵 뤼차수(綠茶酥), 고구마빵 판슈수(蕃薯酥) 등...
이 외에도 군것질거리로는 고구마 완자인 디과위안(地瓜圓), 토란에 찹쌀을 섞어 만든 위궈치오(芋粿巧), 짭짤한 멸치가 잔뜩 들어 있는 초우자이궈(草仔粿) 등이 있다.
패션까지...
건강식품 매장인 듯...
이렇게 두리번두리번 한눈 팔며 걷다보니 어느 새 지산지에 골목거리는 끝나고 작은 사거리에서 위아래로 연결되는 가파른 돌계단 골목이 나타난다. 이 길이 수치루(竪崎路)다.
위쪽으로 지우펀에서 가장 오래된 위위엔 집, '아감이모네 토란 완자(阿柑姨芋圓)'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이고...
돌계단으로 된 이 수치루는 지우펀의 최초 도로라고 한다. 300여 개에 이르는 이 돌계단길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오늘의 지우펀을 만들었다.
눈 요기, 입 요기 하느라 지산지에(基山街)에서 지친 발걸음, 수치루에 이를 때쯤이면 조용히 앉아서 쉬고 싶어진다. 수치루는 이런 기대에 맞게 찻집이 들어서 있다. 가파른 계단길을 끼고 있어 전망도 좋다.
바로 눈 앞에 영화 '비정성시'를 촬영했던 '베이칭청스(悲情城市)'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이 된 '아메이차루(阿妹茶樓)가 보인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집!
시간으로 보면 아직 불이 켜질 시간이 아닌데, 안개비가 몰아치는 날씨라 벌써 홍등에도 불이 들어와 그림같은 저녁 풍경을 자아내고, 나그네는 잠시라도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어진다.
일행을 기다리고 잠시 비를 그을 겸 아메이차루로 들어선다.
그림들이 가득 걸려 있는 통로에 앉았는데, 창문에는 안개가 가리고 있어 바깥 풍경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차라도 한잔 하며 정담이라도 나누면 좋을 듯한데, 일행들도 다 어디로 흩어졌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면 아래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을...
출처 : 구글 검색
비바람이 하도 거세게 몰아쳐서 북적대던 계단길에 사람들의 흔적조차 뜸해져 버렸다.
화려한 홍등이 여행자의 마음을 자꾸만 붙드는데, 떠나야 할 시간이 다 되었다. 내려다본 풍경은 비바람과 안개에 다 지워지고 젖은 도로엔 갈길을 재촉하는 버스만 우두커니 기다리고 섰다.
너무나 짧은 시간, 골목만 한 바퀴 후다닥 쫓기듯이 돌아보고 떠나는 여행이 몹시도 아쉽다.
저녁을 먹고 호텔 방에서 마침 생일을 맞이한 성 선생님을 위한 조촐한 자리를 가지며 대만 여행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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