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화순 운주사 (5) 와불과 칠성바위

모산재 2014. 2. 11. 11:33

 

이제 운주사의 화룡정점이라 할 만한 와불과 칠성바위를 향하여 출발합니다. 두 석조물은 대웅전 서쪽 산능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웅전에서 와불로 가는 길입니다. 길을 올려다보면 눈길이 머무르는 자리에 탑 하나가 보입니다. 이렇게 눈길이 멈추는 곳마다 탑과 불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이런 점이 운주사를 찾게 만드는 즐거움입니다.

 

 

 

길 중간에서 돌아본 전각들

 

 

 

다가서보니 5층석탑(문화재자료 256호)과 6층석탑이 나란히 있습니다.

 

 

 

이 탑들은 지금까지 본 탑과는 달리 신라계 석탑의 양식을 제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두툼하고 직선적인 지붕돌에는 층급받침도 또렷이 새겨져 있고 탑신엔 모서리기둥도 새겨져 있습니다. 6층탑은 7층탑의 윗부분이 소실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경사진 너럭바위에 홈을 파고 세운 또 하나의 7층석탑이 나타납니다.

 

 

 

얇은 지붕돌에 처마귀가 솟은 것이 백제계 탑의 특징을 보입니다. 탑신에 교차 문양을 새겨 놓은 것이 운주사 석탑에 보이는 지방적 양식이 보태진 듯합니다. 

 

 

두 탑이 서 있는 바위를 거북바위라 하는데, 그 아래에 많은 석불들이 늘어서 있어 눈길을 끕니다.

 

 

 

10여 기의 돌부처들이 거북바위를 지붕삼아 자리잡고 있는데, 그런 탓으로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어서 이곳의 다른 돌부처에 비해 보존 상태가 아주 양호해 불상의 윤곽이 아주 또렷하게 보입니다. 

 

 

 

운주사 불상 중에서 석질도 최고인데, 새겨진 둥근 얼굴 선과 눈과 코가 매우 총명한 인상을 주고 법의 자락도 꽤 수려하고 예술적인 멋을 보입니다. 

 

 

 

 

 

와불 바로 아래에 이르자, 서 있는 부처 하나가 나타납니다. 

 

 

 

이 석불상을 와불을 모시는 부처라 해서 시위불이라고도 하고 머슴불이라고도 부릅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이 돌부처는 천불천탑 설화에서 와불울 세우려는 순간 새벽닭 우는 소리를 낸 동자승이 벌을 받아 변한 불상이라는 설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와불에서 떼어낸 바위의 일부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유명한 운주사 와불입니다.

 

 

 

원래 와불(臥佛)은 '석가모니가 누워 돌아가신 모습을 새긴 열반상'을 가리키는 말인데, 운주사 와불은 그런 불상이 아닙니다. 두 부처님은 각각 좌불(앉은 모습)과 입상(선 모습)으로 자연석 위에 조각된 채로 세워지지 못하고 누워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열반상이 아니라 좌불과 입상의 형태로 누워있는 부처님이니, 이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형태의 와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운주사의 상징이자 랜드마크인 와불, 국보나 보물쯤 되리라고 생각할 텐데 뜻밖에도 지방문화재(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 273호)로 지정되어 있을 뿐입니다.

 

 

좌불은 높이 12.7미터로 비로자나불, 입상은 높이 10.26미터로 석가모니불로 봅니다. 그래서 바로 아래에 서 있는 시위불을 노사나불로 보고, 비로자나불을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이 입시한 삼존불상을 어딘가에 세우려 했던 것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부부불상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부부불처님이란 개념이 존재할 수는 없겠지요.

 

두 불상이 거의 정확히 남북으로 향하고 있어 이 부처님이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전설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와불을 지나 칠성바위를 향해 능선길을 내려서 가노라면 천불천탑의 채석장으로 추정되는 너럭바위를 지나게 됩니다. 

 

 

 

 

채석장 터를 지나면 7층석탑(유형문화재 281호)과 함께 칠성바위가 나타납니다.

 

 

 

북두칠성이 바로 이곳에 그대로 내려와 앉은 듯 원반형으로 다듬은 바위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십수 년 전 KBS '역사스페셜'에서 운주사 석탑들이 별자리를 땅에 구현해놓은 천문도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큰 관심을 모은 일이 있습니다.

 

운주사의 탑 배치가 일등성 별의 배치와 닮아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인데, 칠성바위는 원반 지름과 크기, 배치 각도가 밤하늘의 북두칠성의 밝기와 방위각과 매우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와불은 바로 북두칠성과 대칭되는 북극성의 자리에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북두칠성은 농사의 풍요, 생명의 관장, 죽은 영혼이 돌아가는 별로 믿어져 왔습니다. 원시시대 고인돌 관뚜껑이나, 고구려 장군총, 무용총 무덤에도 북두칠성이 찍혀져 있고, 사람이 죽으면 칠성판이라는 이름의 관을 썼습니다. 옛날 여인들이 정한수 떠 놓고 빌었던 대상도 칠성님이었고  불교에서도 우리 민간 신앙을 받아들여 삼신각이나 칠성각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북두칠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해 놓은 것은 운주사에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것입니다. 

 

 

 

포근한 날씨 눈발이 쌓여 녹아내리며 고드름을 달았습니다.

 

 

 

 

칠성바위를 지나니 길은 골짜기로 내려섭니다.

 

 

그리고 일주문에서 처음 만난 9층탑과 석불상들이 시야로 들어옵니다.

 

 

 

건너편에서 줌인하여 본 9층탑과 거지탑입니다.

 

 

 

 

 

이렇게 해서 운주사 여행은 끝이 납니다.

 

돌아오는 길, 온 세상이 거센 눈발 속에 갇혀 버립니다. 차를 세우고 짜장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먹으며 잠시 쉬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