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단풍에 물든 하회마을의 가을

모산재 2014. 1. 24. 12:09

 

단풍 곱게 드는 11월 초, 안동 하회마을을 찾습니다.

 

벌써 한 다섯 번은 찾은 마을인지라 오늘의 여행 목적은 이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평일인데도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잇습니다. 물론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이 많기도 하지요.

 

 

 

왼쪽 마을과 산자락 사이로 들판이 펼쳐집니다. 추수가 끝났지만 넉넉하게만 보입니다.  

 

 

마을집들에만 마음을 쓰고 눈이 팔려 이 넉넉한 들판 풍경은 외면하기 쉽지요.

 

그리고 금방

저기, 마을 입구에 하회마을 안내판이 나타납니다.

 

 

 

거기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외곽길을 따라 마을을 돌 예정입니다. 이렇게 들과 어어지는 마을 주변 풍경을 돌아보는 게 오늘의 목적입니다.

 

 

마을 중앙길로 따라가다보면 양진당이나 충효당 같은 99칸 사대부가 집들만 돌아보게 되고, 하회마을 외곽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앉은 초가집들 풍경은 놓치게 됩니다.

 

물론 외곽길에도  이렇게 다양한 양반집 대문들을 거치기는 하지요.

 

 

 

 

단아한 품격을 자랑하는 양반집들이 대단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초가집 풍경의 정감에 더욱 끌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흙담장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초가지붕과 잘 어울립니다.

 

 

 

 

잎을 다 떨궈버린 감나무에 붉게 달린 감들은 이런 풍경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지요.

 

 

 

 

역시 우리의 전통 마을집들은 이렇게 산과 들 속에 모습을 드러낼 때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하회마을 방문자들이 민박집으로 흔히 이용하는 지산고택을 지납니다. 뜰이 넓어서 편안한 매력을 주는 집이지요.

 

 

 

 

 

할머니가 걷고 있는 마을길. 바로 이런 장면이 집과 집들로 이어지는 마을 골목의 원형이지요.

 

 

 

주렁주렁 매달린 주황빛 감,  넉넉한 고향의 마음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표상이 있을까요.

 

 

 

기와를 인 흙담장길에도 감나무 풍경은 이어집니다.

 

 

 

 

 

그리고, 유교 본산 하회마을에 뜻밖에 십자가 첨탑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 건물은 예배당이라고 부르지요. 하회마을의 격에 맞추려는 듯 한옥풍으로 지은 것이 눈길을 끕니다.

 

마을에서 꽤 떨어진 들판 속에 앉은 교회, 그래서 그리 불편해 보이는 그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장면만 보면 엽서로 만들고 싶은 풍경입니다.

 

 

기와집 아닌 초가집 탐방으로 하회마을 여행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기와지붕에 바위솔이 이렇게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기와지붕에 사는 솔이라 하여 와송(瓦松)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그리고 또 초가집들...

 

 

 

 

 

우물이 없다는 하회마을에서, 뜻밖에 우물을 만납니다.

 

 

하회마을에는 우물을 파지 않는다고 합니다. 산태극과 물태극으로 휘감은 곳에 자리잡은 마을이 연꽃이 물위에 떠있는 형세, 또는 배가 떠 가는 형세인지라 이곳에 구멍을 내게 되면 연꽃과 배가 가라앉게 되는 것이니 우물을 파지 않는다는 겁니다.

 

마을의 종가집인 양진당에는 샘을 팠다가 집안에 변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그래서 마시는 물은 낙동강 한 가운데 밑으로 흐르는 맑은 중수를 길어 쓰고 허드렛물은 강가에서 길러다 썼다고 합니다.

 

 

담장을 따라 붉은 맨드라미를 심은 초가 풍경도 아름답지요.

 

 

 

바로 이 집이 염행당(念行堂)입니다. 흔히 남촌댁이라고 부르지요.

 

 

염행당은 충효당과 더불어 하회의 남쪽을 대표하는 99칸 건물로서 1954년 소실되었던 것을 최근에 복원하였습니다.

 

그런데, 염행당만 둘러보고 지나칠 뿐 바로 앞 담장 너머로 늘어서 있는 초가집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드물지요. 

 

이 초가집들은 대단한 위세를 자랑했던 남촌댁의 외거노비들이 거주한 집들이랍니다.

 

 

 

이렇게 외곽길을 돌아서 마을 앞쪽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교회로 이어지는 풍경을 담아봅니다.

 

 

나는 이 풍경을 하회마을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세계유산 양반 마을에 웬 교회냐 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회마을과 묶여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경주 양동민속마을에도 교회가 있지요. 그런데 양동마을 교회는 마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 이질감이 두드러지는데, 이곳 교회는 이렇게 외곽에 서 있으니까 그런대로 거부감이 들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곶감을 매달아 놓은 풍경. 하회마을 집들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주일재(主一齎)라고도 하는 양오당(養吾堂)을 지납니다. 

 

 

 

서애 류성룡의 증손이 충효당에서 분가할 때 지은 집인데, 높은 기단에 볕 잘 드는 마루가 편안하여 아이들이 쭉 늘어 앉아 있습니다.

 

사랑채를 주일재라 부르는데 안쪽 안채 앞쪽에 작은 담장이 눈길을 끌지요. 이를 내외담이라 하여 문을 열어도 안채가 바로 보이지 않게 한 것입니다.

 

 

아름다운 초가집 풍경은 계속 이어집니다.

 

 

 

 

집 안에서 아저씨가 곶감을 깎고 있네요.

 

 

 

이렇게 마을 외곽길을 따라 한 바퀴를 돌고나니 하회마을 앞 화천 강가의 만송정 소나무 숲과 부용대 픙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지금은 폐교가 된 풍남초등학교 터에 소나무 한 그루.

 

 

'화수당 노송(花樹堂老松)'이라는 불리는 이 소나무는 3.1 독립운동 당시 만세를 불렀던 곳, 그래서 이 소나무를 '만세송(萬歲松)'이라고도 부릅니다.

 

 

원지정사를 올려다보며 걷노라니 어디선가 장고소리가 들립니다.

 

 

 

민속놀이마당에서 흥겨운 춤사위, 사람들의 발길을 절로 붙듭니다.

 

 

 

 

부용대는 언제 보아도 정답고

 

 

 

멀어지며 들판 너머로 바라보는 하회마을은 가을 빛을 더하여 더욱 아름답습니다.

 

 

 

 

화천 건너 단풍 속에 잠긴 화천서원

 

 

 

산태극 수태극으로 휘감아도는 화천을 바라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하회마을 여행은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