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동강 최고의 비경, 어라연

모산재 2013. 11. 9. 09:00

 

동강의 물줄기는 잣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에 막혀 어라연 직전에서 180도를 꺾어 급하게 휘돈다. 이제 막 급커브를 튼 물줄기 한가운데에 3개의 바위섬이 떠있다. 삼선암이다.

 

 

래프팅 보트들이 삼선암을 휘휘 돌아가고 있다. 어라연을 지난 물길은 바로 된꼬까리를 만난다. 동강의 물줄기에서 가장 낙차가 큰 여울이다. 동강 래프팅에서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곳이다.

 

동강에서 떼꾼들이 가장 위험한 곳으로 여기는 곳이 평창군 미탄의 황새여울과 영월 거운리의 된꼬까리였다. 황새여울에서 강에 삐죽삐죽 솟아오른 바위들은 불어난 물을 빠른 속도로 타고 내려오는 뗏목을 산산조각 내고 떼꾼들의 목숨을 숱하게 앗아갔다. 황새여울을 간신히 빠져나온 떼는 곧 어라연을 지나게 된다.

 

햇살에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고 이름지어진 어라연(魚羅淵).

 

 

 

 

 

 

옥순봉(玉筍峰)을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 (三仙岩)가 푸른 물 속에 진주처럼 틀어박혀 있고 기암절벽 사이로 솟아난 소나무들은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목화를 감상하는 느낌마저 주는 곳이다.


옛날 이곳에 어라사(於羅寺)라는 절이 있었으므로 '어라연'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지금도 그곳을 절터라고 하는데 근래에는 수운암(水雲庵)이 있었다.

 

 

 

 

 

 

 

 

 

 

 

 

 

 

어라연에는 황쏘가리가 사람을 구한 이야기도 전해져온다.

 

어라연에서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 뱀이 한 마리 튀어나와 그의 몸을 칭칭 감았다. 곧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 그때 웬 황쏘가리 한 놈이 펄쩍 솟구치더니 등에 난 톱날 지느러미로 뱀을 쏘아 정씨를 구하였다. 그래서 정선에 사는 정씨들은 쏘가리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동강의 절경 중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어라연은 상선암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물길이 갈라져 흐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어라연에 관한 이야기가 이렇게 실려 있다.

 

어라연은 영월군 동쪽 거산리에 있다. 세종 13년 이곳에 큰 뱀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이곳에서 변을 당하곤 하였다. 하루는 그 뱀이 물가의 돌무더기 위에 허물을 벗어놓았다. 그 길이가 수십 척이고 비늘은 동전만 하고 두 귀가 있었다. 이곳 사람들이 비늘을 주워 조정에 보고하니 나라에서 권극화라는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하였다. 권극하가 연못 한가운데에 배를 띄우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그 뱀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로는 이곳에 뱀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이곳 어라연 부근에는 뱀들이 많다고 한다. 만지나루 뒷산을 오르다 보면 지금도 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상선암, 하선암, 중선암과 동강의 물줄기가 빚어낸 어라연의 이름에 얽힌 세 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어라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 그 첫 번째고, 물 반 고기 반일 정도로 물고기가 많아서 어라연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두 번째고, 상선암 표면의 하얀 이끼가 물에 차면 마치 고기 떼가 비늘을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세 번째다.

 

그러저러한 사연들 속에 전해오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으니, 삼촌이었던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죽임을 당한 비운의 임금 단종에 얽힌 이야기다. 세조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단종의 혼백이 이곳저곳을 떠돌던 중에 어라연으로 오게 되었다. 단종의 혼백이 갈 곳을 잃어 멍한 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자 물고기들이 모두 머리를 들고 단종의 혼백에게 눈물로써 이제 그만 갈 길을 가시라고 간청을 하였다. 그 정성을 받아들인 단종은 그 길로 태백산으로 들어갔고 그 후 단오 때만 되면 아무리 날이 맑다가도 큰비가 내려 어라연 일대를 구슬프게 적신다고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도 잠시. 곧 뗏목이 꼬꾸라질 정도로 물살이 거칠어 된꼬까리라 불린 여울이 나온다.

 

 

 

된꼬까리를 지나면 전산옥 할머니가 주막을 운영했던 만지나루터다.

 

만지나루터는 뗏목들이 수심이 얕은 황새여울과 된꼬까리를 지나면서 물길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닿던 곳이었다. 또 황새여울과 된꼬까리를 지나면서 헝클어진 뗏목을 재정비하기 위하여 이곳에서 쉬어야만 했었다. 이 때문에 한강으로 가던 뗏군들이 만지나루터를 들리면서 전산옥 주막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가득하다는 뜻의 만지(滿池)는 정선아리랑의 발원지인 아우라지로부터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떼꾼들이 쉬어가던 곳이다. 만지는 비가 오나 가뭄이 심할 때나 마을 앞엔 늘 물이 가득해 뗏목을 대기가 좋았던 곳이다. 그러나 만지는 떼 대기도 좋았지만 떼꾼들의 마음을 대기가 더 좋은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지에서 주막을 운영했던 전산옥 할머니는 황새여울 된꼬까리를 지난 떼꾼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떼를 타던 사람 치고 전산옥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고, 서울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