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영월 최고 비경, 동강 어라연 트레킹

모산재 2013. 11. 8. 22:30

 

뜨거운 여름볕이 한풀 꺾이던 8월의 마지막날, 명승 제14호 동강 어라연 트레킹을 나섰다.

 

언제나처럼 대중교통으로 가는 여행길은 마음 편하고 자유롭기만하다. 하루에 다섯 번 운행되는 영월발 문산행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동강의 풍경은 소년 시절의 설렘을 일깨워준다.

 

 

↓ 어라연 위치도

 

 

 

 

 

 

좁은 목을 이루며 돌아 흐르는 둥글바위를 지나 20여 분을 달리면 어느새 동강생태공원에 이르고, 거기서 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동래초교 거운분교가 나타난다. 거기서 내리면 바로 어라연 트레킹이 시작된다.

 

 

↑거운분교

 

 

 

거운분교 바로 맞은 편에 동강탐방안내소가 자리잡고 있는데, 근무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대로 이 길을 따라 가면 어라연에 이를 것! 

 

아직은 동강은 트레킹보다 래프팅 인파로 더 붐비는 곳, 트레킹 입구 한켠엔 래프팅 업체 사무소가 자리잡고 있다.

 

 

 

 

 

어라연 코스는 동강 쪽으로 가파른 절벽에 가까운 지형을 거느린 잣봉(537m)의 능선길을 따라 솔숲 사이로 동강의 비경 어라연을 굽어보며 걷는 길이다. 봉래초교 거운분교 앞에서 출발해 잣봉에 올라 동강의 아름다움을 굽어본 후 어라연으로 내려가 동강 허릿길을 따라 다시 거운분교로 돌아오는 약 9km의 코스. 쉬엄쉬엄 걸어도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니 그리 부담되는 길이 아니다. 

 

 

↑어라연 트레킹 코스

 

 

상세한 트레킹 코스는 다음과 같다. 

 

봉래초교 거운분교 앞 동강탐방안내소→ 마차마을→ 만지고개→ 어라연 전망대→ 잣봉 정상→ 어라연 전망바위→ 어라연→ 된꼬까리여울→ 만지나루→ 전산옥 주막터→ 거운분교

 

 

임도를 따라 5분여 걸어 가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잣봉 방향을 선택하여 가면 푸른하늘펜션을 지나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잣봉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오른쪽은 동강변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어라연에서 돌아올 때 선택하면 된다.

 

 

 

 

 

기대하지도 않은 아마꽃을 만나 아이처럼 기뻐한다. 실물로는 처음 만나는 꽃.

 

 

 

 

 

능선길로 오르며 돌아본 길. 소나무와 함께 걷는 길이 상쾌함을 더한다. 

 

 

 

 

 

잣봉 방향으로 넘어가는 작은 분지에는 축사로 보이는 건물이 보일 뿐인데, 이곳이 탐방 지도에 표기된 마차마을 중 큰마차라는 곳인 듯하다.

 

 

 

 

마차마을이래서 '마차(馬車)가 있는 마을'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이곳 저곳 정보를 찾아보니 '마차(磨磋)'로 표기되고 있다. 옛날 연자매, 맷돌 등을 만들었던 곳이라 '마차(磨磋)'라 부른다는데, 삼옥리 먹골 평창 이씨 열녀각 앞에 남아 있는 연자매와 섭사에서 4H 표시판으로 사용되는 연자매도 이곳에서 만들었단다.

 

이곳 거운리의 본동(本洞)은 중말로 느릅재를 사이에 두고 작은마차와 큰마차가 있는데, 현재 큰마차에는 민가가 없고, 작은마차에 5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작은마차를 지나 다시 소나무 숲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잣봉을 향해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진다.

 

 

 

 

 

 

한없이 어어지는 솔숲길이 동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능선으로 올라서면서 대규모 꼬리진달래 군락이 나타난다.

 

 

 

 

 

그리고 잣봉에 가까워진 능선에서 드디어 오른쪽으로 명승 14호로 지정된 동강의 물굽이, 어라연이 모습을 드러낸다.

 

 

 

 

 

 

 

잣봉 정상 조금 못 미친 곳,  추락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너머로 동강 어라연의 아름다운 자태가 한눈에 펼쳐진다.

 

 

 

 

 

가파른 절벽 아래로 3개의 바위섬, 삼선암의 절경이 시야를 채운다. 잣봉에서 길게 흘러내린 산줄기가 동강의 물줄기를 막을 듯한데, 180도 급회전하며 에돌아 어라연이라는 절경을 이루었다.

 

상선암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물길이 갈라져 흐른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래프팅 보트들이 삼선암을 돌며 짙푸른 물결을 타고 흐르고 있다.

 

 

 

 

어라연(魚羅淵)은 '물고기가 많아 반짝이는 비늘이 펼쳐진 듯한 연못' 이란 뜻이렷다. 전설이 없을 수 없다.

 

 

왕위를 찬탈 당하고 이곳 영원에 유배되었던 단종이 끝내는 목이 졸려 죽음을 당하고 그 시신이 이 동강에 버려졌는데, 떠돌던 단종의 혼령이 갈곳을 잃고 있을 때 갑자기 강물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물고기 떼가 나타나 태백산 신령이 되어 주기를 청했다. 그 후 단오 때만 되면 아무리 날이 맑다가도 큰비가 내려 어라연 일대를 구슬프게 적신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또 다른 전설도 전해온다.

 

 

어라연의 아랫마을 삼옥리 섭새에 정씨(丁氏)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어라연으로 고기잡이를 자주 갔었다. 어느 날 깊은 물속에 들어가 낚시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 구렁이가 몸을 칭칭 감았다.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고 절망하고 있을 때 큰 쏘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 뱀에게 달려들어 공격하였다. 쏘가리의 날카로운 등칼퀴가 뱀을 물리친 것이다. 살아난 정씨는 그 후부터 다시는 고기잡이를 하지 않았고, 쏘가리 고기는 입에 대지 않았음은 물론 후손들에게도 쏘가리를 먹지 않도록 유언하였다.

 

 

 

잣봉 정상(537m)은  솔숲에 둘러싸인 채, 표지석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잣봉을 지나면 어라연까지 급경사 내리막길이 긴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큰참나물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는데,

 

 

 

 

 

벌써 단풍취는 여기저기 하얀 꽃을 피웠다.

 

 

 

 

 

괴불나무에는 붉은 열매가 가득 달렸다.

 

 

 

 

 

어라연으로 내려서는 능선길

 

 

 

 

 

능선의 끝자락에서 짧은 갈림길.

 

직진하면 잣봉에서 흘러내린 긴 능선의 끝자락, 동강과 만나는 절벽 전망대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바로 어라연이다. 

 

 

 

 

 

일단은 직진하여 능선 끝 절벽에서 동강을 굽어보기로 한다.

 

 

 

 

 

이곳 지형이 석회암지대인데, 바위는 크고작은 돌들이 박혀 있는 포획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로 오른쪽 절벽 아래로 보이는 삼선암과 어라연. 

 

 

 

 

 

 

 

절벽 위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상류쪽 풍경

 

 

 

 

 

어라연 하류쪽 풍경, 앞으로 보이는 산이 만지산일 것이다.

 

 

 

 

 

잣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급하게 휘돌아나가는 동강 물줄기와 만나는 곳. 동강의 물줄기가 급커브를 그리자마자 다시 3개의 바위섬, 삼선암을 만난다.

 

물줄기를 타고 내려온 레프팅 보트들이 삼선암을 휘휘 돌아가고 있다.

 

 

 

 

 

 

갈림길로 되돌아와 어라연으로 내려선다.

 

 

 

 

 

 

어라연이라는 이름은 물고기가 많아서 불린다고 하는 이야기 외에도 이곳 어라연 동쪽에 어라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고 한다. 

 

1431년(세종 13년)에 큰 뱀이 바위 맨 위에 가끔 나타났다. 어떤 때는 연못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물가를 꿈틀거리며 기어다니기도 하였다. 하루는 물 가의 돌 무더기 위에 허물을 벗어 놓았는데 그 길이가 수십 척이고 비늘은 동전 만하고 두 귀가 나 있었고 복부에는 발이 네 개 있었다고 한다. 그 소문이 퍼지자 조정에서는 권극화를 보내어 알아보게 하였다. 그가 연못 가운데 배를 띄우니 갑자기 폭풍이 일고 파도가 험악하여지더니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큰 뱀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설화처럼 지금도 어라연 부근에는 뱀들이 많다고 한다.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강바람을 실려 쉴새없이 울려 퍼진다.

 

 

 

 

 

동강가로 나서자 길은 산발치를 따라 강과 평행을 이루며 동행을 한다.

 

 

 

 

 

 

 

어라연 물길은 한동안 잔잔히 흘러내리다 금방 급한 여울이 되어 거센 물결로 출렁이며 흘러내린다.

 

 

 

 

 

 

강가엔 부처꽃들이 한창이다.

 

 

 

 

 

어라연을 지나 동강의 물줄기에서 가장 낙차가 큰 이 여울물을 타고 내려가는 래프팅 보트에서는 연방 자지러진 함성이 들려온다. 

 

이 물길을 '된꼬까리'라 부르는 모양이다. 동강 래프팅에서 최고의 스릴을 맛보는 곳으로 예전 떼꾼들이 상류의 평창 미탄의 황새여울과 함께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았던 곳이기도 하다. 된꼬까리라는 이름은 뗏목이 꼬꾸라질 정도로 물살이 거칠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된꼬까리를 지나자, '전산옥 주막터' 에 도착한다.

 

 

 

 

 

이 주막터는 그 옛날 떼꾼들이 뗏목을 정비하기 위하여 쉬어가던 만지나루터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전산옥'은 이곳 만지에서 주막을 운영했던 주모로 수려한 용모와 구성진 아리랑 노랫소리로 떼꾼들의 인기를 독차지해 전산옥 주막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었으며 서울에도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전산옥(全山玉 1909∼1987)은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 출신으로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다니다가 이곳 만지나루에서 주막을 차려 놓고 뗏목꾼들이 쉬어가는 길목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산옥 주막은 1970년대 초에 사라지고 집터 자리에 안내판만 세워져 있다. 그리고 뗏꾼들이 천리 물길을 삿대질하며 흥얼거리던 '아라리"가 전해 오는데, 거기에도 전산옥이라는 이름이 담겨 있다.

 

눈물로 사귄 정은 오래 가지만
금전으로 사귄 정은 잠시 잠깐이네
돈 쓰던 사람이 돈 떨어지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 맞은 국화라
놀다 가세요 자다 가세요
그믐달 초생달이 뜨도록 놀다 가세요
황새 여울된 꼬까리에 떼를 띄워 놓았네
만지산에 전산옥이야 술상 차려 놓게나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뜬 구름만 흘러도
팔당 주막 들병 장수야 술판 벌여 놓아라. 

 

비슷하지만 좀 다른 형태의 가사도 전한다.

 

우리집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

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나가셨나

황새여울 된꼬까리 다 지났으니

<pstyle="margin-left: 4em;" data-ke-size="size16">만지산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군에서는 매년 정선아리랑제를 열면서 프로그램의 하나로 주모 전산옥 선발대회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2010년 (만지나루가 아닌) 정선읍 조양강변에는 전산옥을 복원하여 기념하고 있다.

 

 

전산옥 주막터를 지나면 물길은 다시 동쪽으로 한 굽이 돌아나가고, 어라연 트레킹은 거의 끝나는 분위기가 된다.

 

 

 

 

그런데, 이곳 만지(滿池)나루터는 한때 동강댐이 건설될 뻔했던 곳이라 한다. 

 

1972년과 1990년에 큰 홍수 피해가 있자 2000년까지 높이 98m의 댐을 백룡동굴(천연기념물 260호)에서 10km 하류인 이곳에 댐을 건설하기로 했지만, 석회암지대의 취약한 지반과 환경 파괴 등을 규탄하는 여론에 밀려 결국 댐 건설 계획은 철회되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는데, 자칫하면 이 아름다운 어라연 계곡과 절벽의 노송 등 절경과 수많은 귀중한 생명들이 수몰될 뻔한 아찔한 위기였던 것이다. 

 

 

된꼬가리를 지난 강물은 호수처럼 넓어지며 잔잔하고 굵은 자갈이 깔린 강변은 단조로워진다. 어라연 트레킹 코스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 

 

 

 

 

흰오이풀로 보이는 오이풀을 만난다.

 

가는오이풀과 비슷하지만 꽃차례와 잎이 상대적으로 짧아보이고, 꽃이 피기 전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 동강에 자생하고 있는 종이다.

 

 

  

 

 

 

흰대극을 만난다. 바닷가에 주로 자생하는 풀인데, 동강에는 종종 이런 해안지역 생명체들이 자란다고 한다.  

  

 

 

 

풀무치도 모습을 보인다. 굴업도 풀무치에 비해선 아주 작다.

   

 

  

 

트레킹코스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래프팅 코스도 끝난다. 노를 거두고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며 함성을 지르며 마무리를 짓고 있는 풍경...

 

 

 

 

 

개싸리 꽃이 피었다.

 

 

 

 

 

길은 다시 강을 벗어나 산길로 오른다. 그리고 금방 처음 출발했던 갈림길을 만나고 거운분교로 원점 회귀하며 동강 어라연 트레킹은 끝났다. 

 

쉬엄쉬엄 발길이 닿는 대로 한 나절이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  내년 봄에도 필히 한번 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