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개불알풀, 봄까치꽃이라 불러다오

모산재 2013. 4. 5. 23:41

 

봄햇살이 따뜻이 내리는 들판이나 길가에서 덩굴을 사방으로 벋으며 우묵한 푸른 잎 사이로  좁쌀만한 연분홍 꽃을 불씨처럼 피우는 개불알풀. 연약하고 작은 꽃이지만 볼수록 아름다운 꽃이다.

 

 

 

 

 

 

개불알풀! 망칙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풀이다. 

 

알고 보면 열매 모양에서 개의 불알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니 이름 타박할 건 못 된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이름이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하여 붙였다는 것! 일본명은 '이누노후그리(イヌノフグリ), '개의 불알'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 개불알풀의 이명인 'Veronica caninotesticulata'에서 종명 'cainotesticulata'도 '개의 고환 모양'이라는 뜻이니, 이 풀은 '개불알'과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듯하다. 

 

하지만 이 풀은 '봄까치꽃'이라는 정다운 우리 이름이 따로 있다. 그래서 많은 야생화 애호가들은 즐겨 '봄까치꽃'이라 부른다.

 

 

 

 

 

 

 

 

개불알풀의 학명은 Veronica didyma var. lilacina. 종소명인 '디디마'는 터키 밀레토스 남쪽에 위치한 아폴론신의 신탁 장소를, lilacina는 '라일락 색깔'을 이름이니, 아마도 디디마의 아폴론 신전에는 라일락 빛깔의 꽃을 가진 베로니카, 개불알풀로 뒤덮여 있지 않았을까...? 

 

 

 

 

 

 

 

 

개불알풀 꽃은 지름 3-4mm 정도로 작고 연한 붉은빛이 나는 흰색이며 꽃자루는 짧은 점에서 큰개불알풀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비슷한 종으로 큰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눈개불알풀이 있는데 모두 귀화식물이다.

 

큰개불알풀은 꽃의 지름이 10mm에 가깝게 크고 하늘빛으로 핀다. 선개불알풀은 꽃의 지름이 2mm 이하일 정도로 작은데 건조한 풀밭에 높이 10cm 이내의 작은 키로 곧게 서서 자란다. 눈개불알풀의 꽃은 개불알풀과 여러 모로 비슷한데, 긴 털이 발달하고 큰 떡잎이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큰개불알풀과 선개불알풀은 전국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개불알풀이나 눈개불알풀은 분포지가 제한되어 있는 편이다.

 

 

 

 

 

 

 

개불알꽃은 4월에 피기 시작하여 6월까지 핀다. 잎겨드랑이에 1개씩 엷은 자주색 으로 피는데, 아침에 피어서 저녁 무렵에 진다. 꽃을 만지면 금방 떨어져 버린다.

 

꽃잎에는 4~5개의 짙은 줄무늬가 나 있어 곤충을 암술에 쉽게 이르도록 유도한다. 4갈래 통꽃 속에는 암술 하나와 수술 두 개가 있는데, 가느다란 수술대 위에 약이 있고 약 안에는 덜 익은 꽃가루가 가득 차 있다. 꽃가루가 익으면 약이 터져 밖으로 나오는데, 벌이나 다른 곤충이 없을 때는 수술이 시들어 꼬부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암술머리에 닿아 제꽃가루받이(자가수분)를 한다.

 

그래서 개불알꽃은 일단 꽃이 피고 나면 씨가 없는 열매가 거의 없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다.

 

 

 

 

 

 

 

 

 

 

● 개불알풀 Veronica didyma var. lilacina | Wayside speedwell   ↘   통화식물목 현삼과 개불알풀속의 두해살이풀

높이 5-15cm이고 부드러운 짧은 털이 있으며 밑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져 옆으로 자라거나 비스듬히 선다. 잎은 밑부분에서는 대생하고 윗부분에서는 호생하며 난상 원형이고 밑부분이 둥글며 길이와 폭이 각각 6~10mm로서 2-3쌍의 톱니가 있고 밑부분의 것은 짧은 엽병이 있으나 윗부분의 것은 엽병이 없다.

꽃은 5~6월에 피며 연한 홍자색이고 윗부분의 엽액에 달리며 꽃받침은 길이 3-6mm로서 길게 4개로 갈라지고 열편은 난형이며 끝이 둔하다. 화관은 지름 3~4mm이고 통부가 짧으며 4개로 갈라진다. 수술 2개와 1개의 암술이 있다. 암술대는 길이 1mm정도이다. 지름 5mm 정도의 삭과로서 신장형이고 전면에 부드러운 털이 있고 중앙부에 세로로 깊은 홈이 있으며 양단이 둥글다. 종자는 난형이며 길이 1.2mm로서 희미한 주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