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가에서 귀화한 박과의 한해살이풀 가시박을 탄천에서 만납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식물로, 강과 호수가에서 왕성한 번식력과 생명력으로 나무와 풀을 뒤덮어 다른 식물들의 삶의 터전을 모두 빼앗아 버리는 무서운 식물입니다.
하지만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근한 매력에 탄성이 나옵니다.
가시박 수꽃입니다.
다섯 갈래로 갈라진 하얀 꽃잎에는 그물 모양의 녹색무늬가 아름답게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긴 꽃대에는 희고 긴 잔 털이 촘촘하게 나 있네요.
가시박은 암꽃 수꽃이 같은 그루에 피며 암꽃은 잎겨드랑이에서 짧은 꽃대에 작은 꽃들이 공 모양으로 뭉쳐서 피고 수꽃은 긴 꽃자루에 큰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립니다. 박과 식물이지만 열매 표면은 가시 같은 돌기가 촘촘한데 맛은 쓰고 떫어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암꽃은 이미 져서 꽃이 진 자리에 길쭉한 열매가 달렸습니다. 열매는 흰 가시털로 가득 덮여 있네요. 그래서 가시박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 땅에 귀화하여 천덕꾸러기 잡초로 대접 받으며 인간의 발길이 뜸한 하천이나 버려진 공터 등을 차지하고 무성하게 자랍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녹색 빛이 도는 흰 꽃을 피우는데 사람의 눈길을 끌 만큼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은근한 아름다움은 있습니다.
가시박이 이 땅에 퍼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20여 년 전 안동 지방에서 호박이나 오이의 대목으로 생명력이 완성한 가시박을 이용하게 되면서 퍼졌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시박이 '안동오이', '안동대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니까요.
번식력이 워낙 뛰어나 한 그루 당 25,000개 이상의 씨가 달린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가시박이 뿌리를 내린 주변 지역은 멍석처럼 줄기를 벋고 오각형의 넓은 잎은 무성하여 다른 식물들의 광합성을 차단하여 주변의 모든 식물들을 질식사시켜 버리니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악명까지 붙었습니다. 2009년 환경부에 의해 생태계 교란식물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원산지에서도 골치 아픈 식물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이 땅에서처럼 영역을 마구 넓히기보다 다른 식물들과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 가시박 Sicyos angulatus | Bur cucumber ↘ 제비꽃목 박과 가시박속 덩굴성 한해살이풀
뿌리에서 3-5개의 줄기가 나온다. 줄기는 길이 4-8m에 이르며, 각이 지며, 연한 털이 빽빽하게 난다. 3-4갈래로 갈라진 덩굴손이 다른 물체를 감으며 기어오른다. 잎은 어긋나며, 길이 3-12cm의 잎자루가 있다. 잎몸은 거의 원형으로 5-7갈래로 갈라지며, 폭 8-12cm, 끝은 뾰족하고, 밑은 심장형이다.
꽃은 6-9월에 핀다. 수꽃은 누런 흰색,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길이 10cm 정도의 총상꽃차례에 달리며, 화관은 5갈래로 갈라진다. 암꽃은 연한 녹색, 잎겨드랑이에서 머리 모양으로 달린다. 열매는 장과, 3-10개가 둥글게 모여 나며, 흰색 가시로 덮여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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