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잡초야 놀자 (1) '이름 모를 풀꽃', 이름 불러주기

모산재 2012. 11. 9. 19:03

 

일요일,

집 안에서 볼 일을 보다 좀이 쑤셔 늦은 오후에 바람 쐬러 집을 나섭니다. 집 부근에 볼 만한 꽃들이 있을 리 만무하고 이제 가을도 저물어가는 형편이니 잡초 산책이나 해 볼까 합니다.

 

눈에 띄는 큰 꽃들을 피우지 않아 '잡초'라고 불리는 풀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 모를 꽃'이라 부르지만 잡초도 다 이름이 있고 한 생명으로서의 사연을 가지고 살고 있답니다. 

 

생명력이 강한 풀이다 보니 봄날과 여름날에 꽃을 피웠던 녀석들이 겨울이 성큼 다가서는 늦가을 기를 쓰고 또 한번 꽃을 피우려 합니다.

 

 

 

아파트 공터엔 쇠별꽃이 한창입니다. 

 

 

 

이른봄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는 별꽃과 달리, 쇠별꽃은 늦은봄부터 가을까지 자기들 세상처럼 꽃을 피워댑니다. 별꽃은 암술머리가 셋인데 쇠별꽃은 다섯으로 갈라지며 별꽃에 비해 꽃과 잎이 훨씬 큰 편입니다.

 

별꽃, 쇠별꽃 구별하기 => http://blog.daum.net/kheenn/14889499

 

 

 

쇠별꽃 옆에는 별꽃아재비가 또 지천입니다. 요놈처럼 잎과 줄기에 털이 많으면 따로 털별꽃아재비로 부릅니다.

 

 

 

 

별꽃과 닮아서 별꽃아재비라 부르지만 별꽃이 패랭이와 같은 석죽과인 것과는 달리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입니다. 남아메리카 열대지방, 먼 이국 땅에서 들어와 이 땅에 당당히 자리잡았습니다. 번식력이 왕성해서 이 땅의 공터를 차지하고 마구 자라나니 '쓰레기풀'이라는 민망한 이름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질경이가 때늦은 꽃을 달고 있네요. 대개 한여름에 꽃을 피우는데... (주변에 보이는 풀은 큰개불알풀입니다. ※ 큰개불알풀 => http://blog.daum.net/kheenn/15853208 )

 

 

 

참 흔한 풀이지요. 수레바퀴가 닿는 길에 하도 지천으로 자라니 차전자(車前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하도 번식력이 강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본 첩자들이 조선 땅을 염탐하며 자신들이 염탐한 지역을 표시하기 위해 뿌리고 다녀 퍼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풀이기도 합니다. 

 

내 고향에서는 그냥 잡초 취급을 했는데, 서울에 오니 이 풀을 뜯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질겨 보이는 풀인데도 나물이 맛있다고 합니다.

 

 

 

괭이밥이 노란 꽃을 피웁니다.

 

 

 

참 작은 꽃이지만 이 노란 꽃에 눈맞춤하는 것만으로도 가을날의 쌀쌀함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고양이가 배가 아플 때 뜯어 먹는다고 해서 괭이밥이라고 한답니다.

 

꽃이 진 자리에는 길죽한 열매가 달리는데, 입에 따서 가만히 씹어보면 아주 시큼한 맛이 납니다. 어린 시절 반주깨미(소꿉놀이)에서 빠지지 않았던 메뉴가 바로 괭이밥이었지요.

 

 

 

개여뀌 붉은 꽃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찬이슬과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 들판이나 개울가에서 융단처럼 붉은 꽃을 무더기로 피웁니다. 

 

 

 

꽃 하나하나는 볼품이 없지만 붉은 빛깔의 풍성한 꽃이삭은 들길을 가을빛으로 물들입니다. 여뀌와 함께 이 풀을 짓찧어 물고기를 잡는 데 이용하기도 한 풀입니다. 그래서 어독초(魚毒草)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논둑이나 습한 공터에서 흔히 볼수 있는 풀, 주름잎도 꽃을 피웠습니다.

 

  

 

위처럼 줄기가 길게 누운 것을 누운주름잎이라 하고, 줄기가 곧게 선 것은 선주름잎이라 합니다.

 

 

 

 

고들빼기도 겨울을 맞기 전에 또 한번 꽃을 피우려 꽃망울을 가득 달았습니다.

 

 

 

냉이, 씀바귀와 함께 대표적인 봄나물입니다.  '순박함', 참 잘 어울리는 꽃말이지요.

 

두해살이풀인데 이렇게 늦가을에 꽃을 피우고 나면 뿌리의 영양분이 손실되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다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쯤은 이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땅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 고들빼기꽃 보기 => http://blog.daum.net/kheenn/15851459

 

 

 

아파트 응달 뜰에서 뱀딸기도 몇 송이 따스한 꽃을 피웠습니다.

 

 

 

아마도 제철의 꽃처럼 탐스런 붉은 열매는 달지 못할 듯합니다. 땅으로 줄기가 기면서 노란 꽃과 아름다운 붉은 열매를 달지만 여느 딸기처럼 달지 않는 무른 열매를 답니다. 꽃말이 '허영심'인데, 자기 자랑만 일삼다가 신의 노여움으로 그 맛을 빼앗기고 꽃과 줄기를 뱀처럼 땅에 붙어서 피게 되었다는 가슴 아픈 전설을 가진 풀꽃입니다. 

 

 

 

아파트 뜰에 잎을 펼치고 누워 있는 이 여석은 돌소리쟁이입니다.

 

 

 

잎이 길고 잎자루가 짧은 소리쟁이와 달리 돌소리쟁이는 잎의 길이와 잎자루의 길이가 비슷하여 잎이 거의 타원형입니다.

 

돌소리쟁이는 중국에서 북부지방을 통하여 들어온 외래종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을 주변 공터나 경작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외딴 산골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돌소리쟁이 더 보기=> http://blog.daum.net/kheenn/8560169

 

 

 

민망한 이름을 가진 중대가리풀도 만납니다.

 

 

 

북한말(문화어)로는 토방풀이라 하는데, 민망하긴 해도 중대가리란 이름이 정겹습니다. 좁쌀만큼 작은 꽃과 열매가 스님의 머리를 닮은 듯하지요. 국화과에 속하며 습기 있는 들판에서 흔하게 자랍니다.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민간에서는 비염, 콧병, 눈병에 약으로 쓰는 풀이기도 합니다.

 

 

 

중대가리풀 옆에는 크기가 비슷한 땅빈대라는 작은 풀이 자라고 있네요.

 

 

 

땅바닥을 기면서 자란다고 하여 땅빈대라 부르는데, 땅바닥을 비단처럼 수를 놓는다 하여 비단풀이라 부르기도 하니 '빈대'에서 '비단'까지 극과 극의 이름을 가진 풀입니다. 잎 가운데 검붉은 무늬가 있는 것은 특별히 '애기땅빈대'라 부릅니다. 

 

민가 주변 공터나 밭 등에서 흔히 자라는 잡초로 보잘것없기로는 중대가리풀 못지 않지만, 한방에서는 지금초라 하여 항균 해독 항암작용이 뛰어난 풀로 알려져 있습니다.

 

※ 땅빈대, 애기땅빈대 => http://blog.daum.net/kheenn/15852812

 

 

 

숲그늘에서 여름에 피는 들깨풀도 때늦은 꽃을 피웠습니다.

 

 

 

 

들깨와 닮은 풀이라서 들깨풀이라 부르는데, 들깨보다는 줄기와 잎이 훨씬 작습니다. 하지만 들깨의 흰 꽃에 비해 들깨의 연분홍 꽃이 더 아름답습니다. 

 

들과 산길 주변에서 흔히 자라며 비슷한 풀로 쥐깨풀, 산들깨 등이 있습니다. 

 

 들깨풀 더 보기 => http://blog.daum.net/kheenn/15852848

쥐깨풀 => http://blog.daum.net/kheenn/15851141

산들깨 => http://blog.daum.net/kheenn/15852782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