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솜다리꽃 피는 소백산 비로봉과 능선길의 아름다움

모산재 2012. 9. 17. 21:30

 

지난 5월에  소백산을 오른 일이 있다.

 

죽령 고개에서 천문대로 이어지는 능선의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참으로 지루했는데, 소백산에 연화봉이 셋이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제일 먼저 나타나는 '제2연화봉'을 지나니 소백산 천문대가 나타나고, 그 너머에 그냥 '연화봉'이 솟아 있다. 거기서 또 북동쪽으로 굽이치는 능선으로 건너다보이는 봉우리가 '제1연화봉'인데, 이렇게 세 개의 연화봉을 지나 멀리 비로봉과 국망봉으로 소백산 능선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연화봉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내려왔던 북동쪽의 능선길이 자꾸 눈에 밟혀 한여름에 다시 찾았다. 제1연화봉에서 비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능선길을 다 걸어봤으면 좋으련만 하루 산행으로는 벅찬 일.

 

가뭄으로 타는 능선길을 따라 비로봉에 오르니 선들선들한 바람에는 가을이 묻어 있다. 상쾌하다. 골짜기와 능선길에서 보이지 않던 꽃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지천으로 피어 있다.

 

 

비로봉에 오르며 뒤돌아본 삼가 저수지와 비로사

 

 

 

 

 

그리고 이내 시야에 들어오는 비로봉 최정상. 높이는 해발 1439.5m나 된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에는 태고의 신비를 실은 구름이 떠 있는데, '비로'라는 봉우리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그러고보니 소백산에 연화봉이라는 이름이 셋이나 되는 비밀을 알 듯도 하다.

 

 

 

서늘하게 스쳐가는 부드러운 바람의 감촉을 즐기며 한동안 머물며, 문득 비로자나불과 연화장세계란 말을 떠올린다. 

 

 

 

 

'비로(毘盧)'는 '두루 비추는 자'라 뜻을 가진 바이로차나(vairocana)라는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표기한 말. 대승불교권에서 광명의 부처로 널리 숭배되는 비로자나불, 육신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 법신불(法身佛)이다.

 

허공과 같이 끝없이 크고 넓어 어느 곳에서나 두루 가득 차 있는 존재가 바로 비로자나불. 일심으로 생각하고 맑은 믿음이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만날 수 있다고 하는 비로자나불. 비로자나불은 <화엄경>의 교주요, 석가모니불은 바로 비로자나불의 현세의 응신(應身:세상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런데 비로자나불은 커다란 연꽃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우주, 곧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의 중심에 있는 부처님 아닌가. 그러니 비로자나불이 거하는 비로봉 아래에 연화장세계를 상징하는 연화봉이 펼쳐져 있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연화봉과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소백산 연봉과 능선들은 부처님의 품처럼 자비롭고 포근하고 편안하다. 봉우리 이름처럼 소백산은 부처님의 산이다.

 

 

세 개의 연화봉을 지나 이곳 비로봉에 이르는 1000m를 훌쩍 넘는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아고산지대 넓은 초지의 능선길은 가슴이 툭 트이게 시원스럽기만 하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제1연화봉까지의 능선길

 

 

 

 

줌인하여 살펴본 제2연화봉(오른쪽 전망대 봉우리)과 소백산천문대(가운데), 그리고 연화봉(왼쪽 봉우리)

 

 

 

소백산은 바위가 없는 육산. 소의 잔등처럼 편안한 곡선을 보이는 능선은 포근하고 편안하다. 

 

아름다운 초원의 능선으로 가르마처럼 난 부드러운 흙길을 밟으며 사방으로 툭 트인 조망은 소백산이 아니면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연화봉에서 이곳 비로봉을 지나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이 능선길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비로봉에서 바라본 국망봉(오른쪽 봉우리) 방향의 소백산 능선

 

 

  

 

   

 

 

 

청량한 공기가 폐부에 들어오는 느낌도 좋고 맑은 빛깔을 자랑하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더욱 좋다.

 

 


둥근이질풀 군락


 


개시호


 

 

북서쪽 능선길에서 돌아본 비로봉과 그 뒤로 이어지는 연화봉 능선

 

 

 


왜솜다리


 


마타리꽃


 


일월비비추



 

층층잔대


 


푸른여로


 

 

멀리 어슴프레 보이는 제2연화봉을 배경으로 둔 풍경

 

 


일월비비추


 

 

 

 


쉽싸리


 


톱풀


 


 

소백산

  

198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국립공원의 중심이 되는 소백산 비로봉(1,439.5m)은 북쪽으로 국망봉(國望峰), 남쪽으로 민배기재와 연봉을 이루어 예로부터 태백산(太白山)과 함께 신성시되는 산이다. 

 

비로봉에서 남서쪽으로는 4km 가량의 고위평탄면이 나타나는데 이를 따라 내려가면 연화봉(蓮花峰)이 있고, 다시 4km 가량 내려가면 제2연화봉에 이른다. 그 중간에 국립천문대가 있다. 이 산의 남쪽 약 4km 거리에 죽령(竹嶺)이 있으며 제2연화봉의 동쪽 비탈면에는 희방사(喜方寺)·희방폭포 등이 있고, 더 내려가면 국도와 중앙선 철도의 희방사역이 있다. 예로부터 산삼을 비롯한 약초가 많고 정상 일대는 주목이 군락을 이룬다.  

 

서쪽으로는 고위평탄면이 펼쳐지고, 그 사이를 고수리(古藪里) 부근의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국망천이 흐르면서 어의실[於衣谷]을 기점으로 하는 등산로를 이룬다. 동쪽은 비교적 경사가 급하며, 낙동강 상류의 지류인 죽계천(竹溪川)의 수원이 되는데 이 계곡은 등산로로 이용된다. 비로봉에서 죽계천을 따라 내려가면 석륜광산(石崙鑛山)이 있고, 이곳을 지나 더 내려가면 초암사(草庵寺)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