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거금도의 참새외풀, 미꾸리낚시, 물질경이, 보풀, 각시마, 택사, 노랑원추리, 개쑥갓

모산재 2012. 8. 30. 11:30

 

민박집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들판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마실을 나섰다.

 


남해 바닷가 마을이니 뭐 그러싸한 것 하나쯤 만나길 기대하고 나섰지만 그런 것은 결국 만나지 못하였다. 바닷가로는 산 밑으로 흐르는 '앞내(前川)'를 건널 수 없어 방파제 쪽 외에는 접근할 수도 없었고, 산에는 길이 없어 들어갈 수도 없다. 그저 마을길 주변 들이나 앞내를 따라 나 있는 농로 정도 갈 수 있을 뿐이다.

 



집을 나서자 '지비배지'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제비들이 전깃줄에 빼곡히 앉아 있다. 카메라를 겨누자 이 녀석들 혼비백산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곳의 한련초는 유난히 작아 꼬마한련초라는 게 따로 있나 싶을 정도다. 사진이 거의 실물 크기일 정도로 잎도 꽃도 작다.

 

 

 


민가 가까운 들 언덕에 자라고 있는 풀.

 

잎 모양을 보면 금창초지 싶은데 꽃 모양이 낯설다. 금창초 꽃이라면 세 갈래의 아래꽃입술이 넓적하고 둥글텐데, 별 모양처럼 끝이 뾰족하다. 

 

 

 


농로로 들어서 산 밑 개울을 살피는데, 별로 볼 만한  것이 없어 미꾸리낚시나 담아 보았다.

 

 

 


 

톱니가 많은 잎을 가진 외풀. 

 

미국외풀이라 생각하고 담았는데, 위쪽의 잎이 많이 길어보이는 것이 참새외풀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잎이 짧아보이는 것들도 미국외풀이 톱니가 3쌍 정도인 것에 비하면 이것은 톱니가 7쌍 정도이니 참새외풀의 특성에 더 가까워보인다.

 

 

 

 


 

뭐 이렇게 볼 게 없나 하고 돌아서려는데, 논 뒤에 넓은 물고랑이 있는 곳에서 낯선 물풀을 만난다. 어린풀은 거의 쐐기꼴에 가깝고 제법 자란 풀은 달걀형에 가깝게 둥글다.

 

이게 뭘까 암만 생각해봐도 정체가 떠오르지 않는데...

 

 

 

 

정체를 확인하려 뿌리째 캐서 보니 꽃잎을 다문 꽃대가 달려 있고 제법 둥근 잎에는 희미하게나마 잎자루의 흔적이 있음을 발견한다. 

 

 

 

이런 모양이라면 물질경이 말고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껏 보아왔던 잎자루가 아주 길었던 물질경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석연찮은 마음이 된다.

 

 


하릴없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우렁이 모습을 담아 본다. 

 

 

 


 

그리고 그 한쪽에는 벗풀이 아닌 보풀이 확실하지 싶은 택사과 풀이 가득 자라고 있다.

 

 


 

확실히 갈라진 쪽보다는 갈라지지 않은 부분의 길이가 길어보이는데, 이 점이 보풀의 특성으로 흔히 이야기 된다. 어린잎이 갈라지지 읺고 잎 전체가 선형에 가깝게 날씬한 것이 보풀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뿌리줄기의 잎이 나오는 자리에 조그만 구슬줄기가 생겨 옆으로 뻗으며 자란다는데. 그게 확인되지 않는다.

 

 


 

잠시 작은 개울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섰는데 그곳에서도 별스런 것은 만나지 못한다.

 



개울가에 꼬마 계요등이 작은 꽃을 피웠다.

 

 


 

무당버섯의 일종으로 보이는 버섯

 

 

 


흰가시광대버섯으로 보이는 버섯. 

 

 


 

거지덩굴 꽃이 피었다. 

 

 


 

개울가 언덕 농로 한쪽에는 경고판에도 불구하고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지고 불태워지고 있다. 고흥군수의 경고판이 어쩐지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쓰레기를 수거해가려는 적극적 의지가 없는 한 저런 경고판은 비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앞내의 개울 언덕에는 왕모시풀이 한창 긴 꽃차례를 올리고 있고

 


 

 

그 한 곁에 좀깨잎나무도 덩달아 꽃을 피우고 있다.

 

 


 

각시마의 수꽃과 암꽃을 찾아 담아 본다.

 

 

 


 

그리고 개울길로 난 농로에서 질경이택사가 아닌, 만나기 쉽지 않은 택사 한 포기를 만난다. 

 


 

택사는 질경이택사와는 달리 잎이 좁고 잎자루에 날개가 달린다. 질경이택사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택사는 만나기 쉽지 않다.

 

 


아직 꽃이 피기에는 이른 계절이라 그게 좀 아쉬울 뿐이다.

 

 


원추리 꽃이 피었는데, 나란히 핀 것 중 한 녀석은 꽃색이 옅은 노랑원추리다.

 

 

 


 

숙소로 되돌아오는 길, 논가 언덕에 들쑥갓이 해맑은 꽃을 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