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금대봉의 모시대, 하늘나리, 범꼬리, 키다리난초, 두메고들빼기, 하늘말나리, 석잠풀, 청닭의난초

모산재 2012. 8. 1. 17:25

 

태백산 산행 다음날 금대봉 트레킹을 나섰다.

 

두문동재(싸리재)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탄다. 택시비는 1만 5천 원 정도...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두문동재(싸리재)에 도착한다. 태백시에서 얼마 멀지 않아 보이지만 꼬불꼬불 오르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두문동재의 고도가 1238m나 되니 당연한 일이다.

 

꽃철을 지난 금대봉 길은 인적이 별로 없다. 관리 초소에 예약 사실을 신고하니 관리인은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건넨다. 5월이라야 꽃이 많다는 것과 몰지각한 등산객들로 귀한 꽃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등... 여름으로 들어서며 찾는 사람들이 뜸해져 많이 심심하기도 할 것 같다.

 


 

길 건너 은대봉과 그 너머 함백산 오르는 길을 뒤돌아 보며 능선의 등산로로 들어선다.

 


 

 

예전에 보던 바리케이트도 그대로인데, 양쪽의 나무는 많이 자라 길이 숲그늘에 잠겼다.

 

 

 

금대봉-대덕산 등산 안내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면 금대봉(1418m)-고목나무샘-분주령-대덕산(1307m)-검룡소 순으로 모두 돌아볼 예정이다. 총 10km쯤 되는 비교적 평탄한 고산 능선길이다.

 

함백산에서 금대봉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백두대간을 이루는데,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까지 이어지는 1.2㎞의 능선을 '불바래기 능선'이라 불렀다고 한다. 예전 화전민들이 산 아래에서 놓은 불을 이 능선에서 맞불을 놓아 진화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이라 볼 만한 꽃이 그리 많지 않다. 큰뱀무나 둥근이질풀, 기린초 등의 꽃이 간간이 보일 뿐 짙은 녹음 속의 숲길 트레킹에 더 의미를 두기로 한다.

 

 

잠시 등로를 벗어나 숲을 살펴보니 초롱꽃도 보이고, 간혹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도라지모시대도 발견된다.

 

 

 

 

나도양지꽃이 지고나면 잎이 이런 모습이겠지. 숲바닥을 융단처럼 덮고 있는 모습이 낯설어 담아 본다.

 

 

 

숲속엔 검종덩굴의 산발한 듯한 열매가 흔하게 눈에 띈다. 

 

 

 

하늘나리꽃이 벌써 피었다.

 

 

 

표범나비 중에서 크기가 작은 작은표범나비가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특히 노란 꽃이 핀 기린초에  많이 몰려든다.

 

 

 

 

금대봉 정상(1418m)

 

 

 


한때는 이 봉우리 이름을 대성산이라 붙인 적이 있다고 한다.

 

국립지리원이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던 이 봉우리를 고개 너머에 있는 대성초등학교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는데, 나중에야 이곳 주민들이 금대봉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쳤다 한다. 이 과정에서 봄에 피는 이곳의 특산 쓴풀인 대성쓴풀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금대봉 정상에서 분주령 가는 길과 매봉산 가는 길이 갈라진다. 백두대간 길은 매봉산을 지나 삼수령으로 이어진다.

 

 

 

금대봉 주변에는 범꼬리들이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있다.

 

 

 


숲속엔 산씀바귀두메고들빼기가 아주 흔한데,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다.


워낙 비슷하게 생긴 두 풀이 나란히 서 있어 비교를 위해 찍어 보았다.

 

 

 

잎자루(또는 잎밑)가 줄기를 감씨고 있으면 두메고들빼기, 그렇지 않으면 산씀바귀이다.

 

 


분분히 날아다니며 흡밀하는 작은표범나비담아본다. 보통의 표범나비류에 비해 크기가 아주 작다.

 

 

 

 

튼실한 하늘나리꽃을 또 만난다.

 

 

 

 

금대봉 북서쪽의 능선(1300m) 풍경

 

 

 

길은 능선을 벗어나  오른쪽 사면을 따라 들어선다.

 

 

 

 

금방 한강의 진짜 발원지라는 고목나무샘에 이른다.

 

 

 

정상 가까운 데서 이런 샘물이 솟아난다는 사실이 신기한데, 물맛 또한 최고다. 시원하고 달다. 가느다란 물줄기를 이루고 흐르는 물은 이내 복류하고 검룡소와 중간에서 제당굼샘에서 솟아난다.

 

 

 

한동안 무성한 초지를 이룬 숲길이 이어진다.

 

 

 

애기낙엽버섯 비슷한 꼬마 버섯이 자라고...

 

 

 

산외 덩굴이 잎갈나무를 타고 오른다.

 

 

 

어제 태백산에 보았던 것과 비슷해 보이는 풀. 정체를 알고 싶어 역시 뿌리를 뽑아보는데, 숙근성으로 보이는 뿌리가 있다. 두메고들빼기 잎인 듯하다.

 

 

 

 

풀꽃을 만나보기 어려운 숲길.

 

뭔가 없을까 싶어 잠시 숲속을 살피러 들어갔다가 옥잠난초속(나리난초속)의 난초를 만난다.

 

 

 

 

잎가장자리에 주름이 있는 것으로 옥잠난초나 키다리난초일 듯한데(나리난초와 참나리난초는 주름이 없다고 함), 잎술판이 뒤로 젖혀져 있는 것으로 보면 그냥 옥잠난초로 볼 수 있다 싶다. 하지만 개체가 워낙 크고 20여 개나 되는 꽃이 달리 것을 보면 키다리난초로 통합된 큰옥잠난초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잎 길이가 한 자 가까이 되어 보이는 풀이 급경사 바위틈에 자라고 있다. 사창분취가 아닐까...

 

 

 

 

멀지 않은 곳에서 처음으로 피운 것이지 싶은 두메고들빼기 꽃이 어두운 숲속에 환하게 빛나고 있다.

 

 

 

 

줄기에 날개가 있는 것이 특징인 당분취가 군락을 이루며 꽃망울을 올리고 있다. 


 

 

 

숲지대가 끝나고 탁 트인 분주령에 이르자 말안장 같이 가로막고 선 대덕산 산줄기가 앞을 탁 가로막고 솟아 있다. 

 

 

무성한 풀밭엔 벌노랑이 노란 꽃이 피고 있고 목초인 큰조아재비도 이삭을 올려 꽃밥을 날리고 있다.

 

 

 

이곳에는 우엉이 야생화하여 자라고 있다.

 

화전민들이 남긴 흔적일까...

 

 

 

 

대덕산으로 향하고자 하였지만 가파른 오르막길과 한낮의 쨍쨍한 햇살도 부담스럽고 검룡소까지 들렀다 가려면 아무래도 길이 바쁘겠다 싶어 포기하기로 한다.


 

바로 검룡소로 향하는 골짜기로 내려서기로 한다.


 

 

다시 옥잠난초속을 몇 개체 만나고서 하산한다.

 

 

 

분주령 고갯길 주변에는 산뽕나무가 많아 오디가 까맣게 익었다. 낮은 가지에 달린 달디단 오디를 따먹는다.

 

 

노랑물봉선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꽃잎이 유난히 오글거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갈퀴는 큰잎갈퀴인지, 아니면 갈고리네잎갈퀴인지...

 

 

 

 

골짜기를 내려오다가 다시 사이 골짜기에서 옥잠난초류를 만난다.

 

 

 

잎술판이 중간 윗부분에서 젖혀지는 점이 다르지 않다. 역시 키다리난초로 보면 되는 걸까...

 

 

 

등칡이 다래 못지 않은 덩굴나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좁쌀만한 이 작은 버섯은 무엇일까...

 

 

 

 

한강의 발원이 되는 시원한 개울물이 힘차게 흘러내린다.

 

 

 

검룡소 가는 길에 하늘말나리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그리고 숲그늘에서 만나는 옥잠난초속. 색깔이 다르되 위에서 본 것들과 다르지 않은 듯하다.

 

 

 

쥐털이슬은 이제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솟아나는 물이 힘차게 동심원을 그리는 모습이 보인다.

 

왼쪽 골짜기에서 가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없지는 않지만  푸르고 깊은 웅덩이 속에서 대부분의 물이 솟아나 거센 물줄기가 웅덩이를 벗어나면서 바위고랑을 타고 폭포수로 쏟아져 내린다.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전설이 사실처럼 느껴질 만한 멋진 물줄기...

 

이 물이 한강의 최상류 발원천인 골지천을 이룬다. 

 

 

검룡소를 벗어나오는 길에서 갓 피고 있는 꽃을 만난다. 

 

 

 

개곽향인가 싶었는데, 어째 잎 모양이 지나치게 길고 잎자루도 보이지 않으며 꽃이 많이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

 

설마 내가 모르는 또다른 곽향이 있을 리는 없고... 나중에야 이것이 석잠풀이라는 걸 깨닫는다.  길고 굵은 줄기에 듬성하게 달리는 석잠풀과는 너무도 다른 곱상한 이미지...

 

이렇게 예쁜 석잠풀은 처음 본다. 종이 좀 다른 게 아닐까 싶다. 


 

 

선백미로 보이는 풀이 서 있지 않고 언덕에 드리워져 있는 모습을 담아 두었다.

 

 

 

청닭의난초를 이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아쉽게도 꽃봉오리만 달렸을 뿐 꽃잎을 열지 않았다. 임계청닭의난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꽃이 피기 전에 알기 어려운 일이다.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는데 아쉽게도 몇 개체만 보일 뿐이다.

 

 

 

주차장으로 나와서 은판나비만난다.

 

 

 

 

 

관리초소에 교통편을 물어보니 역시 대중교통이 없단다.

 

 


택시를 불러주어 기다리는 동안 담장에 기대어 자라는 풀을 담아본다.


각시취 같은데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판단이 서지 않은 풀...  

 

 


 

 

 

30여 분 가까이 기다려서야 택시가 왔다. 주말에 두 개의 산을 넘고 돌아가는 기분이 개운하다. 

 


 

 



※ 금대봉-대덕산 안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