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태백산의 두메고들빼기, 꽃쥐손이, 나도수정초, 초롱꽃, 두루미꽃, 가는잎쐐기풀, 두메갈퀴

모산재 2012. 7. 24. 21:19

 

태백산 최고봉 장군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봉우리에 천왕단이 자리잡고 있다. 장군봉에 비해 6m쯤 낮은 봉우리이지만 터가 훨씬 넓어 천제단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천제단은 해마다 개천절에 한배검(단군왕검)에 제천의식을 거행하는 곳이다.

 

 

 

 

 

까마귀 한 마리와 멧비둘기 한 마리가 천제단 넓은 마당 끝에서 얼쩡대고 있다. 이곳에 터 잡고 등산객들 주변을 얼쩡대며 음식 부스러기들을 주워 먹는 녀석들이지 싶다.

 

 

 

 

 

 

까마귀 녀석이 심심한지 날아오르더니 천제단을 한 바퀴 휘 돈다.

 

 

 

 

 

함백산에서 흘러내린 백두대간은 장군봉(1567m)과 천제단이 있는 이 봉우리(1561m)를 지나 오른쪽 부쇠봉(1547m)으로 이어진다. 부쇠봉 능선에는 또 하나의 제단인 하단이 있다.

 

저 멀리 동쪽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바로 문수봉(1517m)인데, 백두대간은 부쇠봉에서 남쪽으로 이어지고 문수봉은 백두대간에서 비켜선 지맥에 속한다.

 

 

 

 

 

 

천제단에서 휴식을 취한 후 하산한다. 망경사를 지나 당골로 내려가기로 한다. 

 

 

꽃이 지고 난 꽃쥐손이는 독특한 모양의 씨방을 달았고, 그 곁에는 두메고들빼기가 꽃대를 올려 꽃 피울 차비를 하고 있다.

 

 

 

 

 

꽃쥐손이

 

 

 

 

 

두메고들빼기

 

 

 

 

 

 

그리고 금방 단종비각에 이른다.

 

 

비각 주변에는 톱풀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데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그리고 무참히 죽음을 당한 어린 단종의 넋인듯 아직도 꽃쥐손이가 때늦은 꽃을 피우고 있다.

 

 

 

 

 

100mm렌즈를 낀 상태라 망경사로 내려가는 계단길에서 단종비각을 담아 본다.

 

 

 

 

 

비각의 비석은 망경사에서 지내던 김진정행이라는 보살이 단종의 현몽으로 세우게 된 것이라 한다. 비석 앞면에는 '조선국태백산단종대왕지비'라 새겨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단종이 죽은 후 추익한(秋益漢)이라는 이가 백마를 타고 가는 단종을 만났는데 행선지를 물었더니 태백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단종은 태백산 산신령으로 신격화되고 받들어졌다.

단종이 유배되고 죽임을 당했던 영월과 그 주변 지역인 태백, 정선, 삼척 등지에서는 단종을 신으로 모시는 민속신앙이 퍼져 있는데, 태백산에서도 산신인 단종에게 제사를 드리는 단종 태백산신제가 이루어진다.

 

 

 

망경사에 가까워지자 물소리가 제법 요란스러울 정도로 솟아난 물들이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정상이 지척인데도 이렇게 물이 솟아나 흐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금방 망경사(望鏡寺)가 한눈에 들어온다.

 

용정(龍井)이란 샘에서 솟아난 샘물은 정말 달고 시원하다. 전국의 100대 명수 중 최고의 물맛이라 하더니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5시가 넘어 정상 너머로 해가 숨은 탓인지 동쪽을 바라보는 절 풍경은 어둡게 다가온다.

 

저녁 예불 시간이 된 것인지 스님이 범종을 울리고 있다.

 

 

 

 

 

용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이라고 하며 개천절 천제(天祭)를 지낼 때 사용하는 성수. 신성한 우물에 집을 지어 용정각이라 하였다,  

 

 

 

 

 

망경사를 떠나 반재로 향하는 길에서도 만나는 까마귀

 

 

 

 

 

어두운 숲길을 바쁘게 내려가다 나도수정초를 만난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녀석, 하얀 점처럼 보이는 것이 뭘까 하고 다가서 본 것이 나도수정초임을 알고 깜짝 놀란다. 처음 만나는 녀석... 

 

 

 

 

 

주변을 다 살펴보았지만 딱 이 한 개체밖에 없다. >워낙 어두운 숲이라 사진을 찍는 데 애를 먹는다.

 

 

 

골짜기에 가까워지면서부터 초롱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루미꽃은 보석 같은 열매를 달았다.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는 골짜기로 접어드는 곳에서 돌무덤 하나를 만난다.

 

 

 

 

 

이 돌무덤이 호식총(虎食塚)이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을 묻은 돌무덤. 호랑이에게 먹힌 사람은 창귀라는 귀신이 되는데, 다른 사람을 잡아먹히게 해야만 창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다.

 

호랑이가 남긴 신체의 일부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화장을 하고 그 위에 돌을 쌓고, 시루를 엎어 놓고, 시루 가운데 구멍에 가락(실을 감는 꼬챙이)이나 칼을 꽂아 호식총이라는 무덤을 만든다.

벌초하지 않아도 되는 돌무덤은 창귀가 된 망자와의 인연을 끊기 위한 것이고 시루는 창귀를 가두는 것을 상징하며 가락은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말라는 뜻이다. 무서운 창귀를 제압하기 위해 특이한 형태의 호식총을 만든 것이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 사람의 무덤... 그리고 창귀라니! 습하고 어두운 골짜기에서 창귀 이야기를 읽으니 참으로 으시시하다.

 

 

골짜기를 내려오며 100mm렌즈로  힘차게 흐르는 계곡물을 담아본다.

 

 

 

 

 

 

초롱꽃

 

 

 

 

 

이렇게 늦게까지 피는 녀석들은 무슨 골무꽃으로 봐야 할까.

 

 

 

 

 

 

 

계곡을 거의 내려섰을 무렵, 가는잎쐐기풀을 만난다.

 

 

 

 

 

꽃이 갓 피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 녀석을 만만히 보고 만졌다가 따끔한 자극과 함께 한동안 손가락이 화끈화끈 아린 고통을 맛봐야했다.

 

 

긴꼬리산누에나방을 또 만난다.

 

 

 

 

 

두메갈퀴는 꽃이 거의 지고 열매가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석탄박물관이 있는 당골 입구에 도착하니 7시에 가까워졌다. 10여 분 기다려 태백 시내로 가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