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태백산의 산외, 긴꼬리산누에나방, 토현삼, 터리풀, 좀조팝나무, 산기장, 주목

모산재 2012. 7. 24. 19:21

 

수십 년만이라던 가뭄을 시원하게 해갈시켜 주는 큰비가 내리고 난 주말에 태백으로 떠난다.

 

이 계절 어딜 가더라도 풀꽃나무들 볼 만한 게 쉽지는 않을 것 같고 그냥 물 맑고 숲 깊은 산길을 걸으며 땀 흘리고 시원한 산소나 실컷 마셔보자는 마음이다. 금대봉-대덕산 코스를 걷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태백산을 넘거나 용연동굴을 돌아보고 주변에서 솔나리를 만나거나 하면 충분하다. 

 

기차를 탈까 하였으나 청량리까지 가야할 시간이 아까워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탄다.

 

점심 때쯤에 태백에 도착한다.

 

과연 기대는 어긋나지 않아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지고난 뒤의 태백시는 반팔 윗옷을 입고 다니기에는 추울 정도로 서늘하다. 

 

배가 고파 먼저 터미널 맞은편 식당에서 점심부터 먹는다. 고등어찜을 맛나게 먹고 태백산 산행을 하기로 하고 다시 터미널에서 차편을 알아보니 점심 먹는 그 시간에 유일사 입구행 버스는 이미 더나고 없다. 그 다음 버스를 기다리려면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할 형편이라 택시를 타기로 한다.

 

이곳 도립공원에서는 입장료(2000원)를 받는다.

 

 

흠뻑 내린 비를 맞아 싱싱한 고랭지 배추밭을 지나 완만히 오르는 태백산 등산로 초입 

 

 

 

돌아본 배추밭과 마을 풍경

 

 

 

주말인데도 등산객은 거의 없다. 겨울에 시장바닥이 되는 태백산은 여름엔 그리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등산로 주변엔 줄딸기를 비롯하여 각종 산딸기들이 익어가고 있다. 비를 맞은 탓으로 좀 싱겁긴 하지만 사람 손을 그리 타지 않은 딸기들을 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돌배가 달린 돌배나무가 있어서 담아본다.  

 

 

 

 

큰꼭두서니는 꽃이 지고 열매가 성숙하고 있는 모습이다. 

 

 

 

산외 덩굴이 흔하게 보여 혹시나 싶어 들쳐 보니, 볕이 잘 드는 줄기에 몇 송이 꽃이 잎새 뒤에 숨어서 피고 있다.

 

 

꽃이 워낙 작은 데다가 빛이 고르지 않아서 담는데 애를 먹는다.

 

산외는 암수딴그루... 그나마 수꽃만 보이고 암꽃을 보지 못해 아쉽다.

 

 

 

승마는 꽃대를 올렸다.

 

 

 

개면마로 보이는 양치식물...

 

 

 

습한 등산로 한쪽에 오리방풀(꿀풀과)풀거북꼬리(쐐기풀과)가 함께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어 담아본다.

 

족보가 전혀 다른 풀인데도 얼핏 보면 둘은 잎이 달린 모습이나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모습이 많이 비슷해 보인다. 

 

 

 

 

잘 다듬어진 단조로운 길, 눈길을 끄는 풀이나 나무가 별로 없다.

 

산죽밭에 조릿대 이삭이 보여 사진에 담을까 하는데, 큼직한 낯선 나방 하나를 만나 깜짝 놀란다. 통통한 몸통은 하얀 솜털로 덮였는데 날개는 연두빛이다.  

 

긴꼬리산누에나방이란다. 그러고보니 색깔만 다를 뿐 누에나방과 닮았다.

 

 

 

조릿대 이삭을 담아 보려 애썼지만 빛이 좋지 않아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

 

 

 

능선부가 가까워질 무렵 첫 주목을 만난다. 

 

100mm렌즈로는 이렇게 몸통의 일부분만 담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늘진 언덕에서 만나는 낯선 모양의 잎. 무슨 풀일까...?"

 

 

궁금하여 뿌리를 캐보니 그 또한 낯선 모양이다. 개별꽃을 연상시키는 숙근성 뿌리...

 

 

잎 모양은 좀 다르지만 같은 종으로 보인다.

 

 

 

유일사로 넘어가는 곳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길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만난 일엽초. 아직 포자낭군이 형성되지 않았다.

 

 

 

커다란 바위를 등지고 그늘진 곳에 키작은 쥐털이슬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희미한 꽃망울을 단 녀석들도 보인다.

 

 

 

그리고 능선 길에서 현삼을 만난다.

 

잎겨드랑이마다 꽃차례가 자라나고 꽃받침이 길고 뾰족한 것으로 보아 토현삼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만나는 주목.

 

 

 

이 능선길이 바로 유명한 태백산 주목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줌렌즈로 갈아끼기 번거로워 100mm렌즈로 담으려니 초점조차도 잘 안 맞는군...

 

 

능선부에서는 터리풀 꽃이 한창 피고 있다.

 

 

 

 

벌깨덩굴은 꽃이 지고난 뒤 남은 꽃받침도 꽃처럼 아름답다. 

 

 

 

왕쌀새는 열매가 탱글탱글 익어서 쌀이 나올 것만 같다.

 

 

 

이것은 산기장이 아닐까 싶은데... 종자가 빠져 달아나고 없는 것이 많다.

 

'네이쳐'에서는 산기장은 경남과 전남 이남의 산지에서 자란다고 기록해 놓았는데, 그럼 이게 산기장 아니란 말인가...

 

 

 

긴사상자라고 생각하고 담은 이것은 꽃이나 잎 모양이 아무래도 긴사상자가 아닌 듯하다. 줄기가 눈에 띄지 않고 뿌리잎처럼 보였던 잎인데... 묏미나리일까?

 

 

 

 

곳곳에 인가목이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이곳 주목 능선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목 너머로 멀리 북쪽의 함백산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산에 가까워지자 관목지대가 나타나고, 벼과 사초과의 풀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쥐꼬리새풀?

 

 

 

 

그리고 이 풀은 무엇일까.   

 

 

 

 

그리고 관목 중에서 조팝나무들이 제법 군락을 이루어 꽃을 피우고 있다. 이를 참조팝나무로 봐야 할지, 좀조팝나무로 봐야 할지 잠시 망설여진다.

 

 

 

톱니가 잎 전체에 고루발달했다면 좀조팝나무로 봐야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참조팝나무로 봐야하는 건지,,, 동정 키가 밝혀지지 않은 두 종을 구별하기란 참 어렵다.

 

 

 

마침내 태백산의 최고봉 장군봉(1567m)에 도착한다.

 

장군봉에는 '장군단'이라는 이름의 제단이 있다.

 

 

 

태백산에는 세 개의 천제단이 자리잡고 있다. 최고봉인 장군봉에는 장군단, 그리고 바로 맞은편 봉우리에 있는 천제단, 그리고 부쇠봉에 있는 하단.

 

 

 

천제단(1560.6m)이 살짝 눈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장군단보다는 조금 낮은 봉우리에 위치해 있지만 태백산에 있는 3개의 제단의 중심은 바로 저곳이다.  

 

 

 

천제단 가는 길에는 둥근이질풀이 한두 송이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꽃잎이나 수술이 모두 붉은 색으로 일본조팝나무를 연상시키는 조팝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꽃을 피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또한 좀조팝나무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잎끝이 길게 뾰족한 일본조팝나무와 달리 전형적인 좀조팝나무의 잎 모양이기 때문이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