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태안의 산조풀, 타래난초, 닭의난초, 대극, 털중나리, 기장대풀, 산제비란

모산재 2012. 7. 18. 00:49

 

7월 첫날인 일요일, 닭의난초 꽃을 보겠다고 두 주만에 다시 태안으로 출발한다.

 

지난 번과 같은 방법으로 남부터미널에서는 40분 늦은 9시 20분 버스를 탔다. 그리고 태안에서 12시 10분 버스를 타고 목적지 해안에 도착한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것이라고 했지만, 가뭄을 모처럼 해갈시켜 주는 비가 어제까지 내리고 제법 환하게 날씨는 개었다. 

 

 

 

비가 씻어준 덕분에 숲길은 싱그럽고 마음도 절로 화창해진다. 흔하디 흔한 뽕나무에 달린 까맣게 잘 익은 오디도 따 먹어가며 봐 두었던 닭의난초 자생지를 향한다.

 

 

 

산과 사구가 만나는 지대에는 지난번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산조풀 꽃이삭들이 살랑살랑 불러오는 갯바람에 물결치고 있다. 

 

 

 

 

이번에는 도로가 아닌 사구의 숲으로 난 길로 걸어가기로 한다. 

 

 

해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부부들, 보기에도 아름답다. 

 

 

 

해안 풍경들

 

 

 

 

 

 

참빗살얼룩가지나방과 너무 닮은, 각시얼룩가지나방으로 보이는 나방 

 

 

 

큰방울새란은 벌써 씨방이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지난번에 보았던 닭의난초는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고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누가 캐 간 것인지...

 

몇 번씩이나 찾아보았지만 허사... 실망스런 마음...

 

 

타래난초를 담으며 마음을 달래본다.

 

 

 

엉겅퀴에 매미가 달라 붙은 채 화석이 되었다.

 

 

 

엉겅퀴 꽃에서 꿀을 얻는 팔랑나비

 

 

 

닭의난초를 찾아 주변을 찾다가 만난, 방울고랭이로 보이는 풀

 

 

 

 

그리고 마침내 좀 떨어진 곳에서 딱 한 송이 꽃을 피운 닭의난초를 만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또 더 많이 떨어진 곳에서 두 송이의 꽃을 피운 녀석을 만난다.

 

 

 

 

이 녀석들은 모두 홀로 떨어져서 자라는 녀석들. 이것으로 닭의난초 꽃을 보기는 끝이었다.

 

주변에서 개체수가 좀 되는 군락을 만났지만 아직 꽃대도 올리지 않고 있는 모습.

 

 

아쉬운 마음으로 아래쪽 습한 땅에서 잡초들을 살펴본다.

 

 

골풀과로 보이는 풀.

 

 

 

열매를 단 기장대풀

 

 

 

그리고 지난번 다른 곳에서 보았던 닭의난초를 찾으러 나선다.

 

그런데, 처음으로 만난 닭의난초는 꽃대가 부러진 모습이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가다 저리 된 것이겠지... 하고 그냥 지나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찾은 닭의난초, 지난번에 사진으로도 담아 두었던 5포기들을 만나보고서 경악한다.

 

꽃대를 잘라버린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지 않은가. 5그루 모두...

 

 

 

이런 야만적인 짓을 하는 망종들의 흔적을 내가 만난 줄이야.

 

노루귀니 복수초니 바람꽃이니 귀한 꽃들을 찍고, 남이 찍지 못하게 꽃을 꺾어버린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기야 했지만, 꽃이 만발하기도 전에 이렇게 목을 댕강댕강 잘라버리는 짓을 벌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저렇게 꽃을 꺾어버리면 번식조차 봉쇄해 버리는 일이니 그 용심이 더욱 증오스러운 것이다.

 

 

이 풀은 무엇일까? 버들분취와는 느낌이 다른데...

 

 

 

이 산 곳곳에서 털중나리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다른 골짜기로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닭의난초도 허리가 잘려 나간 모습이다.

 

 

 

어떤 인간의 짓인지... 이 짓을 한 찌질한 인간이 꽈당 넘어져서 코가 처참하게 깨지기를 바라며 남은 시간 동안 풀꽃 산책을 계속하기로 한다. 

 

 

톱잔대로 보이는 잔대도 줄기가 잘려나갔다. 

 

 

 

장소를 옮겨 다른 곳을 탐사해보기로 한다.

 

고개 너머에는 대극이 군락을 이루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보니 게 한 마리. 해안에서 수백 m 떨어진 곳인데...

 

 

 

또 다른 초지에서 큰방울새란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뱔견한다. 지난 번에 왔더라면 꽃을 만나 보앗을 것을...

 

 

 

털중나리꽃

 

 

 

주변에는 산제비란이 꽤 밀도 높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져 어느 골짜기의 습지를 바쁘게 살펴보고 가기로 한다.

 

기대와는 달리 닭의난초 어린 개체 둘만 발견했을 뿐 달리 볼 만한 것이 없다.

 

 

 

도깨비사초

 

 

 

내년 6월에 다시 이곳을 찾아보리라 생각하며 해안길을 따라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