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이 있는 날,
아이들과 함께 남한산성 골짜기를 찾는다.
비가 올 듯 흐리고 바람없는 후텁지근한 날씨, 등산로로 접어들기도 전에 아이들은 힘들어 한다.
그런데 등산로가 가까워진 골짜기에서 경악할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포크레인이 자연 계곡을 다 긁어내고 바닥을 '공굴'치고 있는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저 골짜기 주변은 수도권에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자주괴불주머니 자생지인데 몽땅 긁어내고 바위와 콘크리트로 도배하고 있는 것이다.
대모산 골짜기란 골짜기를 다 긁어내고 거대한 콘크리트 미끄럼틀을 만들더니 이제 남한산성 골짜기도 같은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한 4대강 토건 공사 정신이 이 작은 산의 계곡에까지 실핏줄처럼 파고들고 있다.
수백 년 비바람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은 계곡은 바닥이 너럭 바위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수해의 위험이 예견되는 곳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형이었는데... '무데뽀'식 공사로 풀 한 포기 뿌리 내릴 수 없는 살풍경한 계곡을 바라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어쩌겠는가. 혼자 분노를 삭이며 골짜기 등산로로 접어든다.
남한산 계곡은 아예 물기 자체가 사라져 건천이 되어 있다. 극심한 가뭄, 지금이라도 시원하게 소나기라도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계곡에서 잠시 쉬게 하고 나는 나도잠자리란 자생지로 향한다.
꽃대를 올려 갓 피어나기 시작한 나도잠자리란은 다행히 몇 송이 꽃을 보여준다.
가뭄 탓인지 안타깝게도 개체수는 몇 되지 않는다.
약수터도 말라버렸다.
골짜기로 오르자 숲이 주는 기운 때문인지 제법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아이들을 이 쯤에서 돌려보내고 혼자만의 풀꽃산책을 계속하기로 하고 서문을 향해 오른다.
이 골짜기 등산로 주변에 심심찮게 보이던 옥잠난초는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단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다. 극심한 가뭄에 습기조차 없는 땅에서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큰뱀무의 독무대인 듯 싶게 성밖 등산로 곳곳에는 큰뱀무꽃이 활짝 피었다.
새모래덩굴 열매를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본다.
꿩의다리도 흰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있다.
멍석딸기가 붉은 꽃잎을 열고 붉은 술을 드러내고 있다.
국화마 수꽃을 담아 본다.
으아리가 꽃차례를 만들기 시작하고
양지바른 언덕에 튼실하게 자란 털중나리, 많은 꽃을 떨구고도 세 송이의 화려한 꽃을 달았다.
벌써 꽃을 피운 층층이꽃이 보인다.
솔나물 꽃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왜 몰랏을까...
옥잠난초를 만날 수 있을까 하여 숨어든 그늘 짙은 숲, 단 하나도 만나지 못하고 지난해 것으로 보이는 야산고비 포자엽만 확인하고 돌아선다.
어두운 숲을 벗어나려는 순간 작은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작은 새 두 마리가 낙엽이 두껍게 쌓인 비탈을 허둥대며 달아나고 있다. 내 인기척에 놀란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어미는 어디 갔는지...
괜히 미안하면서도 잘 도망가지 못하고 허둥대기만 하는 녀석 사진을 찍기로 한다.
어두운 숲에서 녀석은 사생결단으로 도망가고 나는 몽타주 하나 얻으려고 기를 쓰고...
어쨌든 대충 초점이 잡힌 사진 하나 얻고서야 녀석 곁을 떠난다. 에미 만나 놀란 마음 진정하길 바라면서...
큰까치수염
작살나무
너무 작아 좀네잎갈퀴가 아닐까 싶은 갈퀴가 지름 2mm도 안 되는 작은 꽃을 피웠다. 잎 모양을 봐서는 그냥 네잎갈퀴일 듯하다.
자료 식별용으로 넓은잎외잎쑥 한 포기를 담아본다.
다시 옥잠난초를 흔히 볼 수 있었던 숲으로 힘들게 찾아든다.
여로가 꽃대를 밀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숲 주변 성벽 앞 사계 청소를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곳에 초지를 밀어 백일홍이랑 과꽃 등을 잔 뜩 심은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참 불편한 풍경이다.
관목 숲 사이에 숨어 있던 꿩병아리들이 인기척에 놀라 허둥지둥 비탈 위쪽으로 숨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직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 어수리
남한산성에 종덩굴이 자생하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엇다.
이곳의 하늘말나리는 돌려나기한 잎이 2층이 되는 것이 종종 보인다. 마치 섬말나리처럼...
서문과 남문 사이에 있는 암문 부근에서 풀꽃나무 산책을 끝마치고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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