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태안 해안의 산제비란, 큰방울새란, 타래난초, 털중나리, 회색사초, 왕비늘사초

모산재 2012. 7. 9. 21:13

 

해안 사구 뒷편 산발치의 숲속으로는 자연관찰로가 만들어져 있다. 산발치이지만 모래층이 두텁게 덮여 있어 발이 빠질 정도다.

 

입구 산발치에는 방울비짜루들이 대군락을 이루고 열매를 달았다.

 

관찰로를 따라 교목을 이룬 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 마침 오디가 조랑조랑 달려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찾는 사람이 없으니 그 달디 단 열매를 따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습지 주변부 숲그늘에 자라는 이 사초는 이삭사초일까.

 

 

 

 

 

 

첫번째 만나는 습지 입구에는 작은 생태 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웅덩이를 살펴보기 위해 발을 들여 놓자 꽃뱀, 도마뱀, 참개구리 등이 몰라서 부산을 떨며 물 속으로 숨어 들거나 습지 주변으로 흩어진다.

 

 

황소 울음소리를 내던 황소개구리만이 기세 좋게 버티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자 슬그머니 잠수해버린다.

 

 

 

 

 

 

심한 가뭄이어선지 드넓은 습지는 물기라곤 없이 말라버리고 온갖 종류의 사초류가 빼곡히 들어서서 초지를 이루고 있다.

 

 

 

 

 

 

습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지배종인 사초는 이름을 알 수 없는데(나중에 알고보니 회색사초인 듯하다), 털처럼 가늘고 긴 잎새가 허리춤에 닿을 정도로 높게 자랐다. 하지만 이삭은 아주 작다.

 

 

 

 

 

 

잎도 꽃도 작은 애기메꽃이 사초 사이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산길로 접어들어 내가 기대했던 풀꽃들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곳으로 직행한다.

 

 

좋은 조짐이다. 야생 꽃창포를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다. 

 

 

 

 

 

꽃창포가 자라는 곳이면 다른 습지 풀꽃들도 동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연 기대했던 대로 산제비란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묏등 언덕에는 산제비란이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뒤늦게 꽃대가 자라난 타래난초가 마주 섰다.

 

 

 

 

그리고 원추리 꽃이 환한 얼굴로 산제비란 식구들을 바라보고 섰다.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구슬붕이를 만나니 반갑다.

 

 

 

 

 

바야흐로 엉겅퀴의 계절, 숯불 같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산해박은 아직 꽃봉오리만 달았고...

 

 

 

 

 

닭의난초 어린 풀도 보이는데 꽃을 피우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듯 보인다.

 

 

 

 

 

개미탑도 햇살이 따가운 여름이 되어야 좁쌀보다 작은 꽃을 피울 것이다.

 

 

 

 

 

갑자기 푸드덕 날개소리를 내면서 날아가는 커다란 새 한 마리.

 

얼핏 보기에 부엉이나 황조롱이일까 싶은 위엄있는 녀석이 솔숲으로 숨어들어 가지에 앉는다. 모습은 보이건만 나무 사이로 100mm렌즈 초점을 잡을 수 없다.

 

 

 

 

 

그런데 꼭 만나고 싶었던 큰방울새란을 아무리 찾아도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찌된 것일까.

 

실망스런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타래난초를 만난다. 

 

 

 

 

 

 

틀렸다 싶어 발길을 돌리고 터덜터덜 내려오는데 뭔가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돌아보는데, 거기에 놀랍게도 한 떨기 큰방울새란 꽃이 방긋 웃고 있지 않느냐!

 

 

 

 

 

 

 

이 녀석을 만나지 못했다면 얼마나 허탈했을까. 참으로 흐뭇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온다. 

 

오랜만에 꿀풀 꽃을 접사해 보았다. 

 

 

 

 

어린 시절 꽃을 따 꽁무니에서 달디단 꿀을 맛보곤 했던 기억으로 꽃을 따 보았지만 공기만 흡입될 뿐 꿀은 없다. 왜 요즘의 꿀풀에는 꿀이 없는 것일까.

 

 

한여름에만 출현하는 뒷노랑점가지나방이 소나무에 붙어 있다 인기척에 자리를 이동한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 주변 산을 돌아보기로 한다.

 

조록싸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기분 좋은 싸리향을 풍기고 있다.

 

 

 

 

 

털중나리는 꽃봉오리를 달았다.

 

 

 

 

 

다른 골짜기에서 닭의난초 군락을 만난다.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땅비싸리.

 

 

 

 

 

 

짝짓기를 하고 있는 나방

 

 

 

 

 

왕비늘사초는 흔하게 보인다.

 

 

 

 

 

능선부에는 털중나리가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바쁘게 주변 산을 돌아본 다음,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학암포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간다. 3주 후쯤에 오면 닭의난초도 꽃을 볼 수 있겠다 싶은 기대감에 발걸음도 흥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