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민둥산의 노랑갈퀴, 은대난초, 쥐오줌풀, 좀딸기, 미나리아재비, 은방울꽃

모산재 2012. 7. 3. 10:36

 

불쑥, 아주 충동적으로 저녁에 기차표 예매를 하고 다음날 아침 청량리에서 기차를 탔다.

 

민둥산, 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오른 이후 내게 최고의 걷기길이자 풀꽃나무 탐사길로 자리잡도록 깊은 인상을 준 산이다. 가을에 갔으니 봄에도 가고 싶었지만 기회를 갖지 못하다 여름에 접어드는 계절에 감행한 것이다.

 

 

 

눈에 익은 자미원역을 지나 점심 때쯤에 민둥산역에 도착한다. 예상 밖으로 내리는 승객이 몇 되지 않는다. 아마도 가을에만 유명세를 타는 탓일 것이다.

 

민둥산으로 가기 위해 지장천 강변길을 따라 걷는다. 심심산골을 흐르는 강물이 당연 명경지수일 거라 생각했는데, 강은 광산 폐수로 오염되어 붉은 빛을 띠고 있다.

 

 

 

 

 

지장천은 함백산 만항계곡에서 발원하여 사북 남면을 거쳐 정선 가수리로 흘러가는 지천인데, 한때는 어름치와 열목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한 1급수의 수질을 자랑했다고 한다. 지금은 폐광이 되었지만 석탄 광산에서 침출된 폐수와 생활 폐수가 흘러들어 최악의 하천이 되었다.

 

하수종말처리장까지 설치하여 지장천 살리기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1급수의 하천으로 살아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으로 보인다.

 

 

삼거리교를 건너며 바라본 지장천. 물이 아주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천렵꾼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다.

 

 

 

 

 

비가 온다고 예고되었던 날인데 비교적 맑다. 하지만 후텁지근한 날씨에 구름이 낀 날씨가 어쩌면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삼거리교를 건너면 멀리 증산초등학교가 보인다. 바로 민둥산 등산로 입구이다.

 

 

 

 

 

38번 국도 교차로를 지나 잠시 언덕 위에 있는 증산초등학교 교정에 들러본다. 산뜻하게 단장한 모습이다.  소재지에서 10분쯤 떨어진 외진 곳이다.

 

 

 

 

 

등산로 입구. 작년 가을에 본 모습과 다르게 예쁜 문을 만들어 놓았다. 한쪽에 있던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은 철거되고 없다. 등산객들에겐 꼭 필요한 시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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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급경사길.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오르기로 한다.

 

산허리에서 바라보는 낯익은 증산면 소재지 풍경.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노랑갈퀴나물 꽃을 처음으로 대면한다.

 

 

 

 

 

 

작년 가을에는 정상을 지나서 숲길에서야 발견한 것인데, 이곳 경사면 전체가 노랑갈퀴나물 밭이다. 작년엔 눈여겨 보지 못한 탓일 게다.

 

 

민둥갈퀴로 보이는 갈퀴류들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데 아직 꽃을 피울 생각이 없는 듯하다.

 

 

 

 

 

장대냉이도 꽃이 피려면 수많은 날들을 기다려야 할 듯...

 

 

 

 

 

그리고 산새콩으로 보이는 콩과식물들의 군락이 나타난다. 하지만 꽃이 피지 않은 모습...

 

 

 

 

 

녹색의 꽃을 피우는 갈퀴, 가는네잎갈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이 갈퀴는 아마도 산갈퀴인 듯하다.

 

 

 

 

 

등산로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사초도 기억을 위해 사진에 담아둔다.

 

 

 

 

 

정상 부근의 능선에 접어들면서부터 숲그늘엔 다양한 풀들이 들어선 빼곡하게 들어선 풀밭을 이루고 있다.

 

숲 곳곳에 은대난초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쥐오줌풀은 지천으로 피었다.

 

 

 

 

 

 

민둥산은 정선 일대의 지질을 형성하고 있는 석회암지대의 산이다.

 

돌리네로 보이는 함몰지에는 좀딸기가 대군락을 이루며 덩굴이 엉킨 채 노란 꽃들을 점점이 피우고 있다.

 

 

 

 

 

 

쥐오줌풀만큼 미나리아재비도 길섶을 지키며 흐드러지게 피었다.

 

 

 

 

 

산씀바귀인지 각시취인지 애매한 풀들이 흔하게 자라고 있다.

 

 

 

 

 

드디어 꽃을 피운 산새콩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산지역이라 말발도리 꽃이 많이 늦게 피었다.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졸방제비꽃도 눈맞춤하고

 

 

 

 

 

 

각시취 아닐까 싶은, 무성하게 자란 풀을 만난다.

 

 

 

 

 

소나무 숲지대를 벗어나자 정상 주변부 초원지대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더욱 붉은 꽃을 피운 산새콩을 담아보고

 

 

 

 

 

둥굴레도 담아본다.

 

 

 

 

 

그리고 순백의 꼬마 은종이 일렬로 달린 은방울꽃들이 숨을 멎게 한다.

 

 

 

 

 

 

그리고 바로 정상 아래, 산객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데크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저 맞은 편 능선의 숲이 갑자기 소란스런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왜 저러나 하고 의아해 하는데 후두두둑 몇 방울 빗방울이 데크 위에 떨어진다. 바람에 소나기가 실려오는 모양이다.

 

그냥 지나가는 비이겠거니 하고 점심을 먹고 있는데, 계곡 아래쪽에서 폭포수 소리 같은 게 들려온다. 아니 무슨 소린가 하고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골짜기 쪽에서부터 소나기가 숲을 난타하며 정상을 향해 질풍처럼 진격해오고 있지 않은가!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소나기에 갇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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