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감꽃, 그리고 보릿고개의 추억

모산재 2012. 6. 18. 14:07

 

감나무는 유난히 싹이 늦게 튼다. 다른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짙푸른 잎사귀로 제법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하는 5월에 들어설 무렵에야 꺼칠꺼칠한 껍질을 뚫고 연두빛 새싹을 내밀기 시작한다.

 

 

감꽃이 피는 것은 초여름 더위가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이다. 세상이 온통 푸른 빛으로 가득차는 5월 하순 더위에 지친 보리가 들판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익어갈 무렵 감나무는 비로소 이파리 속에 노란 감꽃을 조랑조랑 달기 시작한다.

 

 

녹색의 꽃받침 속에 자리잡은 황백색의 감꽃은 네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다. 통꽃 속에 자리잡은 암술이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작은 열매가 자라나면서 꽃은 색깔이 짙어지면서 이빨 빠지듯 그대로 쏙 빠져서 땅으로 떨어진다.

 

 

 

 

 

감꽃

 

 

 

 

 

 

 

 

 

 

 

기나긴 겨울을 나고 보리가 익을 때까지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를 보릿고개라 했다. 군것질거리가 없는 시골이라 이 시기 아이들은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들로 다녔다.

 

이른 봄에는 물이 오르는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었는데 그것을 송기라 하였다. 다소 질기긴 하지만 향긋한 솔향이 나는 송기는 혀에 단 맛을 남기고 목을 타고 넘어간다. 논밭 언덕이 푸른 빛이 입힐 무렵에는 풀밭언덕에서 통통하게 속이 밴 띠풀의 꽃이삭을 한 움큼씩 뽑아들고 삘기라며 까서 멋었다. 보리가 팰 무렵에는 찔레에 통통하게 자라나는 새순을 꺾어 껍질을 벗기고 그 연하고 달착지근한 줄기를 먹었다.

 

 

그리고 보리 이삭이 긴 수염을 내고 익어갈 무렵 감나무 넓은 잎사귀 아래로 노란 감꽃이 조랑조랑 달리기 시작한다. 감꽃이 후두둑 땅 위에 떨어질 무렵 아이들은 모춤을 묶기 위해 헛간에 쌓아둔 짚단의 이삭 줄기를 뽑아 감똘개를 주렁주렁 꿰어 두었다가 간식으로 먹기도 하였고 그냥 목걸이로 두르고 다니기도 하였다. 떱떨하기도 하면서 단 맛이 도는 감꽃, 그 감똘개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린 시절, 감꽃을 감똘개라 불렀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오돌개라고 불렀는데, 비슷한 소리인 '돌개'와 똘개'에 꽅과 열매를 의미하는 무슨 뜻이 있는지 궁금하다.

 

 

 

 

고욤나무 꽃

 

 

 

 

 

 

 

누에를 기르는 집이 많으니 뽕나무 밭이 많았다. 보리가 익어갈 무렵에는 뽕나무 가지에는 주렁주렁 달린 빨간 오디는 까맣게 익어가고 꼴 베러 간 아이들은 뽕나무 밭에 숨어 들어 오디를 훑어 입에 넣기 바빴다. 손바닥과 입술이 새까맣게 물이 들도록... 아마도 이 때가 시골아이들에게는 가장 행복했으리라.

 

 

오디를 따먹고 또 얼마쯤의 시간이 지나면 한여름 땡볕 속에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간다. 보리와 감자를 수확한 다음이라 아이들은 부른 배가 꺼질 무렵이면 소를 몰고 산으로 간다. 잎새 뒤에 숨어숨어 익은 산딸기는 모두 시골 아이들의 것이다.

 

 

 

 

 

● 감나무 Diospyros kaki | persimmon tree   ↘   감나무목 감나무과 감나무속 교목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높이 10-20m다. 나무껍질은 코르크화되며 잘게 갈라지고 흑회색으로 일년생가지에 갈색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두껍고 타원상 달걀형이고 긴 달걀형 또는 거꿀달걀형이며 점첨두이고 넓은 예형 또는 원저이고 길이와 폭은 각 7 ~ 17cm × 4 ~ 10cm로, 톱니가 없으며, 잎자루길이 5 ~ 15mm로 털이 있다.

암수한꽃 또는 암수딴꽃으로 5 ~ 6월에 개화하며 황백색으로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길이와 폭이 각 18mm × 15mm이고 꽃받침조각은 길이와 폭이 각 10mm × 12mm이며, 수꽃은 길이 1cm로 16개의 수술이 있으나, 암수한꽃에는 4 ~ 16개의 수술이 있고, 암꽃의 암술은 길이와 폭이 각 15 × 8mm이다. 열매는 장과로 난상 원형 또는 편구형이며 지름 4 ~ 8cm로 황적색이고 10월에 성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