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뻐꾹채, 뻐꾸기 우는 계절에 피는 꽃

모산재 2012. 6. 15. 15:30

 

참으로 오랜만에 뻐꾹채를 만납니다. 도담삼봉에서 석문이 있는 능선길을 걷던 중입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의 산과 들에서도 보지 못했던 뻐꾹채를 처음 본 것은 8년 전 돌아가신 큰이모님을 영영 떠나보내던 무덤가에서였습니다. 엉겅퀴와 닮았는데 가시가 없고 통통하고 긴 꽃대에 엉겅퀴보다 훨씬 큰 꽃이 딱 한 송이밖에 달리지 않는 것이 너무 신기해 한 동안 바라보았는데, 그것이 뻐꾹채라는 것을 안 것은 몇 년 뒤였습니다.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뒤 많은 산과 들을 다녔지만 뻐국채를 만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산과 들, 볕 잘 드는 메마른 땅에서 자생한다고 하지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은 아닙니다.

 

 

뻐꾹 뻐꾹 봄이 가네.

뻐꾸기 소리 잘 가란 인사

복사꽃이 떨어지네.

 

뻐꾹 뻐꾹 여름이 오네.

뻐꾸기 소리 한여름 인사

이 새로 돋아나네.

 

 

동요처럼 뻐꾸기가 우는 계절 꽃을 피우니 뻐꾹채입니다. 4월이면 새순이 자라나 뻐꾸기가 우는 봄날이면 벌써 꽃봉오리를 올리고 여름이 되기 전에 벌써 붉은 실뭉치 같은 꽃을 피우는 것이 뻐꾹채입니다. '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뻐꾹나물'이라 하여 나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꽃봉오리에 붙은 갈색 비늘잎이 뻐꾸기 가슴털처럼 보여서 뻐꾹채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멍구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절굿대와 함께 뻐꾹채를 '누로(漏蘆)'라 하여 열독으로 인한 종기와 창양, 출혈성 질병에 쓴다고 합니다.

 

 

 

 

 

 

 

 

 

뻐꾹채는 국화과 뻐꾹채속의 유일한 자생종입니다. 들꽃치고는 키가 크고 큰꽃을 답니다. 엉겅퀴와 많이 비슷하지만 줄기는 가지를 치지 않고 줄기 끝에 단 하나의 커다란 꽃송이만 피웁니다. 학명도 Rhaponticum uniflorum인데, 종소명 uniflorum은 '하나의 꽃'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뻐꾹채는 린네에 의해 수레국화속(Centaurea)의 이명인 Cnicus속으로 발표되었는데, 이후 잎이 중앙맥 부근까지 깊게 결각이 생기는 특징으로 스위스 식물학자 드캉돌(de Candolle, 1778-1841)에 의해 뻐꾹채속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영명은 '하나의 꽃이 달리는 수레국화'라는 uniflower-swisscentury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뻐꾹채속 식물들은 아시아와 유럽에 약 17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뻐꾹채 한 종만 자생합니다.

 

 

6∼8쌍 깃꼴로 갈라지는 잎사귀도 엉겅퀴와 비슷하지만 엉겅퀴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없습니다. 꽃이 필 때에도 뿌리잎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엉겅퀴의 잎이 짙은 녹색이라면 뻐꾹채의 잎은 온 몸에 흰털이 덮여 있어 밝은 녹색을 띱니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점은 꽃봉오리가 솔방울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뻐꾹채의 꽃은 독특한 갈색의 비늘에 감싸여 있는데, 나중에 이 갈색 비늘이 펼쳐지면서 꽃받침이 되고 그 속에서 붉은 털실을 연상시키는 암술대가 예쁜 꽃술로 피어납니다.

 

 

가시로 중무장한 엉겅퀴가 고난과 시련의 현실에 온 몸으로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이라면, 뻐꾹채는 태평성대에 순하디순하게 살아가는 착한 백성의 모습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 뻐꾹채 어린풀과 꽃봉오리

 

꽃봉오리는 솔방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갈색의 비늘이 꽃을 감싸고 있가 때문이다. 갈색 비늘 속에서 붉은 꽃술이 펼쳐지면서 꽃이 된다.

 

 

 

남한산성 / 2006. 05. 05

 

 

 

 

 

두위봉 / 2006. 05. 13

 

 

 

 

 

 

 

● 뻐꾹채 Rhaponticum uniflorum | uniflower-swisscentury   ↘   초롱꽃목 국화과 뻐꾹채속 숙근성 여러해살이풀

높이 30-70cm이고 백색 털로 덮여 있으며 가지가 없고 곧게 자란다. 원줄기는 화경상(花莖狀)으로서 줄이 있다. 땅속으로 굵은 뿌리가 깊게 뻗어 내려간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고 밑부분의 잎은 도피침상 타원형 또는 피침상 긴 타원형이며 끝이 둔하고 밑부분이 좁으며 길이 15-50cm로서 우상으로 완전히 갈라진다. 열편은 6-8쌍으로서 서로 떨어져 있고 긴 타원형이며 둔두이고 백색 털이 밀생하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거나 결각상이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점차 작아진다.

꽃은 6-8월에 피며 지름 6~9cm로서 원줄기 끝에 한 개씩 곧추 달리고 총포는 반구형이며 길이 3cm, 폭 5cm이고 포편은 6줄로 배열되며 외편과 중편은 주걱모양으로서 윗부분이 넓고 뒷면에 털이 약간 있으며 밑부분에 털이 많고 내편은 피침상 선형으로서 끝이 약간 넓다. 꽃부리는 길이 3cm이며 판통의 좁은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짧고 홍자색이다. 수과는 긴 타원형으로서 길이 5mm, 직경 2mm이고 관모는 여러 줄이 있으며 길이는 2c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