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대모산의 쌍줄푸른밤나방, 청딱따구리, 외대으아리, 도랭이피, 쇠채, 밀나물, 방울비짜루, 붓꽃, 산해박

모산재 2012. 6. 19. 22:14

 

아이들과 함께 대모산을 찾는다.

 

새로울 것 없는 풀꽃들이지만 가슴이 설레는 것은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생명을 드러내는 그 당당함 때문이다.

 




쥐똥나무 꽃이 한창 피고 있는 계절이다. 꽃보다도 진한 향기에 더 넋을 잃게 만든다.

 

 


 

공원에는 노란 꽃밥을 단 산마늘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목백합도 주황색 띠를 두른 녹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고비는 벌써 포자잎이 성숙한 모습으로 보여 주고 있다. 

 


 

 

때죽나무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이게 무슨 나방이었지. 녹색밤나방?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야 쌍줄푸른밤나방이라는 이름을 확인한다.

 

 

 


그러나...

 

폭우 피해를 방지한다고 대모산의 골짜기란 골짜기는 모두 자 긁어내고 콘크리트 바닥에 시멘트로 빈틈없이 마감한 석축을 쌓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원천봉쇄라고 할 정도의 그악스런 공사를 보며 숨이 막혀 온다. 수천 년 동안 저 골짜기에 의존해서 생존해 왔던 수많은 생명들이 박멸되는 순간을 맞고 있을 것이다. 강남구청이 시행하는 이 공사는 이명박식 공사의 결정판이지 싶다.

 

 

아이들을 이 골짜기로 데려오지 말아야 했는데... 더 보여 줄 곳이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다.

 

불국사까지 산행을 하다 결국 아이들은 돌려보내고 혼자 묏등 언덕이나 돌아보기로 한다.

 


 

야영장 옆 숲길로 가다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니 비오톱에서 새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허우적거리다가 주변의 나무로 날아간다. 혹시 포란기라서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니까 싶다.

 

멀리서 보니 무슨 새인지 알아볼 길이 없는데 주변 나무 줄기에 피해 가서 앉은 모습을 보니 딱따구리 종류로 보인다. 머리의 붉은 무늬로 보아 설마 크낙새는 아닐테고 아마도 까막딱따구리일까...? 붉은 무늬가 작으니 암컷...

 

 

 


그런데 이 녀석이 정말 까막딱따구리라면 대박이다. 확인해 보니 까막딱따구리는 희귀종이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단다. 대모산에 이 녀석이 텃새로 깃든 것이라면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확인해 보니 까막딱따구리가 아니라 청딱따구리이다.)

 


 

묏등 언덕에 도착하니 꿀풀이 한창 피고 있다.

 

 

 

 


띠는 삘기가 패어 꽃밥을 가득 단 꽃이삭을 하늘로 내밀고 있다.

 

 


 

외대으아리도 이제 꽃을 갓 피우기 시작했다.

 

 


으아리나 참으아리는 꽃이 하나의 꽃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취산꽃차례로 피는데, 외대으아리는 가지 끝에 1~3개씩 꽃줄기가 외대로 하나씩 달린다는 점이 다르다.

 

 


 

도랭이피는 실처럼 가는 긴 줄기에 꽃이삭을 내밀고 바람에 한들거린다.

 


 

 

 


꽃잎을 연 쇠채를 볼 수 있을까 하여 온 풀밭을 다 뒤졌지만 꽃은커녕 그 흔하던 쇠채 자체도 발견하기 어려워졌다. 몇 년 전  무던 언덕 전체에 잔디를 입히는 대공사를 하면서 많은 풀꽃들이 이 언덕에서 사라져 버렸다.

 

 

 


암수딴그루인 밀나물은 아직 꽃이 채 피지 않은 모습이다. 수꽃 몇 송이만 보인다.

 

 

 


 

들여다볼수록 예쁜 꽃받이 꽃

 

 


 

방울비짜루는 수꽃은 아직 꽃망울을 달고 있는 상태인데, 암그루는 제법 굵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았다.

 

 

 

 

붓꽃이 군데군데 꽃을 피우고 있다.

 

 

 

 


무덤 공사를 벌이기 전이었다면 지금쯤 이 언덕은 풀꽃들의 천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하던 붓꽃도 방울비짜루도 멸종을 면한 수준으로 드문드문 피어 있을 뿐이다.

 



지천으로 자라던 산해박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밭을 이뤘던 둥굴레도 몇 되지 않는데 꽃도 다 지고나니 허전하다.

 

 

 


너른 잔디밭에 메꽃 한 송이만 쓸쓸히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