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소백산의 보현개별꽃(?), 금강애기나리, 참배암차즈기, 애기감둥사초, 큰앵초, 가야산은분취(?)

모산재 2012. 6. 10. 11:47

 

소백산 최고봉 비로봉을 눈앞에 두고 돌아서려고 하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미리 알아보고 희방사계곡으로 바로 올라왔더라면 여유롭게 비로봉을 갈 수 있었을 것을... 단순히 산행만 목적이라면 갈 수도 있겠지만 풀꽃나무들도 살펴보자면 아무래도 무리.

 



결국 희방사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저기 눈 앞 오른쪽 능선을 지나면 희방사계곡이다. 멀리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보이고...

 

 

 


고산지대의 양지꽃은 야산 주변의 양지꽃에 비해 꽃만 큰 것이 아니라잎도 훨씬 크고 시원스럽다. 어쩌면 다른 종으로 진화된 것이 아닐까, 그레서 고산양지꽃이라 불러야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미 꽃이 진 꽃줄기가 길게 늘어진 개별꽃을 만난다. 

 

이런 특징을 가진 개별꽃은 태백개별꽃이다. 그렇게 보면 될까 했다... 

 

 


꽃줄기가 길게 드리워지는 점만 빼면 큰개별꽃과 비슷하다는 태백개별꽃, 뿌리를 캐서 보니 과연 큰개별꽃처럼 가늘고 긴 덩이뿌리가 여럿 얽혀 있고 당속줄기를 통해 몇 개의 개체가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줄기에서 가지가 나 있지 않은가.

 

가지가 있는 개별꽃은 덩굴개별꽃과 긴개별꽃 그리고 보현개별꽃인데, 이렇게 줄기가 붉은 빛이 도는 것은 보현개별꽃밖에 없다.

 

 


그럼 이것을 보현개별꽃이라 볼 것인가?

 

꽃이 져 버린 상태에서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꽃받침의 갈래가 5개가 넘어 보인다.(분명하지는 않다, 눈으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사진으로는...)  그럼 보현개별꽃이 아니다. 보현은 꽃잎이 5개이니까... 그럼 뭐란 말인가...




기대하지도 않은 곳에서 금강애기나리 꽃을 만난다.

 

진부에서 처음 발견되어 진부애기나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꽃.

 

 

 

 


금강애기나리 꽃을 담고 돌아서서 내려서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풀.

 

어디선가 본 듯도 한데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풀의 이름이 무엇일까. 

 

 

 

종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끙끙대다가 나중에 동호인들에게 물어보고서야 참배암차즈기라는 걸 알게 된다. 꽃 이미지만 봤을 뿐 실물로 처음 만나는 풀이니... 

 

 


그리고 능선의 바위지대를 따라 내려서는 곳에서 큰앵초와 나도옥잠화 군락을 만난다.

 

 

 

큰앵초만 담고 나도옥잠화는 많이 보았으니 생략한다.

 



그늘진 지대라 나도제비난초가 있을 법하다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비로봉 쪽으로 갔으면 어쩌면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무더기로 자라는 풀이 야생 배초향일까 싶어 확인하기 위해 잎을 따 입에 넣었다가 지독하게 쓴 맛에 한동안 침을 뱉으며 괴로워해야 했다.

 

 

 

야생 배초향이라도 이렇게 쓸 리가 없다.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들여다보며 무엇일까 궁리하다가 아무래도 오리방풀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어린풀의 이미지를 찾기는 어렵다.

 


 

은분취 어린풀도 종종 보인다.

 

잎이 크고 시원스러운 것이 어쩌면 가야산은분취일 수도 있다. 소백산에 자생하는 것이니까... 꽃이 필 때 와서 키가 높게 자라는지 총포가 6층으로 되어 있는지 살펴보면 알 것이지만...

 

 

 


능선지대를 따라 산앵도나무가 이제 막 앙증맞은 종 모양의 작은 꽃을 달기 시작했다.

 

 


 

애기나리 꽃도 담아보고...

 

 


 

다소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 곳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초의 풀밭이 펼쳐지고 있다.

 

부드러운 애기감둥사초...

 

 

 

 


능선길을 따라 둥굴레가 꽃을 피운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곧게 자란 큰꼭두서니가 꽃망울을 달기 시작했고...

 

 

 


대사초는 꽃이 지고 어린 이삭이 달린 모습이다.

 

 


 

능선길이 끝나고 희방사로 접어드는 계곡은 급경사를 이룬다. 끝 없는 계단길로 내려서는 골짜기는 너덜지대로 별 볼 것이 없다.   

 



희방사 가까운 골짜기에서 꽃을 피운 풀솜대를 만난다.

 

 

 


세운 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부도탑과 탑비가 눈에 들어온다.

 

묘탑의 주인공이 누군가 싶어 돌아와서 찾아보니 화산대종사라 새겨져 있는데, 희방사 전 주지라는 기록이 어느 글에 잠시 비칠 뿐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다. 비문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금방 희방사 경내로 들어선다.

 

 

 

신라 선덕여왕 때 호랑이를 살려준 전설의 주인공 두운조사가 창건했다는 절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자연 숲으로 덮여 있다.

 

이 절은 희방사본이라고 하는 훈민정음 언해본이 담긴 <월인석보> 판목을 간직했던 절이다. 1568년에 새긴 1·2권의 판목을 보존하고 있었는데 6·25전쟁으로 절리 불타면서 훈민정음 원판, 월인석보 판목 등도 사라졌다. 전쟁 직후 다시 세운 절에 월인석보 책판을 보존하고 있다.

 



절 아래쪽 계곡에는 등산객들이 젖은 땀을 씻고 있다.

 

 

 


불타버린 절이라 볼 것이 그리 없어 금방 길을 떠난다.

 

 


절 주변에서 덩굴개별꽃을 만난다.

 

긴 개별꽃과 달리 가지가 아래쪽에서 벌고, 꽃이 진 다음 줄기가 계속 자라 바위나 언덕을 덩굴처럼 타고 오른다. 그리고 꽃잎의 끝이 둥글다.

 

 

 


 

희방사 아래 계곡 풍경

 

 

 


그리고 절 바로 아래쪽에 있는 희방폭포를 지난다.

 

희방폭포는 높이 28m로 이 주변 내륙의 최대 폭포다. 주변 바위가 하나의 커다란 암반을 이룬 가운데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 가운데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예전 폭포 곁 바위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던 길은 폐쇄되고 직선으로 연결된 높은 구름다리가 대신하고 있다.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본 희방폭포

 

 

 


어두운 숲그늘에서 물참대가 몰래 꽃을 피웠다.

 

 

 

폭포 아래에서 바라본 희방폭포

 

 

 


희방사 입구에 도착하니 풍기로 가는 마지막 버스 시간이 30여 분 남았다.

 


땀을 흘리고 나니 시원한 막걸리 생각이 절로나지 않겠는가.

 

하나밖에 없는 식당, 북적이는 등산객들로 파전도 도토리묵도 다 재료가 떨어졌다 하여 취나물전을 권한다. 막걸리에 무슨 안주 맛이겠는가 싶었는데 맛이 아주 그만이다.



참으로 맛나게 술과 안주를 먹고나서 얼근해진 기분으로 풍기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