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을 올라 하산하는 길, 희방사 부근에서 덩굴개별꽃을 만난다. 가리왕산에서 처음 본 이래 곰배령, 덕유산 등에서 만나고 이번에 또 소백산에서도 마주친다.
덩굴개별꽃은 이름 그대로 덩굴로 자라는 개별꽃이다. 개별꽃 중에서 가지를 가장 많이 치는데, 꽃이 지고 난 뒤에 줄기 끝이 실처럼 계속 자라나 마치 덩굴처럼 땅바닥을 따라 기면서 얽힌다. 긴개별꽃도 줄기에 가지를 치긴 하지만 덩굴개별꽃처럼 줄기 끝이 더 자라나지는 않는다.
희방사에서 만난 덩굴개별꽃은 이미 꽃이 지고 난 뒤의 모습으로 줄기 끝이 실처럼 길게 자라 암벽을 타고 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몇 개의 꽃이 남아 있어 덩굴개별꽃의 특징을 모두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다.
개별꽃속(Pseudostellaria) 식물은 별꽃(Stellaria)속 식물들과 비슷하나 뿌리가 굵어지는 특징으로 별꽃속과 구분된다. 국내의 모든 개별꽃들은 줄기 끝에서 꽃송이를 피우지만 오로지 덩굴개별꽃은 줄기 끝에서 꽃을 피우지 않고 잎겨드랑이에서 꽃을 피우며, 꽃을 피운 다음에는 줄기 끝에서 계속 줄기가 길게 자라나는 것이다. 이 점은 긴개별꽃과 구별되는 주요한 특징이다. 긴개별꽃이 꽃잎 끝이 패어져 있는 것과는 달리 덩굴개별꽃의 꽃잎은 끝이 둥글다. 그래서 유난히 하얀 꽃잎은 더욱 부드럽게 느껴진다.
덩굴개별꽃은 잎이 마주보기로 달리는데 마디의 간격이 일정하다. 이는 큰개별꽃 등 대부분의 다른 개별꽃이 마디와 마디 사의 간격이 줄기 윗부분에서 급격히 줄어들어 줄기 끝에 달린 2쌍의 잎이 마치 잎 4개가 돌려난 것처럼 보이는 점과 뚜렷이 다르다. 꽃이 지고 난 다음 실처럼 가늘게 자라나는 덩굴들이 어지럽게 얽히는데, 그래서인지 덩굴개별꽃은 '덩굴미치광이'라는 이명으로도 불린다. 또다른 이명으로 '둥근잎미치광이'가 있으니 긴 덩굴과 함께 동글동글 어지럽게 얽혀 있는 잎 모습에서 따온 이름이 아닐까 싶다.
덩이뿌리를 확인하니 역시 굵은 방추형이다. 대개의 개별꽃이 긴 덩이뿌리를 가지는데 덩굴개별꽃의 덩이뿌리는 매우 짧고 통통해서 다른 개별꽃과 쉽게 구별된다.
덩이뿌리에는 지난해 줄기의 흔적이 남아 있고, 땅속 줄기가 연결된 것으로 보아 새로운 개체가 증식되기도 하는 듯하다.
덩굴개별꽃의 학명은 Pseudostellaria davidii. '다윗의 개별꽃'이라는 뜻을 가진 학명인데, 영명도 David Falsestarwort로 같은 어원의 말이다.
전국의 깊은 산에 분포하며 숲속 반그늘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란다.
● 덩굴개별꽃 Pseudostellaria davidii | David Falsestarwort / 석죽목 석죽과 개별꽃속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연하고 곧게 선다.높이는 15cm 정도이며, 꽃이 핀 다음에 가지가 옆으로 길게 벋으면서 덩굴처럼 된다. 덩굴 끝은 실처럼 가늘어져서 땅에 닿으면 뿌리가 내린다. 덩이뿌리는 굵은 방추형이다. 잎은 마주나고 타원형 또는 난형으로 끝이 가시처럼 뾰족하고 밑은 좁아져 잎자루처럼 되고 가장자리에는 흰 털이 있다.
5∼6월에 위쪽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실같이 긴 꽃줄기 끝에 흰색 꽃이 한 송이씩 달린다. 꽃잎은 5개이며 끝이 둥글고 꽃받침보다 길다. 수술은 10개로 꽃밥은 검은 자줏빛이며, 암술대는 3개이다. 꽃받침 뒷면에는 긴 흰 털이 있다. 줄기 밑부분 잎겨드랑이에 폐쇄화가 4송이 달린다.
↓ 줄기가 자라기 전의 덩굴개별꽃 / 덕유산
↓ 덩굴개별꽃 뿌리 / 곰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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