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천태종 총본산, 단양 소백산 구인사 (1)

모산재 2012. 6. 12. 00:27

 

소백산 산행을 마치고 단양으로 이동하여 이튿날 구인사(救仁寺)를 찾았다.

 

 

천태종 총본산이 있다는 이야기야 들었지만 사전지식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단양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뜻밖에 동서울에서 출발하고 단양을 경유하여 구인사가 종착지인 고속버스! 사찰이 고속버스 종착지라니! 터미널에서 거의 매 시간 구인사를 향하는 고속버스가 있는 시간표를 보고서야 비로소 참 대단한 절이라고 생각한다.

 

 

 

 

단양군 영춘면 백자리. 단양에서 남한강 상류를 따라 영월 방향으로 20 킬로 정도 가다가 계곡으로 접어든다. 지도를 보니 소백산의 국망봉 북쪽 기슭이다.

 

제법 높은 산이라는 느낌이 드는 골짜기 입구, 구인사 넓은 주차장에 고속버스가 섰다.

 

 

 

일주문 쪽에서 돌아본 주차장 모습

 

 

 

 

 

마치 출근길인 듯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구인사 경내를 향해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좁고 싶은 골짜기 전체를 포장하여 넓은 길을 만들었다.

 

 

오솔길을 통하여 호젓하게 경내로 들어서는 여느 절과 다른 분위기...

 

 

 

 

 

 

'소백산 구인사 일주문 '. 절 이름에 소백산을 넣었고 일주문 양식도 별 다를 것이 없다.

 

 

 

 

 

안쪽에서 돌아본 일주문 모습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5층 콘크리트 건물은 일반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낯선 양식이다. 한옥 양식으로 지붕은 올렸지만 내부공간은 거의 현대적이라 할 수 있는... 현대적 실용성과 고전적 치장이 결합된 모습이다.

 

 

보일러실, 유류고 등이 있어 구인사의 파워플랜트 구실을 하는 건물이다.

 

 

 

 

 

문득 생각되는 것이, 저 자리에 전통적인 단층 전각이 들어설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시적인 숲이 들어선 가파른 산골짜기, 단층 전각은 지세에 눌린 모습일 것. 저렇게 5층 전각이 들어서고서야 뭔가 조화를 이룬 듯하지 않는가!

 

여기서 잠깐, 구인사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부터 공부하기로 하자.

 

 

소백산 수리봉 밑 해발 600여m 산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는데, 풍수사상으로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라고 한다. 1966년에 창건되었으나 천태종의 개조인 상월조사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1946년이었다.

1942년 중국 티베트 등지에서 곤륜산·오대산의 문수도량과 아미산의 보현성지 등을 순례하고 귀국하여 1945년 초 소백산에 들어가 칡덩굴을 얹어 암자를 지은 것이 구인사의 시작이다. 구인사가 터를 잡은 자리는 연화봉 아래로 연꽃이 핀 것 같다 해서 ‘연화지’라 불리는데, 좁고 깊은 산세를 훼손하지 않고 가파른 언덕을 따라 가람을 배치한 것이 특이하다.

그가 초암을 짓고 수도하던 자리에 현재의 웅장한 사찰이 축조되었다. 경내에는 초암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900평의 대법당, 135평의 목조강당인 광명당, 국내 최대의 청동사천왕상 등이 있다. 지금은 50여 동의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일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5만 6,000명이며, 총공사비 122억 원이 소요된 국내 최대 규모의 사찰이다.

수리봉 정상에는 상월조사의 묘가 있는데, 이는 화장하여 사리탑으로 조성하는 일반 불교 양식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상월조사는 생전에 화장을 원치 않아 미리 이 묘자리를 잡아놓았다고 한다.

이 절은 특히 치병에 영험이 있다고 하여 매일같이 수백 명의 신도들이 찾아와 관음기도를 드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주문을 지나면 금방 천왕문에 이른다.

 

전통적인 양식의 일주문과는 달리 천왕문은 마치 도성의 문루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천왕문은 구인사 골짜기의 가장 좁은 목에 자리잡고 있다. 마귀든 악귀든 이 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출입할 수 없는 요새다.

 

 

  

 

 

 

대개 큰 사찰에서 천왕문을 2층 전각으로 짓고 1층에는 사천왕을 모시고 2층에는 범종과 법고 등 불전사물(佛殿四物)을 두기도 하지만, 구인사 천왕문은 1층은 성곽의 문처럼 석축을 하였고 2층에 사천왕상을 모셨다.

 

지국천왕(동) 광목천왕(서) 증장천왕(남) 다문천왕(북) 네 천왕이 지키고 선 사천왕상은 여느 절이나 다름없는 양식이다. 다만 국내 최대의 청동 사천왕상이란 점에 그 의의가 있다.

 

 

 

 

 

 

2층 천왕문에서 내려다본 구인사의 파워플랜트

 

 

 

 

 

2층 천왕문에서 바라본 경내 모습. 앞에 보이는 건물이 인광전이다.

 

 

 

 

 

구인사는 천태종의 본산이라는데 천태종은 어떤 종파인가. 천태종에 대해서도 잠시 알아보고 가기로 하자.

 

1945년 2월 박상월(朴上月)이 충청북도 단양군 소백산에 구인사를 창건하고 포교를 시작했다. 1967년 1월 문화공보부에 천태종대각불교포교원으로 불교단체 등록을 했고, 1969년 12월에 대한불교천태종으로 개칭했다.

고려 숙종 때 의천이 개창한 천태종에 연원을 두고 있다. 소의경전(所依經典)은 <묘법연화경>과 고려시대 제관(諦觀)의 <천태사교의 天台四敎儀>이며, "개인완성과 불국토건설, 법성체결합"을 종지로 삼고 있다. 본존불은 석가모니불을 봉안한다. 부설교육기관으로는 서울 성수동의 금강불교대학과 부산 초읍동의 금강불교대학분교가 있다. <천태종보>와 <금강(金剛)>을 월간으로 발행한다.

 

 

 

내부에서 돌아본 사천왕문

 

 

 

 

 

천왕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육중한 5층 건물이 나타난다.

 

 

 

 

승려와 신도의 교육을 위한 인광당이다. 1987년에 낙성했다고 하는데 신도 기도실 및 도서실 등 다용도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다.

 

급한 경사지 위에 세워진 높은 건물이라 아래 쪽에서 바라보면 더욱 위의가 느껴진다.

 

 

 

 

맨 아래층에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끈다.

 

 

 

 

 

 

인광당과 맞은편 총무원 건물이 붙어서 있다. 지붕을 맞대고 늘어선 건물 풍경을 어느 절에서 볼 수 있을까? 구인사는 마치 골목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드는 전각 배치를 보인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 50여 채가 좁고 긴 골짜기를 따라 들어서다보니 걷는 길은 절로 골목길이 된다.

 

 

 

 

 

 

종무소와 우체국 등이 자리한 장문당실을 지나면서 골짜기 곳곳에 쌓은 구인사 축대를 감상한다.

 

팔만대장경판을 저렇게 차곡차곡 쌓은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좁은 골짜기에 웅장한 건물을 짓다보니 많은 바위들이 채굴되었을 것이고, 저렇게 구인사 특유의 축대로 쌓았을 것이다.

 

 

 

 

 

 

법당 맞은편에는 3층석탑인 사리탑이 서 있다.

 

코끼리 세 마리가 1층 기단을 이루고 그 위에 2층기단과 3층석탑이 올려진 색다른 양식의 석탑이다.

 

 

 

 

 

그런데 이 탑은 1983년에 2대 종정이 인도의 기원정사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탑이라고 한다.

 

1층 탑신의 안면에는 사리를 모신 문의 모양을 새겼고 뒷면에는 문수보살상, 왼쪽에는 금강장보살상, 남쪽에는 관세음보살상을 새겼다. 2층 탑신에는 천태종의 소의경전인 법화경의 4대 보살을, 3층 탑신에는 천태종의 상징인 종기를 4면에 새긴 것이다.

 

 

 

 

 

 

탑의 왼쪽에는 돌북(석고)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의 환구단에 돌북을 조성했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절에서 돌북을 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돌북이 울리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 소리를 들으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돌북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볼 수 없어 아쉽다.

 

5층에 있는 법당에 오르기 전 잠시 맞은편 축대 위 산그늘에서 5층 법당 건물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숲그늘에는 쥐오줌풀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구인사 대법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법당이다.

 

일제 기 티베트와 중국 등지의 성지 순례를 마치고 1946년에 상월 스님이 구봉팔문 연화지에 삼간 초암을 세운 자리에 세운 법당이다.

 

 

 

 

 

5층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

 

 

 

 

 

좁은 골짜기로 난 길을 따라 양쪽으로 서 있는 높은 다층 건물이다보니 건물과 건물을 건너는 구름다리가 생긴 것도 구인사만의 특징일 것이다.

 

구름다리 아래로 보이는 풍경은 역시 절 경내라기보다는 중국의 고성 골목길을 걷는 느낌이다.

 

 

 

 

 

측면에 있는 계단을 따라 5층의 대법당으로 오른다.

 

4층 옥상에 자리잡은 대법당에는제법 넓은 마당이 있고 현판은 '설법보전(說法寶殿)'이라 씌어 있다.

 

 

 

 

 

오전 한 나절이 지날 무렵인데 옆문으로 들여다 본 법당에는 무슨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법당 안에 모셔진 삼존불상.

 

한눈에 보아도 가운데에는 석가모니불인데 양쪽에 협시한 불상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아니다.

 

 

 

 

 

확인해보니 마주보는 왼쪽이 대세지보살, 오른쪽이 관세음보살이다.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기 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석가모니불과 연꽃과 정병(감로병)을 들고 있는 관세음보살, 그리고 아미타불의 오른쪽 협시보살로 정수리에 보병(寶甁)을 이고 왼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는 데세지보살의 모습이 나란히 표현되었다.

 

 

대법당 아래에는 2층으로 된 범종각이 자리잡고 있다.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등 불전사물(佛前四物)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은 여느 절과 다를 바 없다.

 

아침 저녁 예불 때 울리는 불전사물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으련만... 천성이 게으르면서도 일정은 바쁜 여행자는 내면 세계를 울리는 저 법열(法悅)의 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이 따가운 볕이 내리는 길만 재촉하고 있다.

 

<계속>

 

 

 

 

 

 

※ 구인사 전각 배치도  (이미지 출처 : 구인사 홈페이지)

 

 

 

○ 대조사전 : 천태종을 중흥하고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조사상을 봉안한 전각

○ 지관당(止觀堂) : 구인사의 강원으로 정규 승려교육과정을 지도하는 곳

○ 향적당(香積堂) : 구인사의 부엌(1층)과 식당(2,3층). '좋은 향기가 쌓이는 집'이란 뜻.

○ 삼보당 : 상월조사상을 봉안하고 2대 종정 대충종사 진영 봉안

○ 관음전 : 천수천안관세음보살과 협시로 남순동자와 해상용왕이 후불탱화로 그려져 있고 지장단과 시왕 탱화가 모셔져 있다.

○ 대법당 :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 범종루 :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등 불전사물(佛前四物)이 배치되어 있다.

○ 사리탑 : 2대종정이 인도 기원정사에서 구해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함

○ 인광당 : 승려 및 신도의 교육을 위한 시설과 대강당, 신도 기도실 및 도서실 등의 다용도 시설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