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소백산 능선의 참삿갓사초, 일월토현삼(?), 산장대, 숲개별꽃, 큰앵초, 나도옥잠화, 다람쥐꼬리

모산재 2012. 6. 8. 12:52

 

죽령 마루, 5번국도와 만나고서야 죽령옛길로 들어선 것이 실수라는 걸 깨닫는다. 

 

그냥 옛 사람들이 넘던 죽령 길을 걷는 낭만만 생각했는데,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길이 경북 영주에서 충북 단양으로 넘어서는 고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과, 지금부터 소백산 정상을 따라 걷는 길이 천문대로 직행하는 콘크리트 포장길일 거라는 걸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죽령 주막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 5번국도를 따라가다 보니 고개 마루라는 걸 확인하게 되고, 그리고 이어지는 길이 천문대 길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천문대 오르는 도로가 아닌  호젓한 능선길이 따로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햇살은 한여름 못지 않게 따갑게 내려쬐는데, 저 딱딱한 콘크리트 길을 따라 정상을 올라야 한다니... 그냥 희방사계곡으로 올라 갔어야 했는데... 망했다 싶다.

 

 

 

어쩌겠는가. 길은 외통수인데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콘크리트길로 접어든다. 도로가 난 길이어서 풀꽃나무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없을 것이 뻔하다.

 

길가에는 쥐오줌풀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처럼...

 

 

 

통제소에서 비로봉까지 얼마나 걸릴까 물어보니 4시간쯤이라며 되돌아오기는 어렵다고 한다. 단양 쪽으로 빠지거나 아니면 희방사계곡으로 내려와야 될 듯한데, 단양 쪽 계곡이 길어 시간이 어려울 것 같다.  

 

 

한참 걷다가 줄기가 꺾여진 채 꽃을 피운 솜방망이를 만나고...

 

 

 

숲그늘 곳곳에 나도하수오 어린풀들이 자라고 있다.

 

 

 

참삿갓사초로 보이는 사초가 긴 꽃이삭을 달고 있는 모습이 싱그럽다.

 

 

 

휑하게 노출된 도롯가에 뜻밖에 꽃을 갓 피우고 있는 오미자를 만난다.

 

 

 

병꽃나무, 붉은병꽃나무들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특이한 제비꽃을 만난다.

 

잎이 밝은 녹색을 띠고 꽃 모양을 보면 흰털제비꽃을 연상시키는데, 녹색의 꽃받침은 왜제비꽃을 닮았고 꿀주머니는 털제비꽃을 닮은 제비꽃.

 

 

 

이게 도대체 무슨 제비꽃인지 통 짐작이 되지 않는다. 알 수는 없지만 웬지 잡종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엔 다른 제바꽃이 보이지도 않고 딱 한 개체만 보이는 제비꽃.

 

좀 떨어진 곳에서 흰털제비꽃 하나가 보이는데, 잎이나 꽃의 색은 닮았으되 모양은 전혀 연상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제2연화봉에 기까워질 무렵에 소백산 등산로 안내판을 만나 가야할 길을 잠시 헤아려 본다.

 

 

 

능선길 중간에 전망 데크가 나타난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데크 아래 능선에는 민백미꽃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멀리 풍기읍 풍경이 흐릿하게 보인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지루한 콘크리트길,

 

한참을 걷다보니 줄기에 털이 많은 낯익은 모습의 풀이 눈에 들어온다,

 

 

 

잎 모양을 보고 한눈에 현삼 종류지 싶다. 얼핏 둥글게 보이는 줄기를 만져보니 과연 네모의 각이 또렷이 감촉된다. 아마도 털 많은 현삼인 일월토현삼의 어린풀이지 싶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러 개체가 자라고 있다. 

 

이 녀석은 잎겨드랑이에서 꽃을 피우고 전체에 흰털이 많은 것으로 일월토현삼으로 불려왔지만, 최근 연구 결과 큰개현삼의 형질 변이로 보아 일월토현삼은 큰개현삼의 이명으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제2연화봉에 가까워진 오르막길 능선에서 바라보니 멀리 연화봉 아래 소백산 천문대가 희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후텁지근한 콘크리트길을 걷노라니 발바닥이 아프고 몸은 지친다. 

 

제2연화봉이 눈앞에 들어오면서부터 고산 특유의 청량한 바람기가 느껴지며 힘이 솟는다.

 

 

 

잠시 돌아서서 올라왔던 길을 돌아보고... 

 

 

 

제2연화봉 전망대와 강우 레이더 관측소

 

 

 

정상 부근의 서늘한 공기에 쥐오줌풀은 아직 꽃망울이 맺혀 있는 모습이다. 

 

 

 

정상 부근의 전망대 언덕에는 할미꽃이 군락을 이뤄 피어 있다. 조금씩 시들어가는 모습이긴 하지만 정상은 아직 봄과 다름없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제2연화봉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소백산 능선 풍경

 

 

 

 

 

그리고 천문대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아스라히 보인다.

 

 

 

 

길가에 환하게 핀 양지꽃, 산장대, 숲개별꽃, 홀아비바람꽃 등이 발길을 붙든다.

 

 

 

눈이 내린 듯 주변 산 언덕은 산장대 흰 꽃들이 덮고 있다.

 

 

 

 

오랜만에만나보는 숲개별꽃. 개별꽃 중의 여왕이라 할 정도로 꽃송이가 크다.

 

 

 

고산의 양지꽃은 꽃이 더욱 크고 선명하여 아름답다.

 

 

 

붉은 꽃봉오리를 단 큰앵초도 보인다.  

 

 

 

홀아비바람꽃도 흔하게 보이고...

 

 

 

꽃을 피운 큰앵초도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나도옥잠화를군락으로 만난다. 

 

 

 

 

나도옥잠이 무리지어 꽃을 피운 곳에는 다람쥐꼬리도 함께 자라고 있다.

 

 

 

그리고 소백산 천문대를 지나고 연화봉 정상으로 오른다.

 

 

 

연화봉 정상(1383m)

 

 

 

연화봉 정상에서 바라본 소백산 천문대와 제2연화봉 전망대

 

  

 

 

그리고 이어지는 소백산 연봉.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제1연화봉(1394m), 오른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소백산의 최고봉 비로봉(1439.5m)이다. 비로봉 뒷편으로 국망봉(1421m)이 이어진다.

 

 

 

연화봉 바로 앞 제1연화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능선길

 

그러고보니 소백산에는 연화봉 셋이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 천문대를 사이에 두고...

 

 

 

희방사 계곡으로 왔더라면 제1연화봉을 지나 비로봉까지 갔다가 단양 쪽 천동계곡으로 빠졌으면 좋으련만, 오후 네 시쯤이 된 지금 비로봉까지만 두 시간은 걸릴 듯하여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희방사계곡으로 바로 내려서기로 마음 먹는다. 여유로운 산행이  좋다. 수십 년만에 희방사도 구경하고...

 

일단 다시 풍기로 가서 기차를 타고 단양으로 가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