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넓은잎산사 Crataegus pinnatifida var. major / 순백의 꽃을 피우는 아침 나무, 산사나무 이야기

모산재 2012. 6. 6. 11:03

 

신록이 푸르른 5월의 죽령옛길에서 순백의 꽃을 피운 산사나무를 만난다. 산사나무 중에서도 잎이 크고 얕게 갈라지며 열매의 지름 2.5cm 정도의 큰 열매가 달리는 산사나무의 변종인 넓은잎산사로 보인다.

 

넓은잎산사는 전국의 산기슭 및 인가 부근에서 자라는데, 특히 전북과 경북 이북의 표고 100-1,250m에 자생한다.

 

 

 

 

 

 

 

 

 

 

 

 

 

 

● 넓은잎산사 Crataegus pinnatifida var. major | Wide-leaf mountain hawthorn ↘  장미목 장미과 산사나무속 소교목

높이 6m 까지 자란다. 줄기는 대부분 회색을 띠며 어린줄기에는 예리한 1-2cm 길이의 가시가 있다. 가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넓은 달걀모양, 삼각상 달걀모양 또는 능상 달걀모양이며 절저 또는 넓은 예저이다. 잎이 크며 얕게 갈라지고 양면의 주맥과 측맥에 털이 있으며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윤채가 있으며 가장자리에 뾰족하고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엽병은 길이 2-6cm이며 탁엽은 크고 톱니가 있다.

꽃은 잎이 핀 다음 4-5월에 피고 지름 1.8㎝로서 백색 또는 담홍색이며 편평꽃차례는 지름 5-8cm로서 털이 있고 꽃잎은 둥글며 꽃받침조각과 더불어 각 5개이고 수술은 20개이며 꽃밥은 홍색이다. 배꽃같은 작은 꽃이 몇 송이씩 뭉쳐서 핀다. 이과(梨果)는 둥글고 지름 2.5cm로서 백색 반점이 있으며 9-10월에 빨갛게 혹은 노랗게 익는다. 열매가 많이 달려 꽃 못지 않게 아름답다. 한 개의 이과 안에 보통 3-5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국립수목원 식물도감>

 

 

 

 

 

 

 

※ 산사나무 이야기

 

 

 

산사나무는 장미과의 큰키나무로 '아가위나무'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찔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산사나무의 학명은 Crataegus pinnatifida이다. 속명은 '힘'과 '권력'을 뜻하는 그리스어 ‘크라토스’(kratos)와 '가지다'는 뜻의 'agein'의 합성어로 목질이 단단하고 가시가 많은데서 유래한 말이다. 종명 'pinnatifida'는 '깃털 모양으로 깊은 골이 있다'는 뜻으로 산사나무의 잎의 특징을 나타낸 것이다.

 

산사(山査)나무는 '사(査)'가 '풀명자나무(산당화)'를 가리키는 말로 '산에 자라는 풀명자나무'란 뜻이다. '사(査)'를 파자하여 '산사나무를 아침(旦)의 나무(木)'란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맑은 향기를 발산하는 순백의 꽃에서 아침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을 듯하다.

 

산사나무의 꽃말은 '희망', 또는 '유일한 사랑'. 순백의 꽃은 예술적 상상력과 결합되기 마련이다.

 

장이모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는 항일전쟁에서 학살 당한 선열의 붉은 피 때문에 흰꽃이 붉게 핀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하며 혁명정신을 촉구하는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지고지순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지고지순한 사랑이 순백의 꽃이라면 혁명의 의지는 붉은 꽃일 것이다.

 

 

산사나무는 크고 긴 가시가 발달하였다. 가시는 귀신과 액운을 쫓는 벽사의 의미가 있어서 옛 사람들은 집 주위나 동네 어귀에 산사나무를 심기도 하였다. 산사나무는 날카로운 큰 가시가 있는 나무이어서 'hawthorn'이라 부르는데 서양에서도 벼락을 막아주고 악마를 막아주는 나무라고 신성시했다. 예수의 가시면류관이 산사나무였다는 설이 전해지기도 하며, 해리포터의 지팡이도 산사나무다. 로마시대에는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여신 카르나(Carna)의 성목이라고 하였으며 갓난아이의 요람에 산사나무 가지를 넣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산사나무를 5월에 흰 꽃이 만발하는 산사나무를 '메이트리(May tree)'라 부르고 흰 꽃을 '메이플라워(May flower)'라 불렀으며, 400여 년 전인 1620년 미국 뉴잉글랜드에 최초의 식민지를 개척한 청교도들은 아메리카대륙을 향해 떠나는 배에도 '메이플라워'라는 이름을 붙여 험난한 뱃길의 안녕을 빌었다.

 

가을에 지름 약 1.5cm 크기의 공 모양으로 익는 붉은 열매가 봄에 피는 흰 꽃 못지 않게 아름답다. 햇볕에 말린 열매를 '산사자(山査子)'라고 하는데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열매로 화채를 만들어 먹거나 날것으로 먹으며 술을 빚어 마시기도 한다. 열매가 피부에 생기는 종양의 발달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고 염증을 억제하고 항산화 작용이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산사 열매를 숙취, 이질, 월경불순, 소화불량, 심장병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했고, 과식을 했거나 아기가 젖을 먹다 체했을 때도 효과가 있다. 유럽에서도 산사 열매를 속명인 '크래테거스(Crataegus)'라고 하여 강심제로 이용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사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서울 홍릉수목원 앞 홍릉근린공원 내에 있는 영휘원 산사나무(천연기념물 제506호)이다. 150년쯤으로 추정되는 노거수는 신교육에 힘쓴 고종의 후궁 순헌귀비 엄씨의 무덤 앞에 우람하게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