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천마산 골짜기엔 꿩의바람꽃

모산재 2012. 4. 11. 20:21

 

겨울이 채 끝나지 않은 이른봄, 변산바람꽃이나 풍도바람꽃, 그리고 너도바람꽃이 활짝 필 무렵 꿩의바람꽃은 그제서야 수줍은 꽃봉오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긴 달걀 모양의 작은 꽃봉오리는 흰 색도 있지만 붉은 빛이 감도는 것도 흔하다. 처음 꽃봉오리일 때에는 수줍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꽃잎이 벌어지면서 점차로 고개를 들어 활짝 필 무렵이면 꽃은 하늘을 향한다. 붉은 빛이 감돌던 꽃봉오리도 흰색 꽃으로 변한다.

 

 

 

 

 

 

 

 

꿩의바람꽃은 얼레지와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우고 자라는 곳도 비슷하다. 줄기에서 난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곧게 뻗어나오면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린다.

 

꿩의바람꽃은 변산바람꽃이나 노루귀와 마찬가지로 하얀 꽃잎으로 보이는 부분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 진화한 것이다. 흔히 5개 정도인 다른 바람꽃에 비해 훨씬 많은 8~16개로 펼쳐진 꽃받침이 꽃잎처럼 아름답게 진화한 것이다. 꽃받침 속에는 많은 수술과 30여 개의 암술대가 들어 있다.

 

같은 바람꽃이지만 밤낮 없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는 너도바람꽃이나 변산바람꽃과는 달리 꿩의바람꽃은 햇빛이 사라지면 꽃잎을 닫아버린다. 비가오거나 흐린 날은 물론,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꽃을 피운 꿩의바람꽃을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째서 이름이 꿩의바람꽃일까. 이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추측성 설이 있을 뿐 정설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냥 이름 자체에서 추정하여 '꿩이 바람 피는' 시기에 핀다고 하여 꿩의바람꽃이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같은 시기에 피는 많은 꽃들의 이름도 '꿩'이란 말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꿩이 사는 깊은 산중에 피기 때문이라고 하는 설도 있지만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잎이 꿩의 발자국을 닮아서 꿩의바람꽃이라 한다고 하는데 조금 귀를 솔깃하게 하는 설명이다.

 

꽃이 꿩을 닮아서라고 하는 설도 있지만 글쎄...  

 

 

 

 

 

 

 

 

 

 

 

 

 

 

 

뿌리에서 난 잎은 꽃이 진 뒤에 자라는데 잎자루가 길어서 10~15cm나 된다. 전체적으로 흰빛이 도는 잎은 세 갈래의 긴 타원형 작은잎으로 갈라지고 다시 작은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다.

 

잎은 아래로 처진 듯하고 끝부분에 둔한 톱니가 있는데, 이는 외대바람꽃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바람꽃 종류를 흔히 '은련화(銀蓮花)'라 부르는데 꿩의바람꽃은 '다피은련화(多被銀蓮花)'라 하고 생약명인 '양두첨(兩頭尖)', '죽절향부(竹節香附)', '은련향부(銀蓮香附)'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특히 굵은 육질의 뿌리줄기를 '죽절향부'라 하여 사지마비, 요통, 종기에 약재로 쓴다.

 

서양의 바람꽃인 아네모네와 같은 속으로 학명은 Anemone raddeana이다.

 

아네모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꽃의 여신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프로스의 시녀로, 제프로스의 사랑을 받게 되자 이를 질투한 플로라가 아네모네 꽃으로 바꿨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종명인 raddeana는 러시아 식물학자 Radde라는 이름을 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