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긍께 뭐 땜시 깽깽이라 부른다냐.
보랏빛 깨끼한복 차려입고 뻐긴다고
산골 밭
흙투성 아낙네가
샘이 나서 그랬당게.
아따 말여 뭐땜시 그렇게 바쁘당가.
나무들이 우거지면 햇살을 못받능게
후다닥
깽깽거리며
꽃피우고 웃는당게.
아따야 그랬다냐 그런 걸 몰랐당게.
깨개갱 강아지라 얕잡아서 미안한게
괜스레
깽깽거리며
앙감질로 내뺄라네.
- 류안, '깽깽이풀에게'
3월 29일, 햇살 따스하게 내리는 생태계공원에 깽깽이풀이 하늘하늘 보랏빛 꽃을 피웠다.
깽깽이풀은 삼지구엽초, 한계령풀, 꿩의다리아재비 등과 함께 흔치 않는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샘추위조차 물러나는 이른 봄, 햇살 잘 스며드는 산중턱 숲 비탈에 잎보다 먼저 꽃대를 올려 화려한 무리지은 보랏빛 꽃을 합창처럼 피워올린다.
꽃은 2~3일 정도로 짧게 피었다가 이내 꽃잎을 한 장씩 땅 위로 떨어뜨리고 열매를 맺는다. 앳된 붉은 잎이 푸른 잎으로 무성히 자라 씨앗이 성숙하는 여름이 지나면 깽깽이풀은 땅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듬해 꽃봉오리를 올릴 때까지...
● 깽깽이풀의 분포와 번식
깽갱이풀은 꽃이 아름다워 무분별한 채취로 멸종위기 2급으로 분류되어 보호하여 왔으나, 전국적으로 분포지가 확인되면서 지금은 보호종 해제가 예고된 상태다. 하지만 그렇게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쫑이 아니다. <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분포지역이 중부 이북 지방으로 알려져 있었다. 주요 자생지로 진천 두타산, 강릉 명지산, 설악산, 철원, 홍천, 영양 일월산, 괴산과 속리산 부근, 계룡산 등이 있었으나 구미 금오산, 울산 범서 대동마을, 지리산, 담양, 경남 거제, 사천 곤양, 진주 미천에서도 자생지 속속 발견되었다. 수도권에는 광명시 구름산과 도덕산, 인천 계양산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깽깽이풀의 번식은 흔히 개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깽깽이풀의 씨앗 표면에는 꿀샘에서 당분인 엘라이오솜을 분비하는데 개미들이 이를 먹이로 얻기 위해 씨앗을 나르며 흘리거나 당분을 먹은 뒤 버리면서 번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관찰한 사실에 따르면 대부분의 씨앗은 개미가 아니라 다람쥐와 쥐가 가져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깽깽이풀은 지역적으로 다른 형질을 보이는데, 북위 38˚ 남쪽에 자생하는 개체들은 잎이 자라기 전에 꽃이 피며 다화성으로서 관상가치가 높다. 반면 북쪽에 자생하는 개체들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크며 잎과 꽃이 동시에 피고 비다화성으로 관상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 깽깽이풀의 이름과 학명
깽깽이풀이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뚜렷한 근거없는 추측성 의견이 사실인 듯 기록되고 있다. 그나마 개미가 이동한 동선을 따라 떨어진 씨앗이 싹튼 모습이 깽깽이 뜀을 한 것 같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그럴 듯하고, 바쁜 농사철(모내기 철)에 꽃을 피워 봄바람을 즐기는 모습이 깽깽이(해금)나 들고 빈둥거리며 노는 모습과 같은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는다. 4월은 모내기철도 아니고 심하게 바쁜 농사철도 아니다.>
굳이 깽깽이(해금)와 연관하여 해석해 본다면, 깽깽이의 가늘고 긴 꽃자루와 잎자루가 해금의 줄을 연상시킨다고 보면 어떨까. 특히 꽃이 지고 난 자리에 길쭉한 씨앗을 매단 긴 꽃줄기의 모양은 해금의 현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깽깽이풀의 꽃줄기와 잎줄기는 질기고 탄력이 아주 좋다고 한다.
깽깽이풀의 학명은 Jeffersonia dubia. 속명인 Jeffersonia는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식물학자 벤자민 스미스 바튼이 친구인 제퍼슨에게 헌정한 것이라고 한다. 북미에는 깽깽이풀과 같은 속의 미국깽깽이풀(J. diphylla)이 살고 있다고 한다. (미국깽깽이풀은 잎 2장이 마주 달려 Twin leaf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나라 깽깽이풀은 홑잎으로 Chinese Twinleaf이라 부른다. 미국깽깽이풀도 조지아, 아이오와, 뉴욕과 뉴저지 주에서 멸종위기식물로 보호하고 있다). 종소명 dubia는 'dubius'(의심스러운)라는 뜻인데, 가을부터 땅 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가 봄날에 꽃망울들을 달고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스러운 생태를 반영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 깽깽이풀의 효용
깽깽이풀은 뿌리가 노랗고 잎의 모양이 연잎과 비슷하여 '황련'이라고도 불린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캐서 말린 것을 '모황련(毛黃蓮)', 또는 '선황련(鮮黃連)'이라 하며 약용한다. 뿌리줄기는 베르베린이라는 알칼로이드 물질을 함유하여 맛이 아주 쓰다. 이 쓴맛을 내는 알칼로이드 물질이 건위 작용과 설사를 멈추게 하거나 열을 내리게 한다. 구내염, 편도선염, 결막염, 구토, 코피, 장염, 설사, 이질 등을 치료한다.
또한 노란색 뿌리에서 염료를 추출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옷감을 노란색으로 물들일 때 깽깽이풀을 사용했다고도 하는데, 황련의 뿌리줄기를 물에 담가 노란색 물을 우린 뒤 천을 담갔다 꺼내 말려 이용하였다.
● 깽깽이풀 Jeffersonia dubia | Chinese Twinleaf ↘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깽깽이풀속의 여러해살이풀
원줄기가 없고 뿌리줄기는 짧고 옆으로 자라며 잔뿌리가 달린다. 뿌리줄기에서 잎이 여러 개 나온다. 잎은 딱딱하며 물에 젖지 않는데 잎에 광택이 나 물이 떨어지면 잎에 묻지 않고 동그랗게 굴러 떨어진다. 어린잎은 자줏빛이 돌기도 한다. 잎자루가 잎 가운데에 달려 있는 것이 특이하다. 잎은 둥근 홑잎이고 연꽃잎을 축소하여 놓은 모양으로 여러 개가 밑동에서 모여나며 잎자루의 길이는 20cm 정도이다. 잎의 끝은 오목하게 들어가고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며 지름과 길이 모두 9cm 정도이다.
꽃은 잎이 나오기 전인 4~5월에 뿌리에서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1송이씩 연한 보라색으로 핀다. 꽃은 지름이 2㎝ 정도며 6~8장의 동그란 꽃잎과 뾰족한 4장의 꽃받침잎이 있다. 6∼8장의 꽃잎 안에 8개의 노란색 또는 자주색의 꽃밥을 가진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골돌(蓇葖)로 익는다. 씨를 심은 지 3년이 지나면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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