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것일까? 제주의 3월은 개구리발톱 꽃이 지천으로 피고 있었다. 오름 기슭의 나무 그늘과 들판의 언덕에 기대어 일제히 피어나는 꽃은 눈여겨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개구리발톱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제주와 남부의 서해안 가까운 지역에 자생한다. '섬개구리망', 천규자, 또는 '섬향수풀'이라는 딴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름이 어째서 개구리발톱일까?
발톱이 없는 개구리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것에 과학적 해명이 가능하겠는가. 다만 잎 모양이 개구리 발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뾰족한 꽃잎을 벌린 모양이나 골돌로 벌어진 열매의 모양이 발톱을 연상시키니 개구리발톱이란 이름이 붙었겠다 싶다.
좁쌀처럼 작은 꽃은 활짝 피어도 지름이 5m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미나리아재비과의 꽃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개구리발톱도 흰 꽃잎으로 보이는 부분이 꽃받침이고 그 안쪽에 수술과 암술을 감싸고 있는 노란 부분이 꽃잎이다.
수술은 9~14개인데 안쪽의 몇 개는 헛수술이라고 한다. 암술은 3~5개 정도로 꽃이 지고 열매를 맺었을 때의 골돌도 3~5개가 만들어진다.
개구리발톱을 처음 보면 만주바람꽃을 연상시킨다. 작은 꽃이나 잎, 그리고 꽃이 달린 모양이 만주바람꽃을 닮았다. 만주바람꽃속(Isopyrum adoxoides DC.), 또는 나도바람꽃속(Enemion leveilleanum Nakai ex Mori) 이명이 있기도 한데, 도감에 따라 만주바람꽃이나 나도바람꽃과 비교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크기를 벗어나 구조를 살펴본다면 만주바람꽃보다는 매발톱의 축소판이 아닐까 싶게 매발톱을 더 닮았다. 잎의 모양과 색깔, 무늬는 물론 꽃의 내부를 살펴보면 매발톱을 쏙 빼닮아, 매발톱속(Aquilegia)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확인해 보니 매발톱속 이명(Aquilegia adoxoides (DC.) Ohwi)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매발톱꽃(Aquilegia oxysepala)에 비해서는 전체가 작고 꽃잎의 거(距)가 조금밖에 발달하지 않은 점으로 매발톱꽃의 속명 Aquilegia에 'semi-' 라는 접두어를 붙인 Semiaquilegia(개구리발톱속)이 매발톱속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뿌리잎의 모양이 매발톱과 많이 닮았다.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의 모양이 개구리 발을 연상하게 하여 개구리발톱이란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개구리발톱은 한방에서 소변불리, 요로결석, 림프선염, 치질, 자궁염, 임질, 경기, 간질 등에 처방한다. 민간요법으로는 뱀이나 벌레 등에 물렸을 때 찧어서 상처에 붙인다고 한다.
● 개구리발톱 Semiaquilegia adoxoides | Muskroot-like semiaquilegia ↘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개구리발톱속
높이 15-30cm이고 상부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근경은 덩어리모양이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며 뒷면은 흰빛이 돌고 3개의 소엽으로 구성되며 소엽은 길이 1-2.5cm로서 2-3개로 깊게 갈라지고 각 열편에 둔한 결각이 있으며 표면은 털이 없으나 뒷면은 꽃대와 더불어 잔털이 약간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지름 5mm정도로서 백색 바탕에 약간 붉은 빛이 돌며 화경은 근생엽보다 약간 길며 윗부분이 갈라져서 끝에 밑을 향한 백색꽃이 1개씩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꽃잎같으며 길이 5-6mm로서 좁고 긴 타원형이고 꽃잎도 5개이며 길이 2.5-3mm로서 밑부분이 통같고 극히 짧은 거(距)가 밑에 있다. 수술은 9-14개이며 안쪽의 것은 꽃밥이 없는 헛수술이다. 암술은 3-4(때로는 5)개가 서로 떨어져 있으며 대가 없다. 골돌은 피침형이고 길이 5-6mm이며 털이 없다. 종자는 흑색으로서 둥글고 겉에 주름이 진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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