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통영 (1) 올 봄 새 단장하는 동피랑, 주민들을 위한 벽화마을로 거듭나길

모산재 2012. 3. 12. 21:30

 

통영에서 먹은 꿀빵 중에서 최고의 맛,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카페에서 꿀빵을 먹은 뒤 통영항 쪽으로 향한다. 욕지도와 연화도 가는 길 동피랑을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벽화마을 동피랑을 가려면 중앙시장 활어시장을 지나야 한다. 통영항을 두르고 있는 건물에는 꿀빵 가게와 충무김밥집들이, 길가에는 겨울 찬 바람에 잘 말린 온갖 생선을 늘어놓은 가판대가 차지하고 있다. 꽃처럼 늘어 놓은 빛깔 고운 건어물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벌서 넉넉하다.

 

 

 

 

 

동피랑 꿀빵 가게 옆 골목으로 동피랑 오르는 길이 시작된다. 전봇대 뒤 석축 위의 건물들이 바로 동피랑 벽화마을... 

 

 

 

 

 

'동쪽 벼랑'에 있는 마을이라 동피랑이라 불려왔다는 이 마을은 통영항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언덕 꼭대기에는 충무공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東砲樓)가 있었다고 하는데, 일제시대 포루가 사라진 이 언덕에는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외지 하층민들이 살면서 달동네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동포루 복원을 위해 헐려나갈 뻔한 달동네는 2007년 전국에서 몰려든 미술학도들에 의해 벽화마을로 탈바꿈되고, 입소문 타면서 통영의 명소가 되었다.

 

 

밀리는 인파 속에서도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은 문득 문득 동심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언덕 꼭대기에 보이는 경로당

 

 

 

 

 

경상도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썼던 '문디'라는 말. 재미로 적어 놓았는지는 모르지만 한센병 환자들에게는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지그재그로 오르는 가파른 길에는 추억의 골목길을 기대하며 삼삼오오 몰려드는 사람들과 승용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기대하던 추억의 공간은 증발해 버리고 번잡한 시장통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천사의 날개... 줄 서 있는 사람들

 

 

 

 

 

 

 

>명실상부한 구멍가게

 

 

 

 

 

좁은 골목, 벽화를 보는 재미에 빠지면서도 북적대는 사람들과 소음 때문에 집안에 있을 주민들이 어떤 심정일까, 하는 생각에 맘이 불편해진다.

 

 

 

 

 

 

경로당이 있는 곳, 쌈지교육장

 

 

통영항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

 

 

 

 

방문객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예술가...

 

 

 

 

 

이 겨울날 남쪽으로 볕바라기하는 이 전망 좋은 곳,

외지인들이 찾지 않았다면, 주민들은 아마도 집 벽에 기대서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저 아름다운 강구항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잠시 찾은 외지인들에겐 이 골목길은 낭만의 공간이겠지만... 주민들은 골목을 빼앗기고 방 안에 갇혀 버렸다.

 

 

 

 

 

 

 

방문객은 어린왕자와 만나 즐겁다...

 

 

 

 

 

 

동피랑의 꼭대기. 통영성의 동포루자리

 

 

 

 

이곳에 있던 민가 3채를 철거한 자리로 올해 안에 동포루를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사가고 없는 집에 '동피랑 창작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예술가의 활동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소설가 이제하와 강석경, 극작가 윤대성 등이 입주하고 있다고 한다.

 

 

 

통영 고지도 속의 통영성과 동포루

 

 

 

 

 

추억 만들기 하는 연인

 

 

 

 

 

동쪽 큰길로 돌아나오며

 

 

 

 

 

 

 

 

도로에 차들은 더욱 밀려들어 보행자가 불편할 정도...

 

외지인 승용차를 통제하는 방법은 없을까.

 

 

 

 

 

 

 

 

 

 

2007년 '푸른통영21'이라는 시민단체의 벽화사업으로 가난한 달동네에서 통영을 대표하는 문화명소로 되살아났다는 동피랑,

 

통영시와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통영의 명소로 살아났을지는 모르지만, 이 작은 동네 좁은 골목길에 하루 평균 3천여 명이나 다녀간다고 하니 주민들에게는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안겨주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듣는 이야기로는 불쑥 집 안에까지 들어오고,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늦은 밤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골목길에 오줌까지 눈다니 마을 사람들이 당하는 스트레스가 어떠할까. 특히 무더운 여름에도 문을 닫고 살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예민해진 주민들이 벽화를 지우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5년을 지난 지금의 동피랑 벽화는 곧 새 그림으로 단장하게 된다고 한다. 3월 15일까지 벽화 공모를 하고 4월 14일부터 22일까지 새 벽화 그리기 작업이 진행될 거라고 하는데, 주민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마을 운영 묘안을 먼저 찾기를 기대하면서 새 단장한 동피랑의 모습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