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주흥법사지 염거화상탑 국보 제104호
국립중앙박물관 앞뜰에 있는 염거화상탑은 가장 오래된 사리탑일 뿐만 아니라, 이후의 사리탑이 대부분 이 사리탑의 양식을 따르고 있어 최초의 것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염거화상은 도의선사의 제자로, 선(禪)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던 당시 주로 설악산 억성사에 머물며 선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염거화상(?∼844)은 가지산파의 2대 조사(祖師)로 가지산문의 종조인 도의(道義)의 제자이다. 도의선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전라남도 장흥의 보림사(寶林寺)에서 남종선(南宗禪)을 열었으나 당시 불교계는 교종 중심이어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설악산에 은거하였다. 도의가 진전사에서 입적할 때 염거화상은 남종선을 전수받고 가지산문의 제2대 교조가 되어 항상 일심(一心)을 닦고 밝혀서 삼계(三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며 선법을 펼치는 데 주력하였다. 선종에 대한 이해가 적었던 당시의 불교계에서 선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다가 제자 체징(體澄)에게 남종선을 전하고 844년(문성왕 6)에 사망하였다.
원래 강원도 문막 흥법사터에 있었다고 전하나 확실한 근거가 없어 이름에 전(傳:)이란 접두어가 붙었다. 서울로 옮겨진 뒤에도 탑골공원 등 여러 곳을 전전하다 경복궁을 거쳐 이곳에 옮겨진 것이다.
탑은 아래위 각 부분이 8각의 평면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지붕돌은 목조건축 양식을 잘 따르고 있는데, 깊게 패인 기왓골 모양과 기와 끝마다 새겨진 막새기와 모양, 밑면의 서까래 모양 등은 실제 기와지붕을 보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탑을 옮기기 전까지 있었던 꼭대기의 머리장식이 사라지고 없다.
기단은 밑돌·가운데돌·윗돌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면마다 소박한 조각이 멋스럽게 펼쳐져 있다.
사리를 모신 몸돌은 면마다 문짝(門扉) 모양, 4천왕상을 번갈아 가며 배치하였는데, 입체감을 잘 살려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밑돌에는 사자를 도드라지게 새겼고, 가운데돌에는 움푹 새긴 안상(眼象) 안에 향로를 새겨 두었다.
2단으로 마련된 윗돌은 아래단에는 연꽃을 두 줄로 돌려 우아함을 살리고 윗단에는 둥그스름한 안상(眼象) 안에 불상 등을 새겨 장식하였다.
탑을 옮겨 세울 때 그 안에서 금동탑지(金銅塔誌)가 발견되었는데, 탑을 세운 시기가 통일신라 문성왕 6년(844)임이 밝혀졌다.
사리탑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단아한 기품과 깨끗한 솜씨가 잘 어우러져 있다.
염거화상 금동탑지. 사리탑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탑지이다.
※ 경기도 평택 수도사는 염거화상이 창건한 절로, 원효대사가 의상과 유학길에 해골물을 마시고 득도했다는 곳에 세워진 절이다. 이 절에 있는 부도가 염거화상의 것이라고 전하고 있으나, 조선 후기의 양식으로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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