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찰은 이 땅의 산 가장자리나 밭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입니다. 봄과 여름에 자라난 잎은 제법 시원스런 모습이라 꽃도 멋지게 피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데, 정작 가을에 피는 꽃은 작고 볼품없어 실망을 안깁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잡초인 거죠.
진득찰이란 이름은 진득진득 끈적거리는 점액질이 분비되어서 붙은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도깨비바늘이나 도둑놈의갈고리처럼 옷에 잘 들러 붙습니다. 노란 꽃이 피면 꽃 아래 사방으로 뻗은 총포조각에 끈적끈적한 점액을 분비하는 샘털이 발달해 있기 때문입니다.
잡초라고 하지만, 진득찰은 아무 쓸모없는 만만한 잡초가 아닙니다. 진득찰은 다음과 같은 대단한 전설의 주인공이 된 당당한 풀이기 때문입니다.
함경도 함흥의 한 의원이 어느 날 길주 지방을 지나다 산비탈 바위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족제비와 뱀이 싸우는 희한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싸움이 끝났는데, 보니 뱀이 죽어 있었습니다. 숨을 돌린 족제비가 뱀의 뱃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세 마리의 족제비 새끼였습니다. 제 새끼를 삼킨 뱀과 싸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죽은 듯 보이는 새끼에게 족제비는 풀잎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풀잎을 씹어서 새끼들의 콧가에 발라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쯤 지나자 놀랍게도 죽은 줄 알았던 그 새끼들이 기적처럼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의원은 풀로써 새끼를 살려낸 족제비의 지극한 모성애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그 풀잎을 주머니에 챙겨 넣었습니다.
족제비가 새끼를 살려낸 그 기적의 풀이 바로 진득찰이라고 합니다. 이런 신비의 풀인 탓일가요. 진득찰의 꽃말은 '신비' 또는 '요술'입니다.
진득찰은 생약명으로 희렴초(豨薟草), 또는 희첨(稀僉)이라고 합니다. '희렴'은 '돼지'를 뜻하는 '희(豨)'자와 '냄새'를 뜻하는 '렴(薟:가위톱)'이 합쳐진 이름이니, '돼지 냄새가 나는 풀'을 뜻하는 말이 됩니다.
6월에 꽃이 피기 전이나 꽃이 핀 직후에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채취한 풀로 생약을 만듭니다.(꽃이 활짝 핀 풀은 독성이 있어 좋지 않다고 합니다.) 희렴초는 풍습을 제거하므로 중풍으로 인한 반신불수, 안면신경마비, 관절염, 간염, 황달, 피부병, 종양 등에 두루 효험을 보인다고 합니다.
● 진득찰 Sigesbeckia glabrescens / 초롱꽃목 국화과 진득찰속 한해살이풀
줄기는 곧게 서고 원기둥 모양이며 높이가 35∼100cm이고 갈색을 띤 자주색이며 잔털이 있으나 털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가지가 마주난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의 삼각형이며 길이가 5∼13cm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 부분이 좁아져 잎자루로 흐른다. 잎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잎 양면에 누운 털이 있으며, 잎 뒷면에 선점(腺點)이 있다. 줄기 위로 올라갈수록 잎이 작아져 긴 타원 모양 또는 줄 모양이 되며 잎자루가 없어진다.
꽃은 8∼9월에 황색으로 피고 가지와 줄기 끝에 두상화(頭狀花)가 산방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총포의 조각은 5개이고 주걱 모양으로 퍼지며, 안쪽의 조각은 꽃을 둘러싸고 선모가 빽빽이 있다. 두상화는 설상화와 관상화로 구성되며, 설상화의 화관은 끝이 얕게 3개로 갈라지고, 관상화의 화관은 끝이 5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수과이고 길이 2mm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4개의 모가 난 줄이 있고 다른 물체에 잘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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