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초(皐蘭草)는 고란초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로 산의 그늘진 바위틈이나 낭떠러지 또는 벼랑에 붙어 자란다. 백제의 고도 부여의 부소산을 돌아 흐르는 백마강 가 고란사(皐蘭寺) 뒤의 절벽에서 자라기 때문에 고란초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고란사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로 알려져 온 고란초에는 많은 설화들이 전하고 있다. 절벽 바위에서 솟아나는 고란사의 약수는 마시면 원기 왕성해지고 위장병도 깨끗이 사라졌다고 하니, 백제의 왕들은 궁녀가 약수를 떠올 때는 고란초 이파리를 띄워 오도록 했다고 한다. 또 늙도록 자식이 없던 노부부가 꿈속에서 고란초의 이슬과 바위에서 스며 나온 물을 마시라는 얘기를 듣고 새벽에 약수를 마신 할아버지가 너무 많이 마셔서 갓난아기가 됐다는 설화도 전한다. 고란사 약수를 한번 마시면 3년 젊어진다는 전설도 이런 설화로부터 파생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희귀식물로만 알려졌던 고란초는 이후 전국적으로 많은 자생지가 발견되었고, 또 개체수도 풍부하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소백산맥 산줄기들 곳곳에서 고란초를 만나 보았다.
↓ 지리산 **계곡
고란초는 뿌리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으면서 마디마디에서 긴 타원형의 잎이 달린다. 잎은 약간 두껍고 광택이 나는 홑잎이으로 윗면은 진한 초록색이며 아랫면은 약간 흰 빛을 띤다. 잎자루는 길이 5~25㎝로 비교적 길다. 잎 뒤쪽에는 포자낭이 동그랗게 무리져 달린다.
↓ 고란초 포자낭 (거창 **계곡)
고란초와 같은 속으로 층층고란초와 큰고란초가 있는데, 잎이 깃꼴로 갈라지는 층층고란초(Crypsinus veitschii)는 남해와 제주도에 자생하는 것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큰고란초(Crypsinus engleri)는 제주도에 자생하며 잎의 길이 10~30㎝ 나비 12~25mm로 줄모양 바소꼴을 이룬다.
고란초는 피를 맑게 하고 이뇨를 촉진시키며 해독을 하는 효능이 있어 종기나 염증, 임질 등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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