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흰머리를 검게 하는 잡초, 한련초(Eclipta prostrata) 이야기

모산재 2010. 11. 5. 18:55

 

한련초(旱蓮草)는 우리 나라 중부 이남의 논이나 개울 등 습기 많은 땅에 흔하게 자라는 국화과의 한해살이 잡초입니다. 국화과라고 하지만 가막살이나 도깨비바늘처럼 꽃이 그리 예쁘지 않습니다. 영명으로는 False Daisy라 하니 서양인들 눈에는 '가짜 데이지'쯤으로 보였나 봅니다.

키는 20~60센티미터쯤 자라는데 환경에 따라서는 땅바닥을 기기도 하고 곧게 서서 자라기도 합니다. 잎은 마주나는데 버들잎처럼 길죽한 모양이며, 잎겨드랑이마다 가지를 치는 성질이 있습니다. 잎과 줄기에 뻣뻣한 털이 나 있습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가지와 줄기 끝에 하나씩 하얀 꽃이 핍니다. 꽃의 크기는 지름 1cm쯤이며 개망초처럼 수십 개의 작은 꽃잎이 하얀 원을 그리며 중앙에 자리잡은 대롱꽃을 둘러섭니다. 꽃이 지고 난 뒤에 씨앗이 까맣게 익는데, 설상화의 열매는 세모지만 관상화의 열매는 네모라고 합니다.

 

 

 

 

 

 

  

 

흔하고 흔한 잡초이지만, 한련초는 염료는 물론 생약제 등 생물자원으로 아주 유용한 풀입니다.

 

 

한련초는 흰 머리를 검게 하고 수염을 잘 자라게 하는 약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련초 줄기를 꺾거나 잎을 따면 맑은 빛깔이 나는 진액이 흘러나오다 금방 까맣게 변합니다. 이 즙을 이용하여 옛사람들은 수염이나 머리칼을 검게 물들이는 데 썼다고 합니다.

 

한련초의 즙이 검게 변하는 것은 쿠마린 화합물인 웨텔로락틴이라는 성분이 공기와 닿아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성분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예장초(鱧腸草: '鱧'는 가물치를 뜻함),묵한련(墨旱蓮), 묵두초(墨頭草), 묵초(墨草), 묵채(墨菜), 묵연초(墨烟草) 등 여러 이름이 있는데 이는 모두 먹처럼 까만 즙이 나온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한방에서도 한련초 전초를 묵한련(墨旱蓮)이라 하며 약용합니다. 피를 멈추게 하고 맑게 하며(凉血), 정력을 돕고 몸의 음기를 보(益陰)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한련초 전초에는 사포닌과 탄닌, 웨텔로락틴, 에클립틴 등과 비타민A 등 유익한 성분이 다량 들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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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마린(coumarin, 벤조알파피론)

 

원산지가 가이아나인 통카나무, 즉 디프테릭스 오도라타(Dipteryx odorata)에서 얻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얻는다. 향수·조미료와 다른 화학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쿠마린 분자는 2개 이상의 원소의 원자로 이루어진 고리가 있기 때문에 헤테로 고리 계열에 속하는 유기화합물이다. 1820년 통카 열매에서 포도당과 결합한 형태로 발견되었고 1868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헨리 퍼킨이 지금은 자신의 이름으로 알려진 퍼킨 반응을 이용해 최초로 쿠마린을 합성했다. 글루코오스와 유리된 상태나 결합된 상태로 식물에 존재하는 몇 가지 다른 화합물은 쿠마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화합물 중 하나인 디쿠마롤은 부패해서 좋은 냄새가 나는 클로버 건초에서 최초로 분리되었는데, 혈액응고를 방지하는 의약품으로 사용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그러나 최근 독일에서 쿠마린이 화장품 등으로 지나치게 사용하여 간 손상이나 알레르기 등의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그리고 고농도의 쿠마린을 적용한 동물 실험에서는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