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강화나들길 (2) 특이한 가람 배치, 정족산 전등사의 부속 전각들

모산재 2011. 12. 18. 01:26

 

대웅전 내부의 섬세한 조각과 추녀의 나부상을 둘러본 다음 부속 전각을 돌아본다.

 

 

전등사는 가람 배치가 보통의 절과는 다르다. 그것은 산기슭의 절터가 옆으로 길게 펼쳐진 지형 때문에 불가피하게 선택된 결과일 것이다. 

 

대조루에서 절마당을 들어서면 높은 기단 위에 올려져 있는 대웅전이 보이고 동쪽 마당에는 강설당이 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긴 마당이, 대웅전 서쪽으로는 일렬로 향로전, 약사전, 명부전이 늘어서 있는 모양새다.  여느 절이라면 대웅전 서쪽 마당에 요사채가 서 있어 법당을 중심으로 공간이 닫혀 있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대웅전 바로 옆의 향로전(香爐殿)은 법당을 관리하던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 부처님께 아침․저녁과 낮으로 향을 사르며 예불 드리기 때문에 '香'자가 붙은 것이다. '응향각(凝香閣)'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 향로전은 조선 시대 상궁이나 나인들이 기도하던 곳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하며 지금은 상임법사실로 쓰고 있다고 한다. 

 

 

 

 

 

 

향로전 서쪽에는 약사전(藥師殿)이 자리잡고 있다.

 

 

 

 

 

약사전은 대웅보전과 거의 비슷한 양식의 건물로 보물 제179호로 지정되어 있다. 약한 배흘림이 있는 기둥위로 올려진 지붕이 넓고 육중한데, 추녀가 높게 치들린 건물의 겉모습이나 내부 장식이 대웅보전과 비슷하다.

 

 

내부에는 고려 말기나 조선 초기의 것으로 보이는 약사여래상을 모시고 있는데, 원래 석조불인 것을 최근에 금박을 입혔다고 한다.

 

 

 

 

 

약사전 후불탱은 약사여래좌상 주위에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협시하고 있는데, 상하좌우에는 사천왕을, 약사불 뒤에는 가섭과 아난 존자를 그린 병렬식 구도의 그림이다. 1884년 혜과 스님이 그렸다.

 

 

약사전 서쪽 앞에는 명부전이 있다.

 

 

 

↑ 왼쪽이 명부전, 오른쪽이 약사전이다.

 

 

지장보살 양쪽에 무독귀왕, 도명존자가 협시하고 시왕과 인왕 등 모두 29존상이 모셔져 있는 명부전은 죽은 사람들의 49재를 지내는 전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다. 모든 중생이 극락을 가기 전까지는 결코 성불하지 않겠노라는 서원을 세운 지장보살 앞에서 사람들은 사자의 극락왕생을 빈다.

 

 

 

 

 

천장에는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사자의 이름들이 가득 적혀 있다.

 

 

 

 

 

 

※ 명부전 외벽 벽화

 

 

 

 

 

 

 

 

 

명부전 앞에는 작은 종각이 있다.

 

여기에는 보물 제393호로 지정된 전등사 범종이 보관되어 있다.

 

 

 

 

 

이 범종은 우리나라의 범종과는 양식이 많이 다른 점이 인상적인데, 1097년 중국 하남성 숭명사에서 조성된 것이라 한다. 음통이 없고 표면에 세 줄 띠가 둘려져 있으며, 8개의 네모진 구획을 만들어 글씨를 새겼는데 많이 마멸되어 판독하기 어렵다.


기하학적 무늬로 장중하고 소박한 중국 종의 솜씨를 보이며 종소리가 맑고 아름답다고 한다. 일제 말기 공출되어 전등사를 떠났던 것이 광복 이후 부평 군기창에서 발견되어 다시 전등사로 옮겨왔다고 한다. 

 

 

 

 

 

전등사에는 두 개의 범종이 있는데, 보물로 지정된 이 범종과 근래 새로 만들어진 범종이 있다. 보물로 지정된 이 범종은 본래 대조루 옆 종루에 보관된 것이었으나 2004년에 적묵당 옆 종각으로 옮겼다. 대조루에는 새로 만든 범종을 두고 조석 예불 때 사용한다고 한다.

 

 

종각 앞, 고사한 고목에 불상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명부전과 종각 사이로 난 계단 위에는 극락암이라는 아담한 전각이 세워져 있다.

 

비교적 근래에 세워진 극락암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고 전등사 조실이었던 서운 스님과 상묵 스님이 열반할 때까지 머무신 곳이라 한다.

 

 

 

 

 

 

삼성각 가는 길, 명부전 후원에 기와와 흙으로 만든 구조물은 질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굴뚝일까?... 했는데, 건물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고 바로 곁에 불상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그냥 굴뚝은 아니다. 아마도 명부전에서 49재를 지낼 때 망자의 유품을 태우는 유품소각로가 아닌가 싶다.

 

 

 

 

 

 

어느 절에서나 삼성각(三聖각)은 절 경내에서 가장 뒷편에 있기 마련... 전등사 삼성각도 마찬가지다.

 

산신, 독성(나반존자), 칠성 등 삼성(三聖)을 모신 건물이다. 본래 삼성은 중국의 도가 사상과 관련이 있는 성인들이지만 이 땅에 불교가 전래하면서 불교 사상과 융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세 칸 건물이라 각 칸 내부 벽에는 산신, 칠성, 독성을 그린 탱화가 걸려 있다.

 

 

 

 

 

 

 

 

 

삼성각에서 다시 뒷편으로 오르면 금방 역대 왕조실록을 보관한 정족사고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