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부여 (18) 무진암의 아름다운 대웅전, 삼층석탑, 석불좌상

모산재 2011. 12. 7. 19:42

 

매월당 김시습 부도를 찾았다 뜻밖에 바로 곁에 조성된 무진암(無盡庵)이란 절집을 만나게 된다.

 

골짜기에 벽돌로 쌓아올린 신식 한옥이 보이고 안쪽 마당 끝에 탑이 솟아 있는 모습이 보여 호기심에 발길을 옮긴 것인데, 바로 무진암이란 절집이다.

 

 

 

신식 한옥집 옆으로 들어서니 제접 널직한 마당이 열리고 정면 세 칸, 측면 3칸의 멋드러진 팔작지붕집의 대웅전이 잘 다듬어진 기단 위에 날아갈 듯이 앉았다.

 

대웅전 뒷편에는 대형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고... 

 

 

 

대웅전 앞마당에는 조각상이 화려하게 투각, 또는 부조된 기단 위에 올려진 삼층석탑이 솟아 있다. 조성된 지 얼마되지 않아 보이지만 대웅전과 석탑, 석불이 솜씨 있는 장인의 손에 의해 공들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느껴진다.

 

 

 

이 절의 유래를 찾아보니, 매월당 김시습이 무량사에서 입적하고 묘탑(부도)에 모시게 되면서 그 곁에 부도암이라는 암자가 지어졌고, 세월이 지나 1530년 경에 보현사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임진란 때 불타 사라지고 터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960년 경에 박진우 스님이 암자를 중건하고 수덕사에 입적하신 주지 혜암스님이 무진암이라 명명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다.

 

 

새로 조성한 절집인 탓도 있겠지만 절집이 아담하고 정갈하다. 돌로 축대를 쌓아올리고 그 위에 지은 요사도 참 깔끔하다.

 

 

 

석조 불상은 약합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여래로 보인다. 그러니까 약사여래좌상이다. 연꽃대좌를 방형으로 만든 것이 특이하다.

 

 

 

말이 암자이지 웬만한 절집에 비해서 그 규모가 작지 않고 갖출 것도 다 갖추었다.  

 

 

다포계의 팔작지붕인 대웅전은 목조건물의 화려함을 맘껏 뽐내고 있다. 

 

 

전각 정면에는 ‘대웅전’이라는 편액이, 네 기둥에는 주련이 걸려 있다. 기단에서 지붕까지 빈틈없는 모습에서 정성과 공이 느껴진다.  

 

 

 

창살문도 아름답고 들보에서 외출된 용머리 조각도 멋지다. 

 

 

 

 

내부는 들여다볼 생강을 하지 못했다. 연세 지긋하신 비구니 스님들이 들락거리는데, 괜히 조심스러워서...

 

외부를 보서 짐작되지만 내부 단청도 화려하다 한다. 석가여래를 주존으로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한다.

 

 

대웅전 뒤꼍

 

 

 

외벽에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단계로 나누어 그린 팔상도(八相圖)가 그려져 있다.

 

 

팔상도는 ① 도솔천에서 내려오는 상(兜率來儀相), ② 룸비니 동산에 내려와서 탄생하는 상(毘藍降生相), ③ 사문에 나가 세상을 관찰하는 상(四門遊觀相), ④ 성을 넘어가서 출가하는 상(踰城出家相), ⑤ 설산에서 수도하는 상(雪山修道相), ⑥ 보리수 아래에서 마귀의 항복을 받는 상 (樹下降魔相), ⑦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포교하는 상(鹿苑轉法相), ⑧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는 상(雙林涅槃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쪽 벽화에는 두번째 비람강생상 중의 한 장면, 태어난 아기 석가가 한 쪽 손은 하늘을 한 쪽 손은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보이고, 왕위를 버리고 성을 넘어 출가하는 네번째 그림 유성출가상()이 눈에 띈다. 

 

여섯번째 그림인 수하항마상()이 재미 있어 담아보았다. 마왕 파순(波旬) 이 마녀로 하여금 유혹하게 하는 장면인데 마녀들의 관능미가 과히 뇌쇄적이다. 그 곁에는  마군의 항복을 받고 대오각성의 경지에 드는 불타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대조를 이룬다.

 

 

 

 

벽화를 보다 시선을 낮춰 석재를 살펴보다 한가운데에 바늘로 찌른 듯한 작은 구멍이 촘촘히 나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뭘까... 

 

내부까지 뚫린 것이라면, 불당 내부 마루 내부의 환기(온도와 습도 조절)를 위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 꼼꼼한 헤아림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겠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석탑도 인상적이다.

 

네 귀퉁이에 사자상을 세우고 사면에 팔부중상(불상과 신장상)을 새긴 기단은 화려무비하고, 그 위에 얹은 삼층석탑은 5단의 층급받침 외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단순미가 석가탑을 연상시킨다.  

 

 

 

 

 

세월이 지나면 문화재로 대접 받을 만한 작품이다.

 

그런데, 무진암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이 삼층석탑 자리에는 몇 년 전까지는 아주 홀쪽한 오층석탑이 서 있었음을 확인한다. 철거된 오층석탑은 어디로 갔을까...

 

 

서쪽 요사 너머로 붉은 풍판이 보이는 건물이 있어 돌아가보니 삼성각이다. 

 

 

 

불교화된 민간신앙의 거소, 삼성각은 아담하게 쌓은 석축 위에 멋지게 올려졌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주심포 맞배지붕집인데, 가운데 문의 창살무늬가 도드라져 보인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후원 고요한 석축 위의 전각. 전각에 들어 독성과 칠성, 그리고 산신께 엎드리면 어떤 소원이라도 다 들어주실 것만 같다.

 

 

이렇게 경내를 한바퀴 돌며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지긋한 연세의 비구니 스님이 먹을 것을 담은 봉지를 들고 와 건네준다. 따끈따끈한 시루떡과 여러 과일들 과자 등...

 

 

 

황급히 한번도 해 보지 못했던 합장을 하고 받는다.

 

산사에서 따끈따끈한 시루떡을 먹는 기분이란... 선들선들 불어 오는 숲바람이 상쾌하다 생각하며 경내를 벗어난다.   

 

 

 

<무량사, 무진암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