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한라산 (2) 좀쥐손이, 섬쥐손이, 네귀쓴풀, 만년석송, 다람쥐꼬리, 제주달구지풀, 구름떡쑥

모산재 2011. 10. 11. 14:00

 

사라오름에서부터 진달래대피소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볼거리 없는 숲길이 계속된다.

 

이런 길에서 풀꽃나무 탐사로 심심함을 달래기로 한다. 그런데 등산로 주변 숲속은 융단처럼 깔린 산죽(제주조릿대) 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풀꽃들의 서식하기에 몹시 불리한 환경이라 안타깝다.

 

 

어두운 숲그늘에서 처음 보는 쥐손이과 풀꽃을 만난다.

 

세 갈래로 뚜렷이 갈라진 잎이 왜소한데, 잎이 패어진 곳에 흰 얼룩무늬점이 인상적이다. 하얀 꽃잎은 끝이 오목하게 패였다. 한라산 중산간에 자생한다는 좀쥐손이다. 

  

 

 

 

등산로 주변 바위를 타고 기는 실처럼 가는 덩굴.

 

무슨 풀일까 했는데, 줄기가 목질성으로 질겨 보이는 것이 풀이 아닌 나무지 싶다. 숲속 꼬마 담쟁이가 저런 모습이듯 이 녀석은 갓 자라난 어린 등수국이지 싶다.

 

 

 

 

꽃도 결실도 보이지 않는 족도리풀이 흔히 보인다.

 

개족도리풀인지 무늬족도리풀인지 잎으로만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다소 두껍게 보이는 질감으로 개족도리풀로 보면 될까...?

 

 

 

살아있는 나무 줄기, 변재 부분이 썩은 곳에 자라난 이 버섯은 무엇일까...

 

 

 

 

진달래대피소가 가까워지며 공기는 더욱 서늘해진다. 

 

키 작은 고추나물이 성냥개비 불꽃 같은 한 송이 노란 꽃을 피웠다. 

  

 

 

금방망이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그리고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한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아래 맑은 햇살이 내리고 있다. 하얀 구름이 그래서 더 아름답다.

 

 

 

정오가 채 되지 않은 시간. 삼각김밥과 대피소에서 파는 컵라면을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 시로미가 얼굴울 내밀기 시작한다.

 

 

학명 (Empetrum)이 '돌 가운데서 자라는 식물'이란 뜻이 있다는데, 해발 1700m 이상의 바위 지대에서 자라는 진달래과의 아한대성 식물이다.

 

 

기대하지 못한 네귀쓴풀을 만나니 횡재한 기분이 든다.

 

 

 

제주도 사람들이 '소왕'이라 부르는 가시엉겅퀴는 흔하게 보인다. 저 날카로운 가시 땜에 초지에서 소가 뜯지 못해 사막의 선인장처럼 홀로 꽃을 피우는 식물이래서 '소왕'이란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그렇게 화창하던 날씨가 안개가 밀려내려오고 시야도 어두워진다. 공기는 더욱 서늘해지는데, 비닐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정상 부근에는 안개비가 내린단다.

 

 

긴 듯 하면서도 둥근 잎 모양이 왕매발톱나무와 섬매발톱나무의 중간형으로 보이는 나무. 제주도이니 섬매발톱나무로 일단 가기로 하자..

 

 

 

탑꽃속의 풀을 만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탑꽃, 애기탑꽃, 산층층이, 두메층층이, 두메탑풀 중에 어디에 속할까. 포에 긴 털이 있고 연한 붉은색인 것으로 산층층이로 보면 될까. 아니면 털이 많은 특징으로 두메탑풀로 봐야 할까...

 

 

 

열매가 조랑조랑 달린 청가시덩굴, 유난히 물결치는 듯한 잎 모양

 

 

 

산개벚지나무 열매는 검게 익었다.

 

 

 

1700m 지점을 지나고...

 

 

 

꽃을 피운 게박쥐나물이 흔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잎 모양이 게를 닮아서 붙은 이름일 게다.

 

 

 

석송과의 다람쥐꼬리를 만난다.

 

 

 

그리고 다람쥐꼬리 주변에는 만년석송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시로미와 비슷한 서식 환경에서 자라는  백리향이 분홍빛 작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가시엉겅퀴와는 다른 모습인 바늘엉겅퀴도 꽃을 피웠다. 

 

바늘엉겅퀴는날카로운 바늘 모양의 포가 꽃을 바짝 받치고 있는 모습이 아주 살벌하다. 꽃송이를 받치고 있는 꽃자루를 보기 어렵다. 

 

 

 

고산 서늘한 바람이 세게 부는 곳임에도 큰멋쟁이나비가 가시엉겅퀴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또 다른 나비가 잎에 앉았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시로미는 융단처럼 밀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얼핏 뱀톱일 것라고 보았던 것은 아무래도 다람쥐꼬리로 보인다. 

 

 

 

이것은 무슨 꽃으로 봐야 하나... 줄기가 땅에 깔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한라고들빼기 같지는 않고, 그냥  두메고들빼기가 아닐까 싶다.

 

 

 

정상 부근에 이르자 자욱한 안개에 비를 머금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내려온다.  

 

 

호장근이 메밀꽃을 닮은 흰 꽃을 피우고 있다.

 

 

 

꽃색이 맑은 이 쥐손이과의 풀은 섬쥐손이로 보면 될까...

 

 

 

달구지풀이 보여 반가웠다.

 

중국 운남의 고산지역과 바이칼에서 보고 국내에선 처음 만나는 풀. 한라산의 달구지풀은 보통 달구지풀에 비해 작아서 따로 제주달구지풀이란 이름을 붙여 놓았다.

 

 

 

안개 구름이 자욱이 덮고 있는 바위 언덕 위에는 구름떡쑥이 꽃을 피우고 있다.

 

 

 

바위미나리아재비로 보이는 것이 안개비에 흠뻑 젖은 채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한라산 고산지대에 자생하여 구름미나리아재비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자갈밭 틈서리에 민들레 같은 잎사귀를 펼치고 땅바닥에 기는 줄기 끝에 꽃을 피운 한라고들빼기도 발견한다.

 

 

 

그리고 등산로에서 떨어진 곳에서 눈에 띄는 앵초, 씨방을 달고 있는 녀석은 설앵초다. 

 

 

 

 

옷이 촉촉히 젖을 정도의 짙은 안개비가 거센 바람에 실려 계속 몰려온다.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더 이상 화창할 수 있을까 싶은 날씨에 잔뜩 기대했는데, 백록담이 있는 북쪽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6년 전 새해에 찾은 한라산 정상에서도 지척을 알 수 없는 눈보라에 한라산을 구경조차 못했는데...

 

 

정상 부근 바위틈에는 차가운 바람에 키를 낮춘 은분취가 오들오들 떨며 숯불 같은 꽃을 피우고 있다.

 

 

 

 

정상에 올라와서 백록담도 못 보고 내려가야 하다니...

 

안개비 때문에 카메라를 사용하기가 어려워 안개에 덮인 풍경조차도 담지 못하고 산을 내려가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