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한라산 (4) 삼각봉대피소-개미등-탐라계곡-숯가마터-구린굴-관음사 입구

모산재 2011. 10. 14. 11:05

 

삼각봉 발치를 허리띠처럼 두른 등산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능선으로 들어서면 삼각봉대피소가 나타난다.,

 

대피소에 들어서기 전 돌아서서 바라보는 삼각봉은 송곳니처럼 뾰족하다. 앞에서 보기에는 저 뾰족한 꼭대기가 정상인 듯하지만, 그 뒤로 더 높은 능선이 이어지고 있다.

 

안개구름이 쉴새없이 뭉게뭉게 몰려와 봉우리를 가렸다가 또 모습을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삼각봉대피소는 계곡에 있던 용진각대피소가 2007년 태풍과 폭우에 유실된 다음에 가까운 곳에 있는 비교적 안전한 능선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대피소 옆 길가에는 날카로운 포잎으로 목도리를 두른 바늘엉겅퀴 꽃이 무리지어 피었다.

 

 

 

 

대피소에서 내려서는 능선길, 

안개구름이 열린 사이로 환한 햇살이 비치는 제주시가 내려다 보인다.

 

 

 

이곳 능선길에서 만난 제주산수국은 특이하게도 헛꽃이 모두 뒤집어진 모양으로 달려 있다. 

 

 

 

붉은호장근 꽃

 

 

 

 

내려서는 능선은 소나무 숲으로 한동안 이어진다. 겨울에 유난히 붉은 수피를 자랑했는데 여름에 보니 여느 적송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능선길은 대피소 양쪽 골짜기 사이에 끼어 좁고 길게 이어진다. 두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합쳐지기 전 길게 내려서는 이 능선을 개미등, 또는 개미목이라 부른다고 한다. 등성이가 개미처럼 생긴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는 활엽수 지대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만나는 붉은덕다리버섯.

 

어마어마한 크기의 버섯이 살아 있는 참나무 둥치에 착생하고 있다. 어린버섯은 먹을 수 있다는데, 저 큰 버섯을 먹어도 될까...

 

 

 

 

다시 숲길을 얼마간 걷다보니 탐라계곡으로 내려선다. 

 

 

 

탐라계곡은 지리산 칠선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화산암의 특성상 수량이 적어 규모에 비해서는 계곡미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탐라계곡은 한라산 정상의 화구벽 아래에서 발원하여 용진각을 지나 제주시 용연으로 흘러든다. 예전에는 '큰 내'라는 뜻의 '한천'으로 불렸을 만큼 크고 넓은 계곡이다. 외도천과 더불어 양대 하천으로 여겨진다.

 

 

탐라계곡의 형성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한다.

 

한라산 백록담에는 천상의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놀다가 하늘로 올라가곤 했다. 그것을 알게 된 한 신선이 목욕하는 선녀가 보고 싶어 바위틈에 몰래 숨어 목욕하는 선녀를 훔쳐 보았다. 목욕하던 선녀가 인기척에 놀라 소리를 질렀고, 그 바람에 옥황상제가 놀라면서 하늘나라에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겁먹은 신선은 옥황상제의 진노를 피하여 위해 급히 뛰어내려서 도망을 갔다. 그때 뛰어내려서 움푹 파인 자리가 용진동이고, 달음박질해서 생긴 자국이 바로 탐라계곡이라고 한다.

 

 

탐라계곡을 지나면서부터는 울창한 참나무 숲길인데 계곡 주변이 비교적 평탄하여 공원처럼 편안하다. 

 

 

도둑놈의갈고리를 닮은 만나는데, 모양이 어딘지 좀 다르다. 애기도둑놈의갈고리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것...?

 

 

 

 

숯가마터가 나타난다.

 

마치 석빙고처럼 돌을 쌓아서 둥그렇게 지었던 움막집이다. 숯가마터는 이곳뿐만 아니라 한라산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하는데, 해방 전후에 한라산에는 숯을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골짜기에는 용암이 흘러내린 다양한 흔적들이 보인다.

 

 

 

 

관음사 입구가 그리 멀지 않은 낮은 평지의 숲길을 오다보면 등산로 한쪽을 목책으로 막아 놓은 곳에서 '구린굴'이라는 함몰 동굴을 만나게 된다.

 

 

 

구린굴이라는 이 동굴은 한라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내리고 형성된 용암동굴인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천정이 무너져 생긴 것이다.

 

 

 

<탐라지>에는 "빙고는 한라산 바위굴 속에 있는데 얼은 얼음은 한 여름에도 녹지 않으며, 쪼개어 급용(給用)하고 다른 창고에 저장하지는 않았다."는 기록이 있어 석빙고 기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 저장된 얼음은 물론 일반 백성들이 아니라 목사나 관찰사 등이 거처하는 관아에 사용했을 것이다

 

 

 

숯가마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숯을 굽던 사람들이 얼음도 함께 보급하면서 생계를 이어갔을 것으로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동굴은 바로 옆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열려 있다.

 

 

 

또 하나의 구릉을 넘는 곳에서 좀딱취를 만난다. 꽃대는 올라왔는데, 아직 꽃은 피지 아니하였다. 꽃이 피었더라도 꽃을 담기는 어려울 만큼 골짜기가 너무 어둡다.

 

 

 

 

그리고 마침내... 관음사 입구 야영장에 도착한다. 

 

 

 

 

 

관음사 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관음사는 동쪽으로 1.2㎞쯤 더 걸어가야 있다. 포기하고...

 

 

이제 제주시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대중교통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옆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물으니 2km쯤 걸어나가서 버스를 타든지, 아니면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고 한다.

 

 

 

 

※ 관음사코스와 관음사 입구 야영장과 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