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한라산 (1) 아름다운 산정호수를 거느린 소백록담, 사라오름(사라악)

모산재 2011. 10. 11. 10:57

 

 

맑은 물이 거울처럼 비치는 사라오름, 그리고 몇 년 전에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백록담을 이번에는 꼭 보리라. 거기에다 늦여름의 야생화 몇이라도 볼 수 있으면 더욱 좋으리라.

 

 

 

새벽 같이 일어나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성판악으로 간다. 교래리였던가 말들이 풀을 뜯는 아름다운 목장을 지나 성판악휴게소에 이른다.

 

흔히 '성판악(城板岳)'이라고 부르는 곳은 한라산 동쪽 능선의 성판악 휴게소(750m)를 가리킨다. 그러나 '성판악'(1,215m)은 '성널오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오름의 하나, 성판악 휴게소 서쪽 3 km쯤 거리에 우뚝 솟은 큰 오름이다. 분화구가 없는 특이한 오름...

 

 

 

백록담까지 9.6km를 오르고 다시 관음사까지 8.7km를 내려가야 하는 긴 여정. 이른 아침햇살이 푸른 숲속으로 명랑하게 비쳐드는 숲길을 따라 등산은 시작된다.

 

 

 

 

 

숲이 내뿜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길은 즐겁다. 그러나 눈이 덮힌 겨울과는 달리 바윗돌이 울퉁불퉁하게 드러난 등산로는 좀 불편하다.

 

 

얼마 걷지 아니하여 뱀톱인가 싶은 풀이 무리지어 자라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에서 살피니 잎이 솔잎처럼 생긴 다람쥐꼬리가 아니라 잎이 납작하고 톱니가 있는 뱀톱처럼 보인다. 어쩌면 뱀톱과 비슷한 개석송 같기도 하다.

 

 

 

 

 

30분쯤 걸었을까 싶은데 금방 1000m 지점을 지난다.

 

 

 

 

 

부처나비로 보이는 나비가 흔하게 날아다닌다. 특이하게도 사람을 겁내지 아니하고 어깨와 배낭을 가리지 않고 앉는다.

 

 

 

 

 

삼나무 숲길을 지나며 사라오름 입구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그러나 사라오름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기까지는 이곳에서부터 반 시간을 더 가야 한다. 아마도 이곳에서 가까운 속밭대피소를 써야 하는 것을 잘못 쓴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자료로 확인해 보니 사라오름 입구까지는 5.8km.

 

 

 

 

 

이내 속밭대피소에 이른다.

 

5년 전 겨울 3m나 되는 폭설이 내린 길을 걸을 때는 저 지붕이 무릎 높이보다도 낮을 정도로 눈 속에 푹 파묻힌 모습이었는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사라오름을 향해 재촉한다.

 

 

 

 

 

한라산의 가장 높은 곳에 솟아나는 사라악 약수터에 도착한다.

 

 

 

 

 

이곳의 샘물은 성판악 등반로에 있는 유일한 식수. 이 샘물은 사라오름의 호숫물에서 발원한 것이라 한다. 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물을 챙겨야 한다.

 

 

 

 

 

붉은 열매가 아름다운 이 나무는 가막살나무인가...? 했는데 잎 모양이나 열매 달린 모양이 가막살나무와는 분명 다르다.

 

나중에야 한라산 높은 곳에 자생하는 분단나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고 보니 잔 톱니에 촘촘하고 견고한 맥을 가진 둥근 잎모양이 설구화를 닮지 않았는가...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한다. 성판악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 반쯤 지날 무렵...

 

사라오름은 왼쪽. 분화구를 이룬 언덕길을 따라 600m쯤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한다고 한다.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계단길로 길은 이어진다.

 

 

 

 

 

경사진 길을 따라 5분쯤 걸으니 분화구 언덕을 넘어선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내려서는데 금방 파란 호수가 나타난다. 해발 1300m가 넘는 산정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호수!

 

 

 

 

 

 

울창한 푸른 숲으로 덮인 높지 않은 화구 언덕이 원을 그리며 그 속에 하늘빛을 그대로 담고 있는 산정호수는 눈을 감고 떠올리는 상상 속 호수 그대로이다.

 

거울처럼 고요하고 아늑하다. 아름답다.

 

 

 

 

 

호숫가에는 노루들이 풀을 뜯고 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뛰놀기 너무 좋은 이 맑은 날 노루는 보이지 않는다.

 

 

 

 

 

서쪽 물가로 오름 전망대로 이어지는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호수를 보호하고 있다.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수면을 비질하듯 쓸고 가니 은빛 물결이 소름처럼 사르르르 일어선다. 그리고 이내 거울처럼 티없는 표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 금방 바람이 호수를 건너고...

 

 

 

 

 

물이 그다지 깊지 않은데 바닥이 훤하게 비칠 정도로 물은 맑다. 물결이 이루는 그림자들... 

 

 

 

 

 

호수 북쪽으로는 구름에 덮인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사라오름(1324m)은 제주도 내 386개의 오름 중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며 백록담 다음으로 높은 곳에 물을 담고 있는 산정호수를 품고 있다. 그래서 '작은 백록담'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라산의 화구호는 백록담·사라오름·물장올·물찻오름·물영아리·동수악·금악 등 모두 10여 개가 있는데 거의 고지대에 위치한다. 화구호는 깊지는 않으데, 호수의 둘레는 약 250m 정도로 아담하고 화구 둘레는 약 1.2km라 한다.

 

작년(2010년) 가을 16년만에 공개되었다. 올해 8월 '영실기암과 오백나한'과 함께 명승 지정이 예고된 곳이기도 하다.

 

 

 

전망대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입구 쪽 풍경

 

 

 

 

 

 

 

산정호수 남쪽 전망대 오르는 길 옆에는 묘지가 둘 보인다.

 

예로부터 사라오름은 손꼽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이곳에 묘를 쓰려고 주검을 지고 오르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라산 동쪽 능선이 길게 흘러내리는 곳에 우뚝 솟은 사라오름은 그 앞에 솟은 살찐 개구리 모양의 성널오름을 향해 입을 벌린 형상이라 '생사취와형(生蛇取蛙形)' 명당이라 일컫는다고 한다.

 

 

사라오름 전망대 오르는 계단 언덕은 그리 높지 않다.

 

전망대에 오르자 울창한 숲에 막혀 산정호수는 보이지 않는데, 호수 바깥으로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풍경은 너무도 시원스러워 감탄이 절로나온다.

 

 

 

 

 

오른쪽으로 구름 속에 우뚝 솟은 한라산 정상이 보이고, 거기서부터 한라산은 융단 같은 푸른 숲이 넘실대는 넓은 품을 자랑하며 남쪽 바다를 향하여 장엄하게 흘러내리고 있다.

 

 

 

 

 

전망대 아래 분화구 언덕은 빽빽하게 들어선 제주조릿대로 물결을 이룬다. 이곳에 산불이 나 숲이 사라진 자리에 조릿대가 번성하게 되었다 한다.

 

 

 

 

 

정면으로 멀리 푸른 바다와 서귀포가 있다는데, 안타깝게도 뿌연 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왼쪽의 높은 봉우리가 바로 성판악(성널오름)이고 오른쪽에 낙타등처럼 생긴 오름이 논고악인 듯하다. 원래 3개의 봉우리라는데, 사라오름에서는 2개의 봉우리로 보인다. 그 외에 동수악, 보리악 오름도 흐릿하게 보인다.

 

 

 

 

 

사라오름의 호수는 서귀포 남원으로 흐르는 신례천의 발원지란다. 사라오름 남쪽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물은 진달래밭에서 시작된 또 다른 물과 보리악에서 만나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수악계곡 신례천으로 든다.

 

 

한라산 정상에서 산줄기를 따라 숲을 쓰다듬으며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한동안 쐰다. 더 있었으면 하는 맘이 절로 드는데 갈 길이 바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