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제주 올레 6코스 (6) 서귀포항(새섬, 새연교), 천지연폭포

모산재 2011. 10. 7. 21:00

 

저녁이나 다름없는 점심을 먹고서 식당을 나서니 벌서 다섯 시가 넘었다.

 

 

해가 기울어 가는 시간, 해안길을 따라 서귀포항을 지난다.

 

새섬과 방파제에 안겨 있는 서귀포항은 아름답다. 길을 잘 알았다면 해안길보다는 서귀포 시내 쪽인 이중섭기념관을 지나갔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새섬과 이어진 아름다운 다리 모습에 눈에 들어온다. (멀리 뒤로 보이는 섬은 범섬, 문섬은 새섬에 가려졌다.) 

 

 

 

확인해보니 2009년에 개통되었다는 새연교라는 다리다. '새섬과 연결된 보도교'의 줄임말이라는데, 이곳을 찾는 청춘들에게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다리'라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단다.

 

날렵한 주탑이 특이하다 싶은데, 제주의 전통배 테우에 돛을 단 모습을 형상화한 거란다. 강한 바람에 견딜 수 있게 설계한 우리나라 최초의 편측사장교 교량이란다. 길이 169m, 높이 45m. 색색으로 빛깔을 바꾸는 야경이 아주 환상적이라 한다.

 

(왼쪽 새섬은 산책로가 개발되어 있는 무인도로 올레꾼들의 인기 탐방로라 한다. 지붕을 이는 띠풀인 '새'가 많이 자라서 '새섬'(茅島)이라 부른 것을 일본인들이 조도(鳥島)라 부르면서 새가 많은 섬으로 오해를 부르고 있다는 섬이다.) 

 

 

 

항구에서 한 굽이를 돌아드니 천지연의 물이 흘러드는 천지연계곡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길가에는 멕시코가 고향인 안젤로니아가 아름다운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아래꽃잎이 세 갈래로 된 꽃 모양이 원숭이꼴로 보였는지 서양 사람들은 '원숭이 얼굴(monkey face)이라고 부른다.

 

 

 

서귀포항을 아름답게 감싸 주는 새섬과 새연교 모습이 눈에 밟혀 자꾸만 돌아본다.

 

 

 

 

언제나 그렇듯 천지연폭포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어디선가 하늘색 티를 입은 젊은이들의 행렬이 나타난다.

 

해군 기지 건설 문제로 들끓고 있는 강정마을 분위기가 이곳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도전한다면서 자연유산 구럼비해안을 파낸단다. 왜 하필 그곳일까.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천지연폭포는 주차장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약 1km쯤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협곡처럼 되어 있는 천지연계곡은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된 담팔수 자생지 외에도 가시딸기, 송엽란등 희귀식물과 구실잣밤나무, 산유자나무, 동백나무 등 난대성 식물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37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천지연 휴게소.

 

 

 

갈옷가게, 감물로 물을 들인 갈옷과 모자에 자꾸만 눈길이 머문다. 참 편하고 기분 좋게 느껴지는 자연색...

 

 

 

울창한 난대림이 숲을 이룬 협곡 길. 물에 비친 하늘이 아름답다.

 

 

 

드디어 천지연(天地淵) 폭포!

 

'하늘(天)과 땅(地)이 만나서 이룬 연못', 은하의 물줄기가 한라산 숲 사이로 흘러내리다 이내 절벽을 만나 떨어져 내리며 연못을 이룬 것을 아닐까, 싶은 비경이 푤쳐진다.. 

 

 

 

 

너비 12m의 물줄기는 22m의 절벽으로 떨어져 폭포 높이와 비슷한 20m나 되는 깊은 연못을 이루었다. 지축을 뚫을 듯 기세 좋게 내리꽂히는 물줄기 소리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한여름이지만 서늘하다 못하여 추위를 느낄 정도의 기운에 잠시 몸서리친다. 선계(仙界)로 들어선 듯 서늘하고 소쇄한 기운이 온 몸을 휘돌더니 정신이 유리처럼 맑아진다. 

 

 

 

 

이 아름다운 비경에 어울리는 전설이 있겠다 싶어 찾아보니, 기대와는 다른 세속적인 전설 하나가 전하고 있다. 

 

조선 중기에 서귀포에 순천이라는 어여쁜 처녀가 살았는데 명문이라는 총각이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천이 법환으로 시집을 가버렸고 명문은 상심을 하여 불량한 건달이 되어 버린다.

 

일년이 지나 순천이 친정에 들리러 왔을 때 명문이 순천을 겁간하려 하였다. 그러자 천지연에 살던 용이 명문을 낚아채서 하늘로 솟아 올랐다. 이 때 순천이 바닥에 떨어진 여의주를 발견하고 주웠는데, 이후 순천의 집안은 모든 일이 잘 되었다고 한다.

 

 

천지연 계곡은 생태계의 보고...

 

계곡 주변 울창한 숲에는 각종 희귀 난대 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서늘한 물 속에는 천연기념물 제27호 무태장어 가 서식하고 있다. 물결이 이는 물 속 곳곳에서 흰 빛이 나는 무태장어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뱀장어과로 육식성 열대어류인 무태장어는 깊은 바다에서 산란하고 하천이나 호수의 비교적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회유성 어류로 밤에 주로 활동한다고 한다. 이곳 천지연이 무태장어의 서식 북한계라고 한다.

 

몸은 황갈색이고 배는 백색이며, 온몸에는 흑갈색 무늬가 흩어져 있다. 큰 것은 길이가 2미터, 무게가 20㎏에 이른다고 한다.

 

 

 

무태장어가 헤엄치고 다니는 계곡 물가 절벽에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된 담팔수(膽八樹) 나무가 보인다.

 

 

 

담팔수나무는 제주도 일대에서만 자라는데, 항상 빨갛게 단풍 든 잎이 드문드문 섞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천지연 아래쪽 산책로 주변에는 담팔수 나무를 조경로 심어 놓았는데, 꽃이 거의 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행히 아직 지지 않은 꽃이 보이는데, 꽤 특이한 모습이다. 겨울이 되면 길죽한 강낭콩 모양의 옥색 열매가 달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암벽에는 솔잎란도 자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확인할 수 없어 아쉽다.

 

솔잎난은 뿌리와 잎이 없고 줄기만 자라는 멸종위기의 희귀종인데 포자가 달리는 양치식물이니 이름과는 달리 난초 종류는 아니다. 녹색가지가 솔잎모양이고 난초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솔잎란이라 부른다.

 

국내 최대의 자생지는 서귀포시 안덕계곡이며, 효돈천과 재지기오름, 서홍동 지장샘 절벽, 천제연 계곡,산방산, 단산, 엉또폭포, 김녕해안 등 모두 11개소에 자생하고 있다.

 

서귀포 동홍동 감귤 과수원의 보호수인 조록나무에 착생하는 솔잎난도 있다고 한다.

 

 

 

 

 

 

 

 

 

 

서쪽길로 내려오는 길, 길이 끝나는 지점에 야외무대가 있다. 

 

무대 위에서 리허설하는 합창 소리가 계곡을 울린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여름 저녁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이 호젓한 자연의 품 속에서 음악회가 매일 열리는 모양이다.

 

 

 

 

야외무대로 건너는 다리가 아름답다.

 

 

 

 

다시 천지연계곡을 벗어났을 때는 해가 지고 있다.

 

올레 6코스는 삼매봉 앞바다 20m 바위 기둥 외돌개를 보는 것으로 끝나는데, 외돌개까지 걷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 싶다.

 

'제주통'에서 인용

 

 

하루 내내 걸어 6코스 하나를 다 못 걸었나 싶어 아쉬움이 밀려온다. 강행 여부로 잠시 갈등하다, 결국 돌아서기로 한다.

   

서귀포 시내로 들어서니 이미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멀리 시내 풍경 너머로 실루엣으로 보이는 한라산 정상,

 

내일 저 산을 오르리라는 설렘을 안고 제주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