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한라산 (3) 네귀쓴풀, 개회향, 시로미, 애기솔나물, 한라고들빼기, 흰가시엉겅퀴, 곰취

모산재 2011. 10. 13. 22:30

 

백록담을 보지 못하고 한라산 북쪽 관음사 코스로 하산하는 길, 안개는 더욱 자욱하게 발걸음보다 훨씬 앞서 계곡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관음사코스는 산세가 험해 평탄한 성판악 코스와는 달리 길이 가파르고 변화무쌍하다. 8.3km나 되는 길은 성판악 코스와 비슷할 정도로 긴 편이다.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후의 반이 더 지나간 시간인데 안개까지 자욱하니 해질 무렵처럼 느껴진다.

 

그리 눈에 띌 만한 풍경이 없으니 하산길은 절로 풀꽃나무를 만나는 시간이 된다.  

 

 

커다란 바위 절벽 아래 노란 곰취 꽃이 외로이 피었다. 

 

 

꽃을 받치고 있는 포잎이 저렇게 크게 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안개가 몰려드는 습랭한 언덕에는 키가 자라지 못한 꼬마 네귀쓴풀이 점점이 하얀 꽃을 피웠다. 

 

 

 

 

그리고 주변에 코스모스잎에  자잘한 흰 꽃을 피운 이 녀석은 개회향인지 고본인지 헷갈린다.

 

키가 그리 크지 않고 산경의 수가 적은 걸로 봐서는 개회향일까 싶은데, 고산의 악조건에서 자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단정하기 쉽지 않다.

 

 

 

 

굼터에는 쥐털이슬이 빈약한 열매를 달고 무리지어 섰다.

 

 

 

정상의 허리를 돌아 내려오면 느리게 흐르는 긴 구릉지대로 길이 이어진다. 

 

이 능선의 끝에서 직진하면 왕관릉으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동탐라계곡의 상류인 용진각 계곡이다.  

 

 

 

이 능선에서 바라보는 넓고 깊게 패인 용진각 계곡 풍경이 절경이고, 제주시 일대까지 바라보이는 전망이 멋지다는데, 오늘 날씨로는 바랄 수도 없는 일.

 

능선의 바위는 진달래과 시로미가 융단처럼 푸르게 덮고 있다. 

 

  

시로미 나무에 달린 검은 열매들

 

 

 

애기솔나물도 더러 보이는데, 늦은 꽃을 피우고 있다.

 

 

 

 

그 틈에서 한라고들빼기도 덩굴처럼 기는 줄기에 꽃을 피웠다.

  

 

 

용진각계곡으로 내려서는 언덕에는 한라수국이 지천으로 피었다. 

 

 

 

잘 보이지 않던 속단도 만나고

 

 

 

흰가시엉겅퀴도 만난다.

 

 

 

 

정상부근의 포잎이 넓었던 곰취와는 달리 포잎이 미미한 곰취도 만난다.

 

 

 

이 녀석도 섬쥐손이로 봐야 할까...

 

 

 

가파른 골자기를 내려선 곳, 그곳에 있던 용진각 대피소는 어디론지 사라졌고 그 자리엔 나무데크만 놓여 있다. 주변 계곡에 큰 물에 휩쓸린 흔적이 역력하다.

 

알고보니 2007년 9월 태풍 '나리'가 초속 52m나 되는 최대 풍속과 함께 600mm나 되는 폭우를 쏟아부어 용진각대피소를 쓸어버렸다고 한다. 2006년 봄 3m나 내린 폭설에 지붕만 보이던 대피소 앞 간이화장실도 더불어 사라지고 없다.  

 

 

눈이 펑펑 내려 온 산과 계곡을 덮으면 최고의 환상적인 풍경을 펼치는 용진계곡, 오늘은 안개로 시야가 닫혀 그 절경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움이 크다.

 

 

내려가서 건너야 했던 깊은 계곡엔 현수교가 가로지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계곡을 건너면 삼각봉의 산허리를 수평으로 타고 가는 길이 이어진다.

 

그 길 주변 가파른 비탈은 유난히 넓은 잎이 광택을 발하는 제주조릿대로 넘실거린다.